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문턱 또 못 넘은 ‘즉각 휴전’ 결의안…강대국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전쟁

손우성 기자 2024. 3. 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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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출 결의안에 러·중 거부권 행사
비상임 이사국 대안 마련해 물밑 협상
“내부 정치 논리 극복 쉽지 않을 것”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미국 결의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또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을 중심으로 대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유엔에서 펼쳐지는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중국의 신경전에 무고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독일 dpa통신은 23일(현지시간) 알제리 등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들이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이 종료(4월9일)되기 전에 ‘지속 가능한 영구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작성하고, 물밑 협상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안보리는 이 결의안에 대해 24일 표결할 예정이었지만, 채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25일로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안보리는 전날 미국이 제출한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에 실패했다. 결의안 통과를 위해선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반대해선 안 된다.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모든 이사회 구성원과 여러 차례 협의해 선의로 제출한 결의안이었다”며 “러시아와 중국은 하마스 비판을 거부하고, 나아가 미국이 실패하길 원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에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결의안”이었다며 “휴전 필요성에 대한 논의의 문을 닫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맞섰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고완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만약 결의안이 통과됐다면 미국 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을 제쳐두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문제를 주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은 이를 허용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외신들은 미국이 제안한 결의안엔 휴전을 강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미국 또한 앞서 세 차례나 “휴전 협상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즉각 휴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실제로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비상임 이사국들이 준비한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유엔의 무기력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찾아 휴전을 촉구했다. 그는 “라파 검문소에서부터 우리는 비통한 현실을 보고 있다”며 “이는 도덕적 잔혹 행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유엔이 내부의 정치 논리를 극복하고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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