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후 첫 공동 대표 체제 돌입하는 엔씨소프트, "초긴장 상태이다"

남정석 2024. 3. 2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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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공동 대표 체제 출범과 관련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과 박병무 대표 내정자. 사진제공=엔씨소프트

"게임업계는 초긴장 상태이다."

한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엔씨소프트가 1997년 창사 이후 27년만에 처음으로 공동 대표 체제에 돌입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일 김택진 대표, 그리고 박병무 대표 내정자 2명이 향후 공동 대표를 하며 어떻게 회사를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실시했다.

주로 신작 발표 자리에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였던 김 대표는 이날만큼은 다소 긴장하고 비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변화로 인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게임업계는 초긴장 상태"라고 말한 것에 현재 처한 업계뿐 아니라 엔씨소프트의 위기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역대급 역성장을 기록했다. 1조 7798억원의 매출과 13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31%와 75% 하락한 수치다. 2022년이 코로나19 팬데믹이란 예기치 못한 변수로 게임산업이 전반적으로 각광을 받았던 '기저효과'를 감안한다고 해도, 단순히 한 해의 '뒷걸음'이 아닌 근본적인 위기라는 진단이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제기된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김택헌 윤송이 부사장 등 친동생이나 부인이 적극 개입했던 '가족 경영'을 벗어나 경영 전문가이자 변호사인 박병무 대표 내정자와 김 대표가 '투톱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나섰다는 것 자체가 이를 보여준다.

김 대표는 글로벌 게임 경쟁력 강화, 즉 개발에 집중하며 박 대표 내정자는 경영 시스템과 내실을 다지고 3조원이 넘는 자산을 활용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뛰어들겠다는 확실한 업무 분장을 이날 공개했다.

김 대표는 "우선 우리의 개발 장점을 살려 'MMO슈팅', 'MMO샌드박스', 'MMORTS'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며 "올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난투형 대전 액션 '배틀크러쉬',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를 통해 다양한 장르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MMORPG인 '아이온2'는 한층 더 높은 차원의 게임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밝히는 등 새로운 재미를 주면서도 국내외 경쟁력을 모두 갖춘 신작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리니지' IP와 국내 시장에서의 집중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도 강조했다. 그동안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을 책임졌던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BM(비즈니스 모델)을 최대한 지양, 국내에선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경우 아마존게임즈와의 협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소니와 같은 빅테크 기업과 함께 콘솔 게임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겠다는 청사진도 강조했다. 더불어 오랜 기간 기술력을 쌓은 자체 AI(인공지능)를 게임 개발에 적극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한편 박 대표 내정자는 "김 대표와 함께 원팀으로 엔씨소프트 자산의 잠재력을 더 성장시켜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겠다"며 경영 효율 강화, 구성원이 정확하게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 구축, 경험의 내재화를 통한 글로벌화 기반 구축, IP 확보 및 신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와 인수합병 등 4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은 인수합병에 대해 "3조원이 넘는 자산을 활용, 부족한 장르의 IP 확보를 위해 국내외 게임사 투자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며 "사업적 시너지와 미래 성장 동력, 재무적 도움이란 3가지 관점에 부합하도록 이미 내부 조직을 가동중"이라고 공개했다.

다만 경영의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직원들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걱정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박 내정자는 이에 대해 "숫자에만 치중한 효율화는 기업의 경쟁력과 뿌리를 없앤다"는 원칙으로 답을 했다. 또 궁극적으로 자산이 되는 두번째 엔씨소프트 사옥 건립과 달리 비용이 많이 드는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에 대해선 우수 인재 확보와 신규 게임 마케팅 등을 고려해 매각보다는 유지하겠다는뜻을 밝혔지만, 역시 비용 효율성을 강조하며 예전과는 다른 운영을 예고하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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