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장기전 대비하는 정부··· ‘은퇴한 교수들’까지 모신다는데

박효정 기자 2024. 3. 23.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급병원→협력병원 이송시 9만원씩 지원
'시니어 의사' 4000여명 의료 현장 투입
25일 의대 교수 집단 사직시 혼란 커질 듯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가 25일부터 상급종합병원에서 협력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면 진료 1회당 9만 원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퇴직 교수와 같은 ‘시니어 의사’를 적극 활용하기로 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진료 협력 체계 강화를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할 종합병원 100곳을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하고 세부 운영에 필요한 지침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환자의 병원 간 이송 등 전원을 돕는 ‘진료협력센터’에 인력이 추가 배치될 수 있도록 인건비도 지원한다. 전날 기준 상급종합병원 21곳에 85명, 진료협력병원 100곳에 150명의 전원 담당 인력이 진료협력센터에 추가 배치된 상태다. 25일부터는 상급종합병원이 환자를 돌려보낼 때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협력병원의 진료 역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25일부터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협력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경우 각각 1회당 9만 원 이내의 ‘진료협력지원금’도 지원한다. 정부는 이미 이달 11일부터 회송 환자 수가를 150% 인상했고 환자가 부담하던 구급차 이송료도 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진료 공백이 심화하지 않도록 현재 활동하지 않는 ‘시니어 의사’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0세 이상 79세 이하의 의사 중 활동하지 않는 의사는 약 4166명이다. 50대는 1368명, 60대는 1394명, 70대는 1404명으로 파악된다. 최근 5년간 전국 의대 퇴직 교수는 연평균 230명, 누적 1269명이다.

정부는 의료기관들이 이러한 시니어 의사를 신규 채용하고 퇴직을 앞둔 의사는 계속 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시니어 의사 활용을 위해서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시니어 의사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다음달부터 운영한다. 시니어 의사 지원센터는 진료를 희망하는 시니어 의사 이력 풀 구축과 교육, 시니어 의사와 병원을 연계하는 역할 등을 맡는다.

정부는 전공의의 이탈로 상급종합병원의 인력이 크게 부족한 만큼 시니어 의사 중에서도 퇴직한 의대 교수들이 주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차관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될 센터에서 시니어 의사의 구체적인 역량과 경력을 감안하고 인력 수요가 있는 기관의 요청에 따라 매칭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관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이탈한 의료 현장에서 의대 교수들의 체력적·정신적 소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에게 많이 의존했던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기능을 중증·응급 위주로 재편했지만 여전히 상급병원에서 외래 진료 등이 이뤄지다보니 교수들의 소진이 상당히 심하다”며 “각급 기관에서 가진 진료 역량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더 필요한 대책이 있다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빅5’ 병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예고한 25일 이후에는 의료 현장의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우리 교수들은 학생과 전공의가 없는 대학과 병원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진행될 교수의 사직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를 넘어 시간이 가면서 탈진하는 교수진들이 더 이상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볼 여력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서울대 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사직서는 정부와 대화를 위한 의대 교수들의 간절한 목소리”라며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 방침을 철회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토론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저희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