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윤석열 정권 심판 바람…전문가 예측 총선 판세도 뒤집혔다
[주간 경향] 정당별 공천이 마무리되고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결과는 제각각이다. 주로 한 선거구의 조사 결과만 다루는 언론보도만으로는 전체 결과를 알기 어렵다.
전체추세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선관위가 운영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된다. ‘여론조사 결과보기’ 항목에서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전체 공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볼 수 있다.
여심위는 쏟아지는 각종 여론조사는 주간 단위로 요약해 보여주는 ‘한눈에 보는 주간 선거여론조사’도 매주 화요일마다 업데이트하고 있다.
총선 판세 예측, 어느 자료를 보면 될까
한계는 있다. 여심위에 등록된 자료의 세부 데이터는 통상 언론 공표를 한 뒤 24시간이 지나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시간으로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보려면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사에서 해당 뉴스를 참고해야 한다. 여심위 자료는 여론조사 결과별로 돼 있어 전체를 보려면 이 자료들을 다시 가공해야 한다.
간단히 확인할 방법도 있다. MBC와 서울대 박종희 교수팀이 수년 전부터 진행해온 프로젝트 ‘여론M’ 사이트에 들어가면 여심위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지도를 선거구별로 재구성한 실시간 현황판을 볼 수 있다. 여론M은 3회 이상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역을 바탕으로 추세를 보여준다.
3월 23일 오후 11시 기준 전국 254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앞서는 곳은 18군데, 국민의힘은 2군데, 경합지역은 15군데다.
사실 아직 한 번도 여론조사를 하지 않은 지역구가 많다. 왜일까. 결론이 정해진 곳이 많기 때문이다. 과학적 여론조사가 시작된 1987년 이후에 지지 성향이 바뀐 적이 별로 없는 곳은 굳이 조사할 필요가 없다. ‘비용 대비 효과’ 때문에 언론사 의뢰 공표 여론조사는 중복되더라도 격전지 여론조사로 집중된다.
역설적으로 여론조사를 다 하지 않더라도 판세를 추론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론M 현황판의 공란에서 어느 쪽이 당선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이번 총선 승자는
정치평론가나 선거컨설턴트는 어떻게 예측할까. 언론보도를 보고 감으로?
지난 3월 13일 국회에서 ‘22대 총선 전망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민주 142석, 국민의힘 141석, 조국혁신당 10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녹색정의당 1석, 진보당 1석’을 전망했다.
그러나 1주일 뒤, 김 대표는 예측을 바꿨다. ‘민주당 과반 이상 승(156석)’이다.
이유는 경기도에서 판세 변화다. 김 대표는 “지역구별로 하나하나 더해 내놓은 수치다. 역대 선거 결과를 전제로 하고 현재 여론조사와 후보들 경쟁력을 더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그가 내놓은 이번 선거의 전망은 ‘과반 정당 없는 계가(計家) 바둑’이었다. 대국이 끝난 후 서로 얻은 집(家)을 계산(計)해봐야 승부가 결정된다는 전망이었다. 그게 3월 하순으로 넘어가면서 바뀌었다.
“민심의 밑바닥엔 윤석열 정권심판이라는 용암류가 항상 흐르고 있었다고 봤다. 이게 바깥으로 분출되냐 마냐의 문제인데,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자진 사퇴, 이종섭 호주대사의 공수처 소환으로 다시 탄력을 받은 정권심판론이 확산하면서 수도권 민심, 특히 경기 판세를 바꿨다. 바람이 분 것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31 대 73’이 총선의 기본 출발 구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28석)과 제주(3석)를 더하면 31석인 반면 국민의힘은 대구·경북(25석)과 부산·울산·경남(40석), 거기에 강원도(8석)를 더한 73석을 거의 석권한다는 전제가 출발점이다. 민주당이 기본 30~40석을 지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충청과 수도권에서 모두 65~70%를 이겨야 한다. 당연히 쉬운 것은 아니다.”
최 소장은 지난해 12월 말 낸 <이기는 정치학>에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기긴 쉽지 않은 조건이라고 주장했는데 최근 방향을 수정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국면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을 나눠보면 크게 친명과 친문, 호남 3대 축으로 돼 있다.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으로 2월에 지지율이 하락하다 3월 초·중순이 되면서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비조지민’(비례는 조국혁신당·지역구는 민주당) 현상이 나타났다. 조국혁신당을 적극 지지하면서 민주당을 소극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선택지가 나타나면서 사실상 연합군의 형세를 가지게 됐다.”
