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양성 사다리 구축...대한민국, 글로벌 경제 영토 넓힐 것"
"해외분교 설치, 전문인력 글로벌 진출 적극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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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소멸 위기에까지 직면했는데 이럴 때 일수록 '지식으로 무장된 인재 대국'을 지향해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독려해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영토를 글로벌로 넓혀나가야 합니다."
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은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AI(인공지능)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교육과 연구 인프라 구축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선 핵심인 AI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GIST는 2020년 AI대학원을 개원하고 매년 50명 수준의 석·박사 통합과정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서울과 세종시에 'AI정책전략대학원' 과정을 개설한다. 202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AI영재학교' 설립도 추진한다. 고등학교부터 석·박사까지 '단계별 글로벌 AI 인재 양성 사다리'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임 총장은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 해외 분교를 세워 혁신형 미래 인재가 뛸 무대도 함께 넓혀 나간다는 구상이다.
창업, 산학협력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GIST는 교내 창업 및 기술이전 활성화를 위해 'GIST 홀딩스'를 설립했다. AI 기반 신산업 창출이 가능한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지역 기업들과의 실질적인 협업과 공동연구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 13일 광주 오룡동 GIST 총장실에서 임 총장과 만나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취임 8개월이 지났다. 그간 소회를 밝힌다면.
▶지난해 7월, 4년 임기를 시작해 지난 8개월간 학위수여식을 두 번 치르고 입학식도 한 번 치러 봤다. 지금까지 호남 지역과 연고가 없는 삶을 살아왔는데 이제는 광주광역시와 전남·전북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큰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원 역사상 최초 비(非)교수 출신 총장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총장이 되고 나서 주변의 관심과 기대가 무척 컸다. 지금껏 GIST 출신 교수가 총장을 역임했으니 파격적인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긴 세월 과학기술 정책 분야에 몸담는 동안 GIST를 지켜보며 떠올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경영 구상에 담긴 것 같다. 다행히 GIST 구성원들께서 저의 경영 계획을 지지해 주셨고, 많은 조력자를 만났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가치와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는 외침에 기꺼이 화답해 주신 GIST 구성원께 감사드린다.
-실제 총장직 맡아보니 어떤가.
▶GIST가 3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쌓아 오며 과학기술 지식 창출엔 많은 업적을 이뤘다. 한편 이노베이션(혁신) 측면에선 내실을 다지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점검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알게 됐다. 특히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사업화를 이루는 부분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취임 후 이 지역 중소·중견기업인들 계속 만났는데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이 많았다. 이들과 함께 하면 진정한 선진화를 이룰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크다.
-지역 내 산학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있나.
▶이를 테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로 관심을 모은 전남 고흥군과 최근 '우주항공산업 산업발전' 업무협약을 맺었다. 광주광역시는 광(光)산업이 태동한 곳이기도 한데 사실 광산업이 진정한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이다. 이런 산업 여건이 어느 정도 잘 정비돼 있어 이곳 기업들과 함께 우주·항공분야 부품 관련한 산업 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또 앞으로 드론(무인기) 전쟁이 본격화될 텐데 GIST는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해 소형 드론이나 무인 로봇 같은 적군의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최첨단 국방기술을 보유했다. K-방산이 이 지역산업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광주는 기아자동차의 생산기지가 있고, 현대자동차의 소형차가 생산되는 곳이다. 이런 자동차 산업에 기반을 둬 이차전지 부문도 새싹을 틔우고 있다. 또 전남 장성군과는 식품로봇을 개발키로 하고 MOU(업무협약)를 맺었다. 사업가 겸 방송인인 백종원 대표도 함께 한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지역소멸이큰 이슈다. 산업 현장에선 전문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럴 때일수록 과기원 역할이 막중할 것 같다.
▶인구를 계속 늘려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조금만 내려놓자. 국토가 좁고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로서는 '지식으로 무장된 인재 대국'을 지향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실은 '인구 소국'이지만 '인재 대국'으로 가면 된다는 얘기다.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키워 나갈 것이다. 우선 AI(인공지능) 분야 전문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국경을 넘어 아시아의 AI 헤드쿼터를 구축하겠다.
