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테니 지켜봐줘”…천안함 영웅 막내딸 편지

정충신 기자 2024. 3. 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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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아빠.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고, 아빠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해주어서.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날 꼭 지켜봐 줘."

김씨는 "고마워 아빠,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고 아빠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해주어서.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꼭 지켜봐 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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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산화 김태석 원사 딸 김해봄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
장녀 해나, 아버지 뒤 이어 장학생 전형으로 해군 장교 임관
국민들, 영웅 55명 호명…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눈물바다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순직한 고 김태석 원사의막내딸 김해봄씨가 22일 경기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눈시울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고마워, 아빠.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고, 아빠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해주어서.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날 꼭 지켜봐 줘.”

천안함 피격 당시 산화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세 딸 중 막내딸인 김해봄(당시 5세)씨는 22일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자랑스런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추억하며 앞으로 각오를 다지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국제대학교에 입학하지만 아빠와 함께 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김씨는 낭독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힌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올해 2월 고등학교 졸업식 때 친구들이 아빠와 같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는데 아빠 생각이 나더라”며 “이토록 빛나는 3월의 봄 아빠의 막내딸 해봄이는 다른 새내기들처럼 가슴 설레고 마음 따뜻해야 하는데 왠지 무겁고 괜히 조금 슬퍼지네”라며 눈물을 흘리자 참석자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피격 고(故) 김태석 원사의 막내딸 김해봄 씨의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을 듣던 중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씨는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을 언급하며 “흐릿한 기억 속 아빠는 사진 속 기억처럼 나를 미소 짓게 해”라며 “그날 내가 그린 브이(V)처럼 아빠도 행복한 날이었겠지?”라고 했다.

김씨는 “고마워 아빠,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고 아빠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해주어서.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꼭 지켜봐 줘”라고 했다.

막내딸은 아버지에게 “관객들 앞에서 멋진 춤을 추는” 자신의 꿈을 얘기하며 “잘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잘 해낼 거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 항상 꼭 지켜보고 꼭 응원해 줘. 아빠가 내게 아주 커다란 힘이라는 거 꼭 알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빠의 젊고 멋진 인생 닮은 자랑스러운 아빠의 막내딸이 춤추듯 고백할게”라며 “사랑해요, 아빠”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천안함 피격 고(故) 김태석 원사의 자녀 김해봄(오른쪽) 씨를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다음은 ‘해가 빛나는 봄에’ 편지 전문.

< 아빠, 벌써 봄이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어. 올해 2월 고등학교 졸업식 때 친구들이 아빠와 같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는데, 아빠 생각이 나더라고. 이토록 빛나는 3월의 봄. 해가 빛나는 봄이라는 뜻을 가진 아빠의 막내딸 해봄이는 다른 새내기들처럼 가슴 설레고 마음 따뜻해야 하는데 왠지 무겁고 괜히 조금 슬퍼지네. 지난번 아빠 계신 현충원에서 알려는 드렸지만 해나 언니는 아빠처럼 해군이 되겠다고 군사학과로 진학했고 해강 언니는 벌써 대학교 3학년이야. 물론 나도 대학생이 되었고. 그런데 아빠, 내 꿈은 많은 관객들 앞에서 멋진 춤을 추는 건데, 춤을 출 때면 너무 행복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해.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춤추는 것을 나중에 누가 기억해 줄까? 내가 또 만일 어른이 되고 이날을 기억했을 때 어떤 마음일까, 하고.

고 김태석 원사가 생전에 세 딸등 가족과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 당시 6살의 막내딸 김해봄양이 옆은 미소를 띤 아빠 품에 안겨 ‘브이’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이 사진 기억하지? 6살 흐릿한 기억 속 아빠는 사진 속 기억처럼 나를 미소 짓게 해. 예쁜 척하고 있는 언니들을 앞세우고 엄마와 나란히 선 아빠의 옅은 미소, 그날 내가 그린 브이처럼 아빠도 행복한 날이었겠지? 고마워, 아빠.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고, 아빠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해주어서.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날 꼭 지켜봐 줘. 꽃이 많이 핀 날, 아빠의 빛나는 봄, 햇살 같은 내가 꼭 소식처럼 찾아갈게. 아빠의 젊고 멋진 인생 닮은 자랑스러운 아빠의 막내딸이 춤추듯 고백할게. 잘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잘 해낼 거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 항상 꼭 지켜보고 꼭 응원해 줘. 아빠가 내게 아주 커다란 힘이라는 거 꼭 알았으면 좋겠어. 아빠. 사랑해요, 아빠. 아빠의 막내딸 김해봄 드림.>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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