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발로 부순다” 바다에서 北 지휘부 파괴할 ‘K-벙커버스터’ 위력은 [박수찬의 軍]
한국군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시도에 나선다. 군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 내륙 표적을 파괴하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22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제16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함대지 탄도미사일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휴전선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발사하는 것 외에는 없었던 기존의 탄도미사일 공격 방식에서 벗어나 동해에서도 북한 내륙을 공격할 방법을 추가로 확보, 북한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방식으론 한계 뚜렷
일반적으로 군함에서 해안 깊숙한 곳의 지상 표적을 공격할 때에는 순항미사일을 활용한다.
비행거리가 매우 길어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쏜다. 명중률이 높아서 표적을 정확히 타격하고, 불필요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한국 해군도 해 전술함대지 순항미사일을 운용한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한국 해군 도산안창호급처럼 잠수함에 탑재되는 사례는 있었지만, 수상함 탑재는 시험 목적을 제외하면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상함에도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순항미사일의 위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순항미사일은 명중률이 높지만, 속도가 느리고 파괴력이 약하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던 CNN 특파원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을 카메라로 포착해 방송한 적이 있다. 그만큼 느리게 날아간다는 의미다. 이는 적군의 요격 시도에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요 시설을 지하에 건설하거나 강화 콘크리트로 만드는 추세가 강해지는 것도 순항미사일의 위력을 떨어뜨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 만든 지하시설은 순항미사일이나 지상군 포격으로는 파괴하기가 어렵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형태의 방공망을 구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 방공무기 개발에도 투자를 진행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비롯한 주요 핵심 전략시설은 대부분 지하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미사일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군은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예하에 다수의 현무 탄도미사일 부대를 운용중이다. 이들 부대는 휴전선 이남 전역에 분산 배치되어 있다.
유사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공간과 경로도 확보해야 한다. 보안 유지를 위해 일정 범위 내에는 시가지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전국에 걸쳐 도시화가 높은 수준에서 진행된 현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요건을 갖춘 곳을 추가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처럼 바다에서 탄도미사일을 쏘는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에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장착하면, 3개 포대를 추가하는 효과가 있다. 북한군 공격에 대한 반격 개념이 강한 SLBM과 더불어 북한군에 대한 1·2차 공격능력을 모두 갖추는 셈이다.
이번에 개발될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육군이 쓰는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성능은 비슷하지만, 사거리는 더 늘어나는 형태다.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벙커나 강화콘크리트를 사용한 군사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선 강력한 관통력이 필요하다.
KTSSM의 관통력은 검증됐고, 사거리 연장 기술도 KTSSM-Ⅱ 등을 통해 확보한 만큼 군함에서의 운용 최적화 기술 개발 여부 등이 중점이 될 전망이다.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정조대왕급 이지스함,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에 설치되는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Ⅱ에서 발사될 것으로 보인다.
KVLS-Ⅱ에서 쏘아올려진 미사일은 동체 하부에 부착된 부스터에 의해 일정 고도까지 상승한다. 이후 엔진이 점화하면 표적까지 비행, 타격한다.
표적이 가까워졌을 때에는 감속 기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낙하하면 탄두가 지하로 파고들지 못한 채 지표면에서 폭발할 위험이 있다.
정조대왕급 이지스함보다 더 많은 양의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미 해군이 시도했다가 백지화했던 미사일 발사함정 ‘아스널 쉽’의 한국판인 합동화력함이다.
합동화력함은 함대지 미사일을 대량 탑재, 지상 공격을 진행하는 ‘떠다니는 미사일 기지’다. 개전 초 적 미사일 공격에 지상의 아군 주요 군사시설이 피해를 입을 것에 대비해 해상에서 반격을 준비하는 함정이다.
합동화력함은 지난해 4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합동화력함 개념설계 사업자로 선정됐다. 개념설계는 기초적인 설계 단계다. 이후 설계에 대한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건조를 한다.
같은해 6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한화오션은 합동화력함 모형을 선보였다.
당시 공개됐던 모델은 만재배수량 8000t, 길이 150m, 폭 20m, 깊이 9.5m였다. 함포를 제거한 형태였다.
드론 공격에 대비해 레이저포 탑재를 검토하며, 레이더 반사면적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적용한다. 미사일 운용을 위한 함정 안정성과 합동교전능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
원통형 수직발사대는 콜드론칭 방식을 채택한 2단 함대지 탄도미사일 운용 가능성이 있다. 탄도미사일이 장거리 비행능력을 갖추려면 탄두중량과 추력이 커야 한다.
이는 미사일 발사 시 엔진에서 고온·고압의 가스가 대량 분출된다는 의미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군함의 안전에 위협을 미치는 요소다. 발사대에서 튀어올라와서 일정 시간 후 엔진을 점화하는 콜드론칭은 함정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
함미엔 발사 전 기립되는 대형 미사일 발사대 4개와 위성발사대 1개가 있다. 다만 합동화력함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사일 종류나 수량, 장비 위치 등이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
현재 개발 작업이 본격화된 함대지 탄도미사일과 더불어 합동화력함이 만들어지면, 한국군의 전략적 타격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탑재, 한반도 유사시 대북 타격작전에 활용할 옵션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반면 깨지기 쉬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처럼 많은 수량의 공격용 미사일을 특정 함정에 집중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축함보다 방어력이 취약한 합동화력함이 격파되거나 무력화되면 화력 투사량이 급감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동화력함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보다는 구축함 등의 함정에 화력을 골고루 분산해 함정의 전투력을 강화하고, 함정이 몇 대 격파됐을 때도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찬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합동화력함 건조를 둘러싸고 군 당국의 정책적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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