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횡령에 망할 줄만 알았더니” 직원을 700명이나 뽑는다고?

2024. 3. 2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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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템임플란트 채용 면접 모습[오스템임플란트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2200억원.’

역대급 횡령 사건이 터졌고, 재기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까지 나왔다. 이후 사모펀드에 팔렸고, 자진해서 상장 폐지도 단행했다.

그랬던 회사가 올해에만 신규 직원 700명을 채용한다. 굵직한 대기업에 비해선 작은 규모일 수 있지만, 치괴용 의료기기업계란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채용이다. 실적도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반전이다.

치과 기자재 기업 오스템임플란트는 최근 올 해 신규 직원 채용을 700명 수준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이 1년에 700명을 채용하는건 사실 쉽지 않다”며 “오히려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서는 회사도 많은 긴축 상황에 눈에 띄는 채용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원래 매년 200~30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해 왔다. 올 해 평소보다 2배 많은 직원을 채용하기로 한 배경에는 해외 사업 호조가 있다. 회사는 해외 진출 국가 수가 늘면서 영업 직원에 대한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해외 박람회 부스[오스템임플란트 제공]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해에만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에 법인을 신설, 누적 35개 해외법인을 확보했다. 2026년까지 그 수를 5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해외법인 중에서도 북경, 미국, 러시아, 튀르키예, 인도 등 10곳은 집중 육성법인으로 현재 1300명 수준인 법인 총 영업인원을 연내 1700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해외를 중심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디지털 치과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영업력과 제품력을 획기적으로 배가할 필요가 있어 영업 및 R&D 분야 채용을 적극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연내 국내외 오스템임플란트 임직원 수는 7000명 수준에 이르게 된다.

해외 인력 확충은 그만큼 해외 사업이 잘 돼가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해 1조2000억원 매출에,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 중 특히 해외 매출 증가세가 뚜렷했다. 해외 매출액은 79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2017년 처음으로 50%를 돌파한 이래 매년 꾸준히 상승하며 지난해엔 66%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마곡 중앙연구소[오스템임플란트 제공]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포화 상태에 이르러 저가 경쟁이 심해진 국내 시장과 달리 해외 시장은 임플란트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다”며 “특히 미주 지역 등에서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임플란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높은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의 한국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이런 성장은 2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난 2022년 새해부터 역대급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큰 이슈가 됐다. 회사 자금관리 팀장이 무려 2215억원이라는 회사 돈을 빼돌린 사건이었다. 당시 이 금액은 회사 자본금의 108%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었고 당시로서는 그 때까지 있었던 횡령 사건 중 규모가 가장 컸다.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을 횡령한 이모씨가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연합]

이 사건으로 회사는 주식거래가 중지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까지 받게 된다. 이후 행동주의 펀드 KCGI가 경영권을 노렸지만 창업주인 최규옥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사모펀드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에 팔았다. 이후 사모펀드가 회사 인수를 위해 공개 매수를 진행했고 지난 해 상장 16년 만에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됐다.

이런 내부 잡음에도 회사 사업은 순항 중이다. 회사는 임플란트는 물론 치과용 재료와 의료장비, 의약품, IT 제품, 교정, 인테리어까지 치과 토털 프로바이더(Total Provider)를 지향하고 있다. 치과와 관련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며 확실한 수익 창출 구조를 구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스템은 역대급 횡령 사건으로 큰 위기에 처했었지만 치과사업에 있어서는 막강한 영업력과 토탈 서비스 개념으로 매년 성장하는 기업”이라며 “최대주주인 사모펀드가 이 회사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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