“왕실 행사는 누가 지키나”···찰스 왕 이어 왕세자빈까지 ‘로열패밀리’의 위기
“나의 존재가 믿어지려면 나는 사람들에게 보여야 한다(I have to be seen to be believed).”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 자신의 자서전 집필자 샐리 스미스에게 한 말이다. 전 세계 56개국 연방을 이끄는 영국 왕족이 대중들 앞에 보이지 않으면, 형식적으로나마 존재하는 통치 정당성도 잃게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영국 국왕 찰스 3세에 이어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이 암 투병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영국 왕실에 잇따른 ‘악재’가 불어닥치자 왕실의 역할이 더욱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AP통신 등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간 왕실은 각종 자선행사를 주최하고, 식민지 지역 경조사, 타국 왕족 행사 등에 참석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점차 국정 운영 실권을 의회가 쥐게 됐고, ‘왕실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행사에 참석할 왕족이 줄어들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국왕 계승 서열 5위 해리 왕자는 아내 메건 마클과 함께 미국에 이민을 간 뒤 2021년 2월 왕족 권한을 포기했다. 왕실 내 인종차별을 폭로하며 왕실과 등지기도 했다. 계승 서열 8위 앤드루 왕자는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아동 성 착취 혐의로 피소당한 2021년 8월 이후 왕실 공식 행사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왕실을 유지해온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그의 부군 필립공은 2022년과 2021년 각각 노환으로 사망했다.
설상가상 찰스 3세 국왕(76)은 즉위 6개월 만인 지난 2월5일, 암 치료를 위해 공개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승계 서열 1위인 윌리엄 왕자가 국왕의 업무를 대행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하지만 윌리엄 왕자는 아내 미들턴 왕세자빈의 투병으로 기존에 예정된 일정마저 챙기지 못하고 있다. 그는 미들턴 왕세자빈의 복부 수술 병간호를 위해 지난 1월 약 3주간 휴가를 냈다. 지난달에는 “개인적 사유”라며 유럽국 왕족이 모인 콘스탄티누스 2세 그리스 국왕의 추도식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
현재 활발히 대외활동을 하는 왕족은 찰스 3세 국왕의 아내 커밀라 왕비(77)와 누나 앤 공주(74), 동생 에드워드 왕자(64) 정도가 남았다. 국왕 계승 서열 10위 안에 드는 인물은 윌리엄 왕자와 해리 왕자 일가, 앤드루 왕자를 제외하고 앤드루 왕자의 딸 베아트리스 공주와 그의 세 살배기 딸 시에나 모치 등 두 명뿐이다.
영국의 정치평론가 앤드루 마는 주간지 뉴스테이츠먼 기고에서 “더 작고 허약한 왕실이 됐다”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왕족이 너무 많다’고 사람들이 불평했는데, 이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세간에서는 공식 활동에서 두 달 가까이 자취를 감춘 왕세자빈에 대해 ‘혼수상태설’ ‘사망설’ 등 각종 음모론이 돌았다. 미들턴 왕세자빈이 수술 이후 그와 세 자녀가 함께 나온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는데, 이 사진이 합성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미들턴 왕세자빈은 지난 22일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고백하는 영상을 올리며 각종 음모론을 일축했다. 그는 영상에서 “지난 1월 큰 수술을 받았다. 당시는 암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수술 후 검사에서 암이 발견됐다”며 “의료진은 내게 예방적인 화학치료를 받도록 조언했고 나는 현재 그 치료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403111059001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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