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최대주주 "장·차남 지지"… 공은 연금·소액주주로

강민성 2024. 3. 24. 15: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미·OCI '경영권 분쟁' 새 국면
신동국 회장, 반대측 형제 편으로
지분 28% 연금·소액주주 향방 주목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키'를 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20.5%를 보유한 소액주주가 어디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한미-OCI 통합'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양측은 표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신 회장은 최근 임종윤 사장에게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장·차남에게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종윤 사장 측은 23일 "신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지지해 주기로 했다"며 "상속세 마련을 위한 통합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미약품은 OCI와의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모녀와 이를 반대하는 장·차남이 경영권 분쟁 중이다. 양측은 이달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각각 내놓은 이사진 선임안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친다. 양측의 총 후보자 11명 선임안을 일괄 상정해, 다득표 순으로 최대 6명을 선임한다.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 중인 회사 측은 6명의 이사 후보를 냈다. 사내이사로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과 OCI홀딩스의 이우현 회장을 추천했다. 반면,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자신들을 사내이사로, 임종윤 사장이 최대 주주인 바이오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의 권규찬 대표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것을 포함해 5명의 선임안을 주주 제안했다.

현 이사진이 송 회장을 포함해 4명인 만큼, 임종윤 사장 측이 제안한 후보가 모두 선임된다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통합 결정을 되돌릴 수도 있다. 현재 송 회장과 임주현 실장이 지분 21.86%를, 임종윤·종훈 형제가 20.47% 지분을 가진 상황에서 임종윤 측이 신 회장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장·차남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장·차남 측 지분율은 임종윤 사장(9.91%)과 임종훈 사장(10.56%)에 배우자·자녀, 디엑스앤브이엑스를 더해 총 28.42%다. 신 회장 지분을 더하면 40.57%에 이른다. 모녀 측 지분은 송영숙 회장(11.66%)과 임주현 사장(10.2%)에 친족, 재단 등을 더해 35%다. 형제 측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현문화재단, 임성기재단을 포함한 수치다.

이제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의 키는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달렸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 등을 참고해 최종 결정하는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엇갈린 의견을 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사측 후보 6명 전원 선임에 찬성했지만 형제 측 5명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냈다. 국내 한국ESG기준원(KCGS)은 형제측 5명 중 4명에 대해 찬성 의견을 표하고, 사측 6명 선임안에 불행사를 권고했다. 글로벌 자문사 ISS는 사측 후보 가운데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박경진·김하일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했지만, 임주현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등 나머지 안에 반대했다.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도 관심이 쏠린다. 임종윤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유상증자 형태로 일부 지분을 넘기기로 한 데 대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신주발행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한미의 통합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반대로 기각되면 통합에 대해 명분을 얻는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는 주총이 열리기 전 나올 예정이다.

임종윤 사장 측은 "경영에 복귀한다면 1조원 이상을 유치할 계획이다.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등 50조 가치의 회사로 키워낼 수 있다. 계획이 실패한다면 물러날 것"이라며 "국민연금도 깊은 고려를 통해 올바른 쪽으로 의결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신 회장에 그룹 통합의 필요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그럼에도 한미그룹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일련의 시간이 흐른 후 대주주 일가 모두가 화합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겠다. 주주님들께서 한미의 미래를 선택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