전문 인재들을 인도, 아프리카,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 보내 우리 거점을 확보하면서 한국의 경제적인 영토를 더 넓혀 나가겠다. 이를 위해 이들 지역에 4월부터 GIST 분원 설치를 시작할 계획이다. 최근 UAE(아랍에미리트)에서도 요청이 들어와 샤르자대학교와 교육·연구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자금력까지 갖춘 중동 지역 또한 우리의 무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AI 인재 양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국내에서 AI 분야 연구개발 인프라를 가지고 순위를 매기면 GIST가 아마 3위 안에 들 것이다. 국내 대학 유일의 고성능 AI 컴퓨팅 환경(HPC-AI, 6PF)을 갖췄고, 광주 북구 첨단 3지구 산업단지에 광주시와 함께 운영할 국가AI데이터센터도 곧 오픈한다.
2020년 AI대학원을 설립하고 최근 23명의 졸업생도 배출했다. 2021년에는 AI융합대학 학사 부전공도 개설했다. 오는 9월에는 KDI(한국개발연구원)과 함께 세종시에 국내 첫 AI정책전략대학원을 개원한다. 부처·지자체 공직자, 기업 임원 등을 대상으로 AI 기술·정책·전략 이론 및 실증형 프로젝트 기반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서울역 근처에 기업인들 대상으로 AI 실무역량 교육을 진행하는 서울캠퍼스도 운영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AI·SW(소프트웨어) 학사 전공 신설을 추진하고, 2027년에는 GIST 부설 AI 영재고등학교도 개교할 예정이다. 지난해말 국회 예산심의를 통해 AI영재학교 실시설계비 31억8000만원을 국비로 확보했다. AI영재학교가 설립되면 고등학교 과정부터 학사과정을 거쳐 석·박사과정(AI대학원)까지, 고급 AI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사다리가 완성된다.
-이런 인재들이 지역경제를 위해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있나.
▶지난 1월에 개소한 'GIST 홀딩스'를 비롯해 준비된 창업가를 배출하는 시스템과 구조로 재정비하고 있다. 홀딩스는 교내 유망기술 발굴과 지역 중소기업과의 기술사업화 지원을 통해 2030년까지 50개 출자회사를 설립하는 게 목표다. GIST 홀딩스 설립은 지난해 우리 원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열린 'GIST 비전 2053'의 핵심 목표인 유니콘급 기업 30개 배출 달성을 위한 첫걸음이다.
2014년부터 매년 여는 모의창업프로그램인 GSS(GIST Sprint for Startup)와 시장탐색지원사업인 '한국형 아이코어'(I-Corps, 공공기술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은 학생창업 지원 프로세스를 대표하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밖에 스타트업 나이트, AI&IoT 메이커톤대회, 광주창업포럼 등 학생창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지역기업과 교내 연구역량, 창업기업을 매칭, 상생할 수 있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기 위해 '산학협력협의체'도 직접 챙긴다. 그렇게 해야 젊은이들이 이 지역에 머물며 일할 수 있고 호남경제, 더 나아가 국가경제도 키울 수 있다.
-홀딩스 설립 이전에도 교내 창업 및 기술이전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최근 5년간 교원창업 20건, 학생창업 33건, 연구원 창업 7건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누적 기술이전 계약액만 621억원에 달해 한국창업보육협회가 평가한 '창업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교내 우수 창업기업으로는 국내 최고 펩타이드 기술을 보유하고 2016년 코스닥에 상장된 애니젠(생명과학부 김재일 교수), 2020년 코스닥에 상장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신약을 개발하는 지놈앤컴퍼니(의생명공학과 박한수 교수),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화학과 안진희 교수) 등이 있다.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도 추진한다고 들었다.
▶학교에 의료 분석 장비를 갖추려고 보니 90% 이상이 수입산이었다. 전 세계 최고 의료보장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나라에서 의료장비의 90%를 해외에 의존한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의료장비, 신약 등 보건의료산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과기의전원 설립이 필수적이라고 본 거다.
GIST 의생명과학과 교수 10명 중 절반은 MD-PhD(의과학자)이다. 이 비율은 어느 의과학대학원과 견줘도 높은 수치다. 과기의전원 설립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6년 트랙으로 3년은 의학, 나머지 3년은 과학을 전공하게 해 두 학위를 모두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실제 임상은 전남대 병원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정리=류준영 기자 joon@mt.co.kr 대담=임상연 미래산업부장 sy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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