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디단 밤양갱’, 양고기도 없는데 왜 양갱(羊羹)일까? [미드나잇 이슈]
국물 사라지고 갈근 넣어 단맛…과자로 변신
연양갱 19세기 확대…2차 대전 때 군용 간식으로
한국엔 20세기 초 전해져 광복 후 공장서 생산
‘밤양갱’ 열풍 타고 ‘할매니얼’ 트렌드 간식으로
장기하가 만들고 비비가 부른 ‘밤양갱’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밤양갱은 밝은 왈츠 선율에 감미로운 비비의 목소리가 실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 같은 느낌을 주는 곡이다. 지난달 13일 음원이 공개된 뒤 4주 연속 음원차트 1위를 달렸고, 소셜미디어(SNS)에선 각종 패러디물이 양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양갱이란 간식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일단 양갱의 이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갱의 한자 표기는 羊羹이다. 직역하면 ‘양고깃국’이라는 뜻이다. 밤, 팥, 녹두 등 앙금에 설탕과 한천을 넣어 굳힌 간식에 어쩌다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내용물에 양고기를 넣은 것도 아니고, 국물요리도 아닌데 말이다.
원래의 양갱은 중국 요리로, 진짜 양고기를 넣은 국이었다. 중국의 ‘송서’(488년 편찬)에는 남북조시대에 동진의 장수였던 모수지가 초기 북벌 과정에서 북위에 포로로 잡혔을 때, 당시 북위의 천자였던 세조 태무제에게 양갱을 만들어 바쳐 태무제가 기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양갱이 등장하는 최초의 기록이다.
이 양고깃국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양고기가 빠지게 된다.
양갱에 관한 일본 최초의 기록은 무로마치 시대 초기(1300년대 후반)에 쓰인 ‘정훈왕래’(庭訓往来)의 간식에 관한 부분에 등장한다.

일본에서 사찰음식으로 시작된 양갱은 귀족과 무인 계층에도 전해졌다. 주로 연회 요리로 제공되었는데 초기엔 국물이 있었으나 점점 국과 건더기가 분리됐다.
이후 서양에서 설탕이 전해지면서 설탕을 넣은 달콤한 양갱이 생겨났다. 다도가 유행했던 에도시대 양갱은 차와 함께 즐기는 다식으로 먹다가 과자로 정착됐다.

초기 양갱은 팥, 밀가루, 설탕 등 반죽을 쪄서 만들었다. 1700년대 중반 이후에야 한천을 사용해 굳히는 연양갱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한천을 넣은 양갱은 식감이 부드럽고 적당히 탄력이 있으며, 저장 기간이 길어 인기를 얻었고 1800년대 중반부터 양갱의 주류가 됐다.
메이지 혁명은 양갱의 역사에도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1800년대 후반 산업이 발전하면서 양갱 제조 공정이 개선되고 제품이 다양해졌다. 교통망의 발달과 함께 관광객이 생겨나자 일본 각지에서 기념품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지역의 고유 양갱이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양갱은 열량이 높아 영양 보충제로도 인기가 있었다. 1937년엔 고무 재질로 포장해 유통기한을 늘린 양갱이 개발돼 전쟁에 나선 군인들의 간식으로 보급됐다.
현재는 양갱의 기원지인 중국에서도 양갱을 양고깃국이 아닌 일본의 대표 과자로 여긴다.

다만 “초기 양갱은 중국에서 양고기 국을 식혀 젤리처럼 만들었던 것”이었다는 등 디테일에 차이가 있거나, “원래는 중국음식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는 일제강점기 때 화과자의 일종으로 양갱이 들어왔다. 해태제과는 1945년 광복 후 일본인 공장주가 버리고 간 양갱 공장을 인수해 연양갱을 만들기 시작했다. 군것질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어르신 간식’으로 치부됐던 양갱은 2024년 ‘밤양갱’ 바람을 타고 MZ세대의 ‘픽’을 받아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간식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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