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새 국면…국민연금·소액주주 선택은?

신하연 2024. 3. 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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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 연합뉴스.

모녀와 장·차남 간 대결 구도로 불거진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캐스팅 보트를 쥔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이 장·차남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가운데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회장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주요 주주로서 회사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고자 한다"며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후속 방안을 모색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고교 후배인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오는 28일 열릴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한 모녀(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 대 장·차남(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표 대결의 캐스팅 보트를 쥔 상황이었다.

모녀 측 지분은 35%(재단 보유분 포함), 장·차남 측 지분은 28.4% 였으나, 그간 중립이었던 신 회장이 장차남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하면서 전세가 역전된 셈이다. 신 회장 지분을 더하면 장·차남 측 지분이 40.57%에 이른다.

신 회장은 "선대 임성기 회장의 뜻에 동감해 주주로서 참여한 이래 오랜 세월 회사의 발전과 기업가치 제고의 과정을 곁에서 봐 왔고 선대 회장님 작고 후에도 후대 가족들이 합심해 회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해 왔다"며 "그러나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등 대주주들이 개인적인 사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회사 경영에 대한 투자활동이 지체되고 기업과 주주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모녀가 주도하는 한미약품과 OCI간 통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과 비즈니스 연관성이 낮은 OCI그룹 간 통합은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 보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선 회사 측의 '신규 이사 6명 선임안'과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는 장·차남의 '신규 이사 5명 선임 주주제안'을 놓고 표 대결을 진행한다. 양측의 총 후보자 11명 선임안을 일괄 상정해, 다득표 순으로 최대 6명을 선임하는 방식이다.

송 회장 등 현 한미그룹 경영진은 장녀 임주현 그룹 전략기획실장과 통합 파트너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해 6명의 선임안을 제출했고, 임종윤 사장 측은 자신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임 사장이 최대 주주인 바이오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의 권규찬 대표 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해 5명의 선임안을 주주제안한 상태다.

신 회장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장·차남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긴 했지만, 양측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국민연금공단, 소액주주 등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들고 있다. 전체 주주 수의 99.9%를 차지(2023년 사업보고서 기준)하는 소액주주는 지분 20.5%(약 143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손을 들어주면 두 형제의 우호 지분율은 49.78%에 이른다. 사실상 과반에 근접한 수치로, 임 형제의 이사회 장악이 확실시된다.

반대로 모녀 측이 국민연금을 우호 지분으로 잡을 경우 OCI와 송 회장 지분율까지 더하면 44.04%가 된다. 신 회장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지분율보다 2.16%포인트 많다. 이 경우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

장·차남이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한미의 통합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반대로 기각되면 통합에 명분을 얻는다. 가처분 결과는 주총 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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