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줄면 온실가스도 줄까? [윤지로의 인류세 관찰기]

한겨레 2024. 3. 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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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출입기자 때 만난 아무개 씨는 아이가 셋이었다(과거형으로 쓰는 건, 지금은 넷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 훈장을 받아 마땅한 공을 세웠건만, 환경 분야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그는 "기후위기 시대에 오염의 근원인 인간을 셋이나 낳은 ○○○입니다. 죄송합니다"라며 멋쩍은 인사를 건네곤 했다.

'인류세의 거대한 가속'이라 이름 붙은 그래프를 보면 인구와 실질 국내총생산, 물 사용량, 전화·자동차 보급대수, 그리고 온실가스 농도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궤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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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윤지로 |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 ㈔넥스트 미디어총괄, 한국기후변화학회 홍보이사

환경부 출입기자 때 만난 아무개 씨는 아이가 셋이었다(과거형으로 쓰는 건, 지금은 넷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 훈장을 받아 마땅한 공을 세웠건만, 환경 분야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그는 “기후위기 시대에 오염의 근원인 인간을 셋이나 낳은 ○○○입니다. 죄송합니다”라며 멋쩍은 인사를 건네곤 했다. 행여 오해는 마시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나온 말이니.

아무개 씨의 말은 농담이지만, 산업혁명 이후 가파른 인구 증가는 줄곧 골칫거리였다. 18세기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도, 20세기 환경학자 폴 에얼릭도 “이러다 다 망한다”고 외쳤다. 심지어 2017년 영국 한 잡지사가 화학, 물리학, 생리의학 등 여러 부문의 노벨상 수상자 50명에게 인류 최대위협을 물었을 때도 34%가 인구증가와 환경파괴를 첫손에 꼽았다. 뭐, 외국 석학까지 들먹일 필요 있나. 한국도 1989년 산아제한을 멈추기 전까지 30년 동안 인구를 줄이려고 용을 썼으니 말이다.

‘인류세의 거대한 가속’이라 이름 붙은 그래프를 보면 인구와 실질 국내총생산, 물 사용량, 전화·자동차 보급대수, 그리고 온실가스 농도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궤적을 보여준다. 인구와 온실가스는 우상향하는 1차 함수 그래프를 그린다. 자, 그럼 반대로 인구가 줄면 환경문제도 스르륵 풀릴….

… 리 없다. 인구가 줄면 여러모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고, 기초 인프라 유지도 힘들어진다. 인구가 늘 때는 선형 방정식처럼 보였던 인구와 환경 문제가, 인구가 줄 때는 ‘해를 구하기 힘든 비선형 방정식’이 돼 버린다.

몇 해 전 서울을 떠나 충남 논산으로 귀농한 모친은 ‘시골에서 외출할 일이 얼마나 있겠어…’라며 차를 팔려다 얼마 안 가 마음을 바꿨다. 서울로 따지면 버스 서너 정거장 거리에 농협 마트가 있지만 거기까지 이어줄 교통편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발간하는 ‘대중교통 현황조사’를 보면 서울은 시간당 대중교통이 19.3회 운행하지만, 강원은 6.7회, 충남은 8.3회에 그친다. 그나마 동 단위가 그렇고 법정리 지역에선 ‘하루’ 운행횟수가 20회도 안 된다. 강원 정선군은 80% 이상이 ‘대중교통 최소서비스 수준’에 미달하는 거로 조사됐다. 개념 정의를 그대로 인용하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제공돼야 하는 서비스도 못 받고 있단 뜻이다. 결국 동네 마트 갈 때도 차를 몰고 가는 수밖에. 인구가 줄고 있는 전라, 경상, 강원의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 속도가 서울보다 4~7배 빠른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서울의 도로 수송(자동차) 온실가스 배출은 매년 주는데, 여타 지역은 그렇지 않은 것도.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의 지역별 분석 결과도 인구감소와 기후대응을 둘러싼 복잡한 고민거리를 던진다. 강원도 주문진에선 전국 산업 폐기물을 처리하는 민간 매립장이 추진 중이다. 왜 남의 쓰레기를 들여오냐고 화낼 법하지만 반대 45.5%, 찬성 37.8%로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경북은 고준위 방폐장 설치를 찬성하는 비율이 반대보다 오차 범위에서 앞섰고,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이 몰려 있는 충남에선 도민 57%가 석탄발전소 부지에 소형 원자로(SMR)를 놓는 데 찬성했다.

대도시 주민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혐오·위험시설을 지방에 떠넘기는 결코 정의롭지 않은 일마저 ‘괜찮다’고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인구감소는 환경정의도 위협한다.

때가 때인지라 공약과 정책이 쏟아진다. 4년 뒤 인구는 30만명 줄 거라 하고, 온실가스는 6500만t 줄여야 한다.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양대 난제 앞에서 모순 없는 해법을 고민하는 자가 누구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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