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유치 경쟁 ‘新삼국지’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동북아시아 국가의 저출산 경향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지만, 주변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싱가포르는 2023년 0.78명을 기록하면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 됐고, 대만도 2022년 0.87명을 기록하면서 합계출산율 0명대 국가에 합류했다. 2022년 합계출산율 1명을 기록한 중국의 경우 조만간 0명대 합류가 확실시되고 있다. 오랫동안 고령화와 저출산을 겪어온 일본이 1.26명으로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양질의 노동력에 기반한 경제성장의 기적을 써내려온 동북아 국가들에 큰 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급여 면에서 한국이 일본·대만보다 유리
동북아 국가들은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위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숙련기능(E7)의 경우 기존 4만 명에 올해 신규로 3만5000명을 추가로 유치할 수 있도록 정원을 확대했다. 비전문취업(E9) 역시 현행 30만3000명에 더해 2024년 16만5000명을 증원했고, 계절근로(E8)의 경우 현행 1만2000명을 4만9000명으로 증원하면서 대대적인 외국인 인력 도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많은 이가 우리나라의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 근무환경으로 인해 인력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다. 압도적으로 높은 임금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특별한 숙련도가 요구되지 않는 E9의 경우 임금 수준이 월평균 242만원이지만, 일본은 189만(비숙련)~220만원(숙련) 수준이다. 대만의 경우 비숙련 노동자를 기준으로 할 때 월평균 127만원으로 가장 낮다.
덕분에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인력 확보 노력도 2023년부터 크게 달라지고 있다. 2023년 10월을 기준으로 일본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는 약 200만 명 규모다. 일본이 목표로 하는 연평균 1.24% 성장을 2040년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674만 명의 인력이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향후 400만 명 이상의 유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외국인 노동자를 연수생으로 고용해 저렴한 임금을 지불하면서 활용해 왔다. 명목상으로는 기술 이전을 통한 국제 공헌이지만, 실제로는 저렴한 인력 확보 수단이었다. 하지만 낮은 임금과 이직 제한 등으로 인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자 2023년 10월 외국인 연수생 제도 개혁안을 발표했다. 1년 이상 근무하면서 기본기능시험과 일본어 시험을 통과할 경우 전직을 허용하는 것과 더불어 12개 업종에 대해서는 연수생이 고급기능시험을 통과할 경우 특정기능 1호 자격을 부여해 5년 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인력난이 심각한 조선업과 건설업의 경우 특정기능 2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 체류 기간에 대한 제한 없이 가족을 동반해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정책 변화에 대해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 임금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해 외국인 인력을 육성하고, 이들 외국인과 공존하는 사회로 변화하는 것이 목표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외국인과 공존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불가피함을 인정한 것이다. 2024년 일본 정부는 향후 5년에 걸쳐 현재의 2배 이상인 82만 명에게 '특정기능' 자격을 부여할 계획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구분해 보면 농·어업 부문 28만3000명, 건설 부문 18만2000명, 제조업 부문 17만3000명, 간병 등 복지 부문 17만2000명 등이다. 특정기능 제도는 2019년 34만5000명 정원으로 시작됐지만 2023년 11월 기준으로 20만 명에 머무르고 있어 계획대로 외국인 노동자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
일본이 외국인 노동자를 확보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과거처럼 일본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기 디플레이션에 따라 임금 수준이 한국에 비해 낮아졌고, 엔화 환율 약세가 지속되면서 실익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일본 정부는 임금 인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함과 동시에 살기 좋은 일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련 정책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동남아 국가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일본어가 서투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의사소통 장벽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어 학습 환경을 정비하고, 일본 사회와의 공생을 위해 지자체, 기업 등이 공동 노력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2020년 발표된 이민통합정책지수(MIPEX)에서 56개국 가운데 한국은 18위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1위를 기록하는 데 비해 일본은 35위에 머무르고 있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일본 내부의 지적이다.
대만 역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73만40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지만, 40만 명 이상이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만 정부는 2023년에 6년 이상 대만에서 근무한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중간숙련인력으로 분류하고, 5년을 추가로 근무할 경우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대만 소재 전문대 등에서 학업을 마치고 연봉 1260만원 이상을 받는 직장에 취업할 경우 즉시 중간숙련인력으로 간주해 5년 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업종별 외국인 채용 한도도 일괄적으로 5%씩 상향하는 등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대만에 입국해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일본보다도 한참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인해 외국인들의 선호도가 급속히 낮아지고 있어 대만 정부 및 산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제 충분한 외국인 노동력 확보는 동북아 국가들 사이에서 국가의 생존과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통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기술 전수를 통한 산업 분야의 존속과 경쟁력 유지에 외국인 노동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비판에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일본, 대만에 비해 노동력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오래 체류하고 기술 습득을 통해 산업 경쟁력 유지와 강화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차별 없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해 줌과 동시에 외국인들과 공존·공생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할 때가 된 것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동거녀가 프랑스로 보낸 ‘김치박스’로 이인광 회장 잡았다 - 시사저널
- [단독] 이언주,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 시사저널
- “이거 너지?”…女화장실 불법촬영 20대男, 공개수배 되자 생긴 일 - 시사저널
- ‘소속사 대표가 성폭행’ 무고한 걸그룹 출신 BJ, 철창 신세 - 시사저널
- 증상 없는 감염병, 조용히 日 덮쳤다…‘치사율 30%’ - 시사저널
- 1살 아기를…기저귀 터지도록 때려 사망케한 친모와 공범 - 시사저널
- 성관계 대가 못 받자 동거남 잔혹 살해한 그 남자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시사저널
- 왜 대중은 아직도 트로트에 화답할까 - 시사저널
- ‘왜 살이 쪘지?’…일상에서 ‘야금야금’ 살 찌는 습관 3 - 시사저널
- ‘배고파서 잠이 안와’…살 안 찌는 야식 3가지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