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J-35가 F-35보다 낫다?...화려한 숫자로 과장한 中의 허위 광고

최유식 기자 2024. 3. 24. 0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유식의 온차이나]
홍콩 친중매체, “중국 개발 J-35 전투기 최고 속도, 스텔스 성능 등 F-35 앞선다” 주장
미국·대만 군사 전문가 “믿을 수 없는 해외 판촉용 수치, 엔진 결함 해결했는지 의문”

최유식의 온차이나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1059

3월초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J-35 스텔스 전투기 시제기의 모습. F-35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 '짝퉁 F-35'로 불린다. /웨이보

중국이 연초부터 자국 군수업체 선양항공기가 개발 중인 스텔스 전투기 J-35 자랑에 바쁩니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를 거의 그대로 베껴 ‘짝퉁 F-35′로 불리는 기종이죠.

J-35는 지난 2월 초 랴오닝호 항모 갑판 위에 방수포를 쓴 모형의 형태로 등장했습니다. 이어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항모 주변에서 비행 중인 J-35 시제기를 찍은 사진도 올라왔어요. 홍콩의 친중 매체인 문회보는 2월 19일 “J-35는 최고 속도, 레이더 반사면적, 엔진 성능 등에서 F-35를 앞선다”면서 “F-35 스텔스 전투기 독주시대를 끝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짝퉁 F-35′가 진짜 F-35보다 더 낫다는 주장을 한 셈이죠.

이 보도가 중화권에서도 화제가 되자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3월 16일 J-35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를 다뤘습니다. 서방과 대만 군사전문가 사이에선 “중국이 주장하는 화려한 성능 수치는 해외 판촉을 위한 것으로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고질적인 전투기 엔진 문제는 제대로 해결했는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왔어요.

◇“숫자는 화려하지만…”

문회보 보도를 보면 J-35의 최고속도는 마하 2.2로 F-35의 마하 1.5보다 빠릅니다. 스텔스기 성능을 좌우하는 레이더 반사면적도 정면 기준 0.01㎡로 F-35의 0.5㎡보다 작은 것으로 나와요. 레이더로 포착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겁니다. 이륙중량도 35톤으로 F-35의 32톤보다 무거웠어요. 작전 반경은 1350㎞, 무기 적재량은 8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대로라면 F-35보다 성능이 더 좋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또 단순하게 수치로만 비교할 일이 아니라는 전문가도 있었어요. 최고 속도만 해도 조종 안정성, 연료 소비량, 무장 탑재량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가장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부분은 엔진이었어요. J-35는 단발엔진인 F-35와 달리 중국이 자체 개발했다는 WS-19라는 엔진 2기를 장착했다고 문회보는 전했습니다.

선양항공기가 J-35에 앞서 개발한 J-31 전투기는 미그-29에 들어간 러시아산 RD-33 터보 팬 엔진을 베껴 만든 WS-13 엔진 2기를 장착했죠. 하지만 F-135엔진 하나를 단 F-35에 비해 무게는 더 나가고 출력은 떨어졌습니다. 러시아 엔진을 복제한 중국산 전투기 엔진은 미국산과 비교하면 출력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죠.

지난 2월 다롄조선소에서 성능 개선 작업 중인 랴오닝호 항모 갑판 위에 등장한 J-35 스텔스 전투기 모형(왼쪽 위 붉은 원 안). 이 전투기가 랴오닝호의 함재기가 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문회보

◇미 전문가 “F-35와 비교 불가”

이런 평가를 의식한 듯 중국 측은 J-35에 그보다 성능이 더 좋은 자국산 WS-19 엔진을 탑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만 국가안보연구소의 군사전문가 양이쿠이는 “작년 3월 중국 언론에 WS-19를 여전히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면서 “1년 만에 연구개발에 성공하고, WS 시리즈 엔진이 가진 결함을 해결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얘기”라고 했어요.

무장탑재량에 대한 설명도 애매합니다. 스텔스기는 레이더 노출을 우려해 미사일을 내부 무장창 안에 넣죠. 중국은 여기에 대한 정확한 설명 없이 내부 무장창과 날개 장착분을 합쳐서 총 8톤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설명했습니다. 뤄칭성 대만국제전략학회 사무총장은 “스텔스기가 제대로 작전을 하려면 외부 날개에 미사일을 장착할 수 없는데 중국 매체는 고의로 합쳐서 최대 무장 탑재량을 잡았다”면서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어요.

경험 부족 문제도 거론됩니다. 미국의 국방 전문가 벤 루이스는 “미국은 냉전시대부터 스텔스기를 연구해왔지만, 중국은 경험이 제한돼 있다”면서 “J-35의 최종 성능이 어느 정도가 될지 모르지만 F-35와 비교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어요.

F-35만 해도 2006년12월 첫 시제기가 날아올랐지만, 18년이 지난 올해 초에 완성형인 블록 4 버전 개발이 끝나 완전 가동 생산에 들어갑니다. 2700명 이상의 조종사가 70만 시간 이상을 비행하면서 엔진 등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최신 기술까지 반영하면서 단계적으로 성능 개선을 한 거죠. 스텔스 전투기 개발은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J-35 스텔스 전투기의 제원. 홍콩 문회보 보도를 정리한 것이다. /웨이보

◇미국은 6세대 NGAD 개발 총력전

중국은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를 따라잡았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미국의 관심은 6세대 공중지배 전투기(NGAD) 개발에 쏠려 있어요.

네트워크로 연결된 유인전투기와 무인전투기를 지휘하면서 제공권을 장악하는 전투 지휘 플랫폼을 만드는 일입니다. 미국 군사 전문지 에어포스 테크놀로지는 3월 8일 “2030년부터는 NGAD가 최강 스텔스 전투기 F-22를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썼어요.

미국은 J-35의 성능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지만, 중국이 최신 전투기 숫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 대해서는 신경을 쓰는 분위기입니다. 중국 내에서는 J-35 전투기 개발이 완료되면 항모용으로 200대, 공군 전투기로 400대가량을 생산할 것이라는 말이 나와요. 이런 중국군의 물량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미국의 고민인 듯합니다.

미국이 2030년 F-22 스텔스 전투기 대체를 목표로 개발 중인 6세대 스텔스 전투기 NGAD의 상상도. /미 공군

최유식의 온차이나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1059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