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묶인 채 입술 파르르…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누군가 730만원 준다 했다”

박선민 기자 2024. 3. 2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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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모스크바 테러범 신문 상황'이라며 23일 올린 영상. /텔레그램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의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22일 (현지 시각) 총격·폭탄 테러 발생해 사망자가 100명 넘게 발생한 가운데, 일부 용의자의 신문 영상이 공개됐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23일 텔레그램에 “테러범의 신문 풀버전을 공개한다”며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러시아어로 진술 중인 3분 남짓 길이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용의자 추정 남성이 결박된 채 엎드려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군복을 입은 당국 관계자가 머리채를 잡아 얼굴을 들어올린 상태다. 이 관계자는 여러 질문을 이어가다, 남성을 강제로 일으켜 앉혔다. 그러자 남성의 옷차림과 얼굴 등이 더욱 자세히 드러났다.

남성은 몸을 덜덜 떨며 신문에 응했다. 나중엔 입술까지 파르르 떨어 발음이 뭉개질 정도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 4일 터키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으며, 텔레그램을 통해 누군지 모르는 인물로부터 돈을 받고 공격을 수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독립 매체 메두사는 이 남성의 발언을 더욱 자세히 보도했다. 이를 보면, 이 남성은 “이름도 성도 모르는 누군가 50만 루블(약 73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들이 무기를 제공했으며, 사람을 죽일 장소도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시모냔은 4분 길이 남짓의 다른 용의자 추정 남성 영상도 공개했는데, 그 역시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였다. 이 남성은 타지크어로 질문에 답변했다. 옆에서 통역사가 실시간으로 남성의 답변을 번역해 주는 모습도 담겼다.

신문 중 몸을 덜덜 떨고 있는 용의자 추정 남성. /텔레그램

다만 시모냔이 공개한 영상 속 남성들이 실제 용의자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시모냔은 이 같은 영상들을 올리며 테러 공격으로 사망자가 143명으로 늘었다고도 전했다. 이 수치가 러시아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러시아 조사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사망자 수는 115명이다. 로이터통신은 “시모냔은 사망자 수가 143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지만, 정보의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가디언도 “시모냔이 사망자 수가 14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지만, 수치에 대한 공식적인 출처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조사위는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이 사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 핵심 용의자 4명은 모두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는 약 100㎞ 떨어진 곳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테러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조사위가 먼저 “테러범들이 공격 직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으며,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가졌다”고 했고,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테러범들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온라인상에는 테러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들이 확산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용의자들이 공연장에 들이닥쳐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겼다. 기둥 뒤나 구석에 숨은 시민을 수색하듯 찾아내 쏘거나, 이미 총을 맞고 쓰러진 사람에게 집중포화를 퍼붓기도 했다.

미국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보 당국이 ISIS-K가 모스크바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ISIS-K는 IS 지부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로, 공공시설에 대한 무차별적 테러로 악명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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