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테러에 민망해진 ‘차르’ 대관식, 푸틴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

손우성 기자 2024. 3. 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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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일성으로 ‘국가 안보’ 강조했던 푸틴
“2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테러 못 막아”
비판 여론 통제된 러시아 내부서도 쓴소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로 최근 5선 고지를 밟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선 일성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추가 점령 등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던 푸틴 대통령은 정작 러시아 심장부인 수도 모스크바 경비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로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고 선전했다”며 “하지만 그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보안 기관은 2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대선에서 87.28%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은 연일 ‘국가 안보’를 강조하는 연설을 펼쳤다. 지난 18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크름반도 병합 10주년 콘서트에선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인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마리우폴 등을 연결하는 철도가 복원됐다며 “이 작업을 계속해 기차가 세바스토폴(크름반도 남부)까지 직접 이동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영토 확장을 강행하고, 미국 등 서방과 각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치학자 알렉산드르 키네프는 NYT에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테러라는 굴욕적인 사건을 맞고 말았다”고 평가절하했다.

푸틴 대통령의 20년 넘는 철권통치 탓에 정권에 대한 비판이 극도로 억제된 러시아지만, 이번 테러로 민심 이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CNN은 “많은 러시아인은 푸틴 대통령이 주는 안정감과 강력한 안보 정책에 표를 줬다고 봐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24년 집권 시기 가운데 가장 불안해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모스크바 안보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꼬집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러시아 독립언론 모스크바타임스는 “모스크바는 전 세계에서 감시가 가장 심한 도시”라며 “겉으로 보이는 힘은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교훈을 준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나치게 매몰돼 국내 테러 대응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달 초 모스크바 콘서트장을 포함한 대형 모임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리스트 공격 계획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주러시아 미국 대사관과 러시아 당국에 이 정보를 공유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경고에 대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명백한 협박”이라고 받아친 바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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