3월 21일 그가 내놓은 전망예측치는 민주당 142석, 국민의힘 136석이다. 아직 판단 유보조항이 남아 있지만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심의 방향이 다시 정권심판론으로 기울게 하는데 대통령실 리스크에 더해 조국혁신당의 ‘선전’이 결정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는 대부분 정치평론가·선거컨설턴트들의 생각이 모인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고문은 “조국혁신당은 확신에 찬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설령 네거티브 이슈가 나오더라도 지지율이 쉽게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투표일이 임박하면 거대 양당 위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비례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사람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주간경향은 정치평론가·선거컨설턴트·여론조사 회사 대표 등 8인의 전문가에게 예측 판세를 물었다. 3명의 평론가가 국민의힘 승리를 예측했고, 5명의 평론가가 민주당의 승리를 예측했다. 그러나 의석수에서 20석 이상 큰 차이를 예상하는 경우는 처음엔 국민의힘 대승을 예측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밖에 없었다(민주당 117·국민의힘 167).
3월 21일 오후 6시 기사 마감 시점을 두고 전문가들이 알려온 ‘수정치’에서는 전반적으로 민주당 예상 의석수가 올라갔다. ‘과반 정당 없는 계가 바둑’을 주장하던 김능구 대표도 이날 오후 경기도 판세변화에 기인한 민주당 과반을 예측하는 수정치를 보내왔다.
ARS 여론조사, 야당 지지자 편향 있다?
“지금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 김장수 장산정책연구소장의 말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138석, 국민의힘 145석으로 국민의힘이 이길 것을 예측했다. 그는 선거제도와 스윙보터(부동층) 연구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여론조사 전문가다. 김 소장은 “지난 대선 막판에 여의도연구원은 윤석열 후보가 12% 앞설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냈다. 민주당 정책기관인 민주연구원이 따로 반박하지 않은 걸 보면 비슷한 결과치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당이나 비공표 여론조사를 하면서 ARS를 썼는데 ARS 자체가 ‘친야편향(bias)’이 강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는 윤석열 후보가 야당이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정확도가 높았던 대선 결과 예측에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은 지난 대선이 처음이었다. 그는 ‘불평불만이 강한 야당 성향’이 ARS 여론조사 응답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지역구 여론조사 500 샘플(표본오차±4.4%포인트) 대부분이 ARS로 이뤄지는데, 지난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된 민주당 지지층이 지속해서 적극 응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예측은? ‘국민의힘이 과반 가까이 차지하는 1당’이 되리라는 것이다.
“데이터를 여러 차례 검증해봐도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이기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투표일 1주일 앞두고 최종표심을 결정하는 중도층이 30~40%에 달한다”라며 “반윤·반명 정서 모두 각 당 지지층에게는 통할지 모르지만 결국 승패를 가를 중도층을 다 잡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만 놓고 보면 결국 승패는 약 40개의 승부처 결과에 따라 갈라지는데 여기서 양당이 차지하는 의석수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은 대진표가 짜인 초기라서 어느 누가 얼마만큼 가져가리라 판단하기엔 조금 이른 시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거 총선은 ‘여론조사의 무덤’으로 불렸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실시한 출구조사 조차 승자 예측에 실패한 사례가 빈번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총선은 지역구가 많으니 표본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무엇보다 결과 예측이 어려워진 가장 큰 요인은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출구조사 결과에 어떻게 반영할까를 두고 벌어진 딜레마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전투표 시행 초기엔 조작 의혹 등을 주장하는 보수층이 소극적으로 응한 반면, 최근 몇 년 사이에 보수층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출구조사 가중치 부여에 난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험치가 덜 쌓여 아직은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자료가 축적되면 보다 정교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에 따르면 판세 예측에서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지표는 아파트값과 지지 정당의 상관관계다. 아파트값이 높은 지역일수록 국민의힘 득표율이 높아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선거별로 양당 지지율과 아파트값을 회귀 분석해보면 2016년 총선까지만 하더라도 약한 상관관계였는데 지난 2020년 총선에는 상당히 높아졌다. 서울은 여전히 아파트 선거구도다. 국민의힘이 그런 이슈를 잘 선점해왔는데 곧 시행되는 노후주택 특별법 적용대상이 강남과 수도권 1기 신도시를 포함한 200만~300만 세대다. 정부나 국민의힘은 그런 이슈들이 서울 수도권 고가 아파트단지에 작동될 것을 알기 때문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큰 표 차로 승리할 것이라는 판세 예측을 유지하고 있는 엄경영 소장은 “현재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에도 강성 민주당 지지층 표심이 과다 반영되고 있어 실제 뚜껑을 열면 민주당이 이긴 걸로 조사된 지역구에서도 ‘이변’이 속출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투표 의향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조국혁신당도 “4050을 투표장에 견인하는 효과는 있지만 2030 표심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부 민주당 지역구에서 투표율 상승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크게는 비례대표 의석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나눠 가지는 효과 이상의 시너지는 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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