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162G 다 안 뛴다" 왜?…1520억 귀한 몸, SF 감독의 특급 배려다

김민경 기자 2024. 3. 2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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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특급 대우를 받은 만큼 특급 관리 대상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가 데뷔 시즌을 보내는 만큼 충분한 휴식을 주겠다고 했다. ⓒ 연합뉴스/AP통신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메이저리그에서는 빠른 발을 활용한 플레이를 더 자주 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지금 시점에 우리는 좌타자 외야수만 3명이 있는데, 이들 모두 162경기를 다 뛰진 않을 것이다. 이정후도 마찬가지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구단이 이정후(26)를 영입했을 때부터 큰 기대감을 보였다. 몸값을 보면 당연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520억원)에 계약하며 깜짝 놀라게 했다.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포스팅 비용 1882만5000달러(약 253억원)까지 더하면 샌프란시스코는 1억3000만 달러 이상을 쓰는 셈이다. 이정후는 빅리그에 진출하자마자 구단 내 연봉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멜빈 감독은 꾸준히 이정후를 "개막전 1번타자 중견수"라고 언급했다. 이정후가 KBO리그에서 보여준 천재적인 콘택트 능력과 빼어낸 출루율, 그리고 빠른 발까지 더해지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리드오프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이정후는 KBO리그 7시즌 통산 타율 0.340(3476타수 1181안타)으로 역대 1위(3000타수 이상 기준)에 오른 타자고, 출루율도 0.407에 이른다.

미국 언론은 다만 이정후의 도루 성적을 미스터리하게 여겼다. 시범경기 동안 주루 플레이를 지켜보면 발이 아주 빠른 편에 속하는데, KBO리그 통산 69도루에 그쳤기 때문. 한 시즌 최다 도루는 2019년 13개로 평소 도루를 즐겨 하는 선수는 아니다. 이정후의 주력을 확인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의아해할 수 있는 수치다.

멜빈 감독은 이와 관련해 "내 생각에 이정후는 베이스에서 조금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분명 스피드가 있는 선수다. 발목 부상이 있었고, 그래서 내가 알기로는 지난해는 구단(키움 히어로즈)이 그가 조금 더 조심하길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지켜본 바로는 그는 발이 빠르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무얼 더 할 수 있는지 지켜보려 한다"고 이야기하며 1번타자로서 도루와 기민한 주루 플레이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했다.

멜빈 감독은 23일(한국시간) 미국 현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개막전 베스트 라인업을 이야기하면서 역시나 "이정후는 1번타자 중견수"라고 못을 박았다. 다만 데뷔 시즌부터 162경기를 모두 뛰게 할 생각은 없다. 전적으로 이정후를 배려한 결정이다. KBO리그는 한 시즌에 144경기 체제로 치러지는데, 18경기 차이는 결코 적지 않다. 김하성(29,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2021년 처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경기 수 차이에 따른 체력 문제가 분명 있다고 언급했다.

멜빈 감독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지역 라디오 'KNBR 680'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베테랑 외야수 오스틴 슬래터의 부상 이탈을 이야기하면서 이정후 활용 계획까지 밝혔다. 슬래터가 이번 비시즌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유망주 루이스 마토스가 개막 26인 로스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마토스는 2002년생으로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해 76경기를 경험했다.

멜빈 감독은 "슬래터에게 많은 게 달려 있다. 그리고 어제(22일) 약간 차질이 생겼다. 그는 오늘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그를 지명타자로 활용하려 했으나 그는 여전히 수술 뒤 회복하는 과정에 있고, 매끄럽게 (재활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몇 경기는 뛰게 할 수 있었는데, 그를 바로 빼야 했다. 여전히 통증이 조금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토스가 어떻게 될지는 슬래터에게 달려 있다. 지금은 슬래터가 개막 때까지 재활을 마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슬래터가 어려워지면 마토스가 개막 로스터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시범경기 타율 0.414를 기록하며 날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신체적인) 제한은 없다”면서 \"개막전을 기다리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흘러가는 준비 태세를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원래 우타자인 슬래터를 플래툰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좌타자인 우익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와 출전 시간을 나누는 쪽으로 구상했다. 슬래터가 끝내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면 마토스가 이 임무를 대신할 전망이다. 야스트렘스키뿐만 아니라 이정후가 쉬어야 할 때도 우타자 외야수를 기용할 계획을 세워뒀다.

멜빈 감독은 "어느 자리가 됐든, 슬래터는 좌투수 상대일 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외야에 좌타자만 3명이 있고, 그들 모두 162경기를 다 뛰지 않을 것이다. 이정후도 마찬가지로 시즌을 치르면서 며칠은 휴식일을 보낼 것이다. 한국에서 경기를 뛰는 일정은 여기 미국과 차이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슬래터가 그 임무를 하기 어려워지면, 마토스가 좌투수들을 상대로 경기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휴식이 필요한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1번타자 중견수 임무를 1년 내내 충실히 해낼 예정이다. 미국 언론은 처음에 김하성이 데뷔 시즌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로 고전했듯, 이정후도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으로 바라봤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기간 이 편견을 모두 깼다. 11경기에서 타율 0.414(29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OPS 1.071 맹타를 휘둘렀다.

전직 메이저리그 단장 출신인 '디애슬레틱'의 짐 보우덴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개막 로스터를 평가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올겨울 중견수 이정후, 지명타자 호르헤 솔러, 3루수 맷 채프먼과 계약하면서 라인업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출루율을 높일 것이고, 우타자인 솔러와 채프먼은 타선에 파워를 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정후는 이날도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 갔다.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시범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도루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선발투수 로건 웹이 1회에만 9실점한 가운데 이정후는 13-12 대역전승에 기여했다. 지난 14일 허벅지 통증으로 이탈하며 걱정을 사기도 했지만, 5일 정도 휴식 끝에 돌아와 또 맹타를 휘두르며 건강과 관련한 염려를 지워 나가고 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본격적으로 데뷔하기 전에 주전 이미지를 굳히며 날로 기대감을 더 높이고 있다. LA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와는 상반된 행보다. 야마모토가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 달러에 계약할 때만 해도 신인왕 후보 0순위로 거론됐는데, 시범경기 이후 평가가 완전히 뒤집혔다. 야마모토는 시범경기 3경기에서 1패, 9⅔이닝, 평균자책점 8.38로 부진하고, 지난 21일 샌디에이고와 개막 시리즈 2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시범경기 내내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쳤던 이정후가 신인왕 레이스 판도를 뒤집는 분위기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머큐리뉴스'는 '리드오프 이정후는 중견수로 뛰면서 그의 인상적인 시범경기 성적표에 안타 2개를 더 더했다. 그의 타율은 0.414까지 올랐다'고 칭찬했다.

▲ 빠른 타구를 만들며 이정후의 장타력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이들을 설득하고 있고, 타석에서 1루까지 가는 속도나 2루에서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는 속도 또한 리그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이 측정돼 주력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의 시범경기 타율은 종전 0.348에서 0.400으로 뛰어 올라 4할을 다시 회복했다. 시범경기 출루율은 0.423에서 0.483으로 올라 5할 고지를 목전에 뒀고, 시범경기 장타율은 0.522에서 0.600으로 올랐다. ⓒ연합뉴스/A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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