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할 때도 부르지 마세요”…‘말’ 안 되는 요즘 술집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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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술집.
안으로 들어서자 잔잔한 음악 소리만 흐를 뿐 적막이 가득했다.
주문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나 메모로 해야 하는 등 '말'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무음 술집을 방문한다는 직장인 김수진(34)씨는 "보통 술집에 혼자 가면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대화를 걸어오는 이들도 종종 있다"며 "이런 곳에서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 사색이 필요할 때 일기장을 들고 자주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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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부르기 없기^^;’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술집. 안으로 들어서자 잔잔한 음악 소리만 흐를 뿐 적막이 가득했다. 자리에 앉은 후 직원이 쓰윽 내민 메뉴판을 받자 맨 앞장에는 이곳에서 지켜야 하는 안내사항이 적혀있었다. ‘메뉴 주문과 신청곡은 꼭 카카오톡 메시지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보내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일행 간 대화가 불가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함께 온 한 연인들도 앞만 바라보며 음악을 즐길 뿐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이곳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 속 사람에게 치이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침묵’ 카페를 운영 중인 정윤영(53)씨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데 옆 사람에 따라 ‘복불복’이 되는 날들이 있지 않느냐. 혼자 온 손님들이 눈치 보지 않고 즐길 곳이 필요했다”며 “저같이 내향형인 사람들을 위해 직접 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문객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무음 술집을 방문한다는 직장인 김수진(34)씨는 “보통 술집에 혼자 가면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대화를 걸어오는 이들도 종종 있다”며 “이런 곳에서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 사색이 필요할 때 일기장을 들고 자주 온다”고 말했다. 매장 방명록에도 ‘혼자 있지만 외롭지 않은 느낌이다’ ‘이런 곳이 꼭 필요했다’ ‘저처럼 힘든 분들 위로받고 가시길 바란다’ 등의 긍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다만 이런 콘셉트에 익숙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서비스가 부족한 것 아니냐’ ‘인스타그램 등을 하지 않거나 어려운 세대는 어떡하냐’ 등의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욕구가 있어서 완전히 고립되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지만, 요즘 SNS가 발달해 ‘과잉 관계’ 시대가 되며 이것에 대한 피로감도 함께 느끼게 된 것”이라며 “업주들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줄이고 소위 ‘진상’ 손님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돈을 지불한 소비자 입장에서 서비스가 불친절하거나 비인간적이라 느낄 수 있으니 사전 안내가 전제돼야 한다”며 “불편을 느끼는 어르신 세대나 외국인 등을 고려한 타깃층 설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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