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쓰려면 진단서 제출해라”…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연차휴가 ‘그림의 떡’
“휴가는 사용자가 베푸는 호의”
각 정당,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공감
직장인 A씨는 지난달 독감에 걸려 연차를 썼다. 아파서 연차를 쓰는 것도 서러웠는데 상사로부터 진단서를 제출하라는 황당한 말까지 들었다. 연차를 쓰고 진짜 병원에 가는지, 집에서 쉬는 건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회사 취업규칙도 3일 이상 병가를 사용할 때만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사는 진단서를 내기 전까지 휴가 결재는 물론이고 급여도 주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 67.9%가 지난해 연차휴가를 6일 미만으로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그밖에 응답으로는 6일 이상 9일 미만이 6.8%, 9일 이상 9일 미만 6.8%, 12일 이상 15일 미만 6.3%, 15일 이상 12.1%였다.
직원이 300인 이상인 사업장에선 상황이 정반대였다.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의 경우 연차휴가를 6일 미만으로 사용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이 응답이 가장 적었다. 응답을 살펴보면 6일 미만 16.1%, 6일 이상 9일 미만 18.6%, 9일 이상 12일 미만 22.4%, 12일 이상 15일 미만 23%, 15일 이상 19.9%였다.
두 사업장의 격차는 1년 사이 더 벌어졌다. 2022년 한 해 동안 연차휴가를 6일 미만으로 사용했다는 응답은 5인 미만 사업장 62.1%, 300인 이상 사업장 32.3%로 차이가 29.8%였는데, 2023년 그 격차는 51.8%로 크게 늘었다.

연차휴가 일수와 사용 시기를 법이 정해놨지만, 정작 근로기준법이 가장 필요한 곳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313만8284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7%에 달한다. 직장갑질119는 이들이 근로기준법에 적용받지 않아 ‘사용자의 호의’가 없는 한 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가 발생하지 않고 공휴일에 일하는 경우도 포함한다면 처참한 상황”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 이 법이 과연 근로자의 기본적 생황을 보장하겠다는 ‘근로기준’법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22대 국회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2일 한국노총이 주최한 22대 총선 정당별 노동 사회정책 비교 평가 토론회에서 각 정당 노동정책 담당자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동의한 바 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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