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최소 40명 사망·145명 부상(종합2보)

김성식 기자 2024. 3. 2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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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총격과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들이 화재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2024.2.22.ⓒ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공연장을 공격해 최소 40명이 숨지고 145명이 부상했다. 무장대원들은 6200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했다. 건물을 뒤흔드는 폭발도 두차례 발생해 불길이 치솟았다. 소방당국이 구조와 진화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특수부대원들은 무장대원의 뒤를 쫓고 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IS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 외곽에서 진행된 대규모 집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S 대원들은 현재 안전한 근거지로 되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한때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를 장악했던 IS는 2019년 시리아 내 마지막 근거지였던 바구즈가 함락되면서 세력을 크게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 타스·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FSB는 이날 밤 모스크바 외곽의 시립 '크로커스' 공연장에서 테러가 발생해 지금까지 40명이 사망하고 145명이 부상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그러면서 현장에는 러시아군 특수부대가 투입돼 용의자들을 색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하일 무라슈코 러시아 보건장관은 현지 방송에 115명이 입원했으며 60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말했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건물 지하에 있던 100명을 구조했으며, 공연장 건물 옥상에 모인 시민들도 헬기를 활용해 구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대원들은 치솟는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건물의 3분의 1이 불길에 휩싸였고 지붕 일부는 붕괴했다고 타스는 전했다. 인테르팍스는 현지 소방을 인용해 현지시각으로 23일 오전 1시 기준 화재 면적이 1만2900㎡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총격 사건으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사다리차에 올라타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4.2.2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무장대원들은 이날 밤 밴드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건물에 난입했다. 공연장 관계자는 인테르팍스에 건물 입구에 있던 무장 괴한 5명이 기관총을 쏘며 로비 내 관객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현장에 있던 러시아 리아노보스티(RIA) 통신 기자들은 무장 괴한들이 수류탄과 소이탄도 투척했다고 전했다.

이후 두차례 폭발이 발생했고 건물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리아노보스티 기자들은 "공연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총격에 15~20분 동안 엎드렸고, 안전이 확보되자 바닥을 기어 나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들은 로이터 통신에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에스컬레이터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과 그 사이로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몸을 낮춰 대피하는 모습이 올라왔다. 이날 공연을 할 예정이었던 밴드 그룹 피크닉의 멤버들은 모두 무사히 대피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공연은 6200석 전석이 매진됐다. 현장에는 구급차 70여대가 출동해 시민들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모스크바 당국은 주말 행사를 모두 취소하고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앞서 FSB는 지난 8일 모스크바 내 유대교 회당을 상대로 한 IS의 테러 공격을 저지한 바 있다. 당시 IS 아프가니스탄 지부 소속 대원들은 모스크바 남서쪽 도시 칼루가에 본부를 두고 공격을 모의했다. FSB는 이곳에서 총기류와 탄약, 폭발물 등을 발견해 압수했고, IS 대원 2명을 사살했다. 당일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즉각 "극단주의자의 모스크바 공격이 임박했다"며 현지에 머물고 있는 자국 교민을 상대로 당분간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이 총격 사건으로 불이 붙었다. 소방 및 구급 차량이 현장에 도착한 모습. 2024.03.22/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IS의 텔레그램 발표 전까지 무장 괴한의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현장에 투입된 러시아 특수부대가 이들을 체포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이번 공격을 수행했는지 여부에 서방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유럽연합(EU)은 대변인을 통해 "모스크바 크로커스 공연장에서 테러 공격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EU는 피해를 입은 모든 러시아 시민들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애도 입장을 내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소행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정부나 우크라이나인이 총격에 연루됐다는 징후는 없다"며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그런 가능성을 제기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란 입장을 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텔레그램 영상 메시지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우린 러시아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그 무엇과도 상관없이 모든 건 전장에서 벌어지도록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임이 밝혀질 경우 즉각 보복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그들이 우크라이나 정권의 테러리스트란 것이 확인된다면 무자비하게 파괴하겠다"며 "죽음에는 죽음"이라고 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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