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용진은 배제' 혼돈의 강북을, '친명' 한민수로…총선 영향은?
오는 4.10 총선의 서울 강북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정봉주 전 의원, 조수진 변호사에 이어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으로 최종 결정됐다. 한 지역구에서만 막말, 성범죄자 변호 등 각종 논란으로 한 달 사이 두 차례나 후보가 낙마한 후, 총선 후보 등록 마감 당일인 22일에야 가까스로 후보를 확정지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명(비 이재명계) 찍어내기'란 의도와 후보 검증 부실이란 실책이 빚어낸 사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4.10 총선 사전투표(4월 5~6일)를 고작 2주 남긴 상황에서 수도권 등 전국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일 4.10 총선 선거 유세차 방문한 충남 서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남은 이 기회에 가장 검증되고 당원과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후보로 (한 대변인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 후보로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한 후보는 아주 오래 전에 당에 영입된 언론인 출신 인사로 긴 시간 당을 위해 헌신해왔다"며 최고위원회에서도 압도적으로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후보는 신문기자 출신으로 국회의장 정무수석과 공보수석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 부단장을 맡았다. 현재 당 대변인과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앞서 이 지역에 공천된 조수진 후보는 성범죄자 변호 등 관련 논란이 확산하자 스스로 후보직을 내려놨다. 조 후보는 이날 새벽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국민이 바라는 눈높이와는 달랐던 것 같다. 완주한다면 선거기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성범죄 사건 피고인들 편에 서서 피해 여성의 '피해자다움'을 문제 삼거나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변론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의 서울 강북을 공천을 둘러싼 논란은 현역 박용진 의원이 현역 평가 하위 10%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밝혔던 2월22일부터 한 후보로 결정된 이날까지 꼬박 한 달 간 이어졌다.
특히 민주당의 강북을 경선은 공천파동의 뇌관이자 '비명횡사' 논란의 정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현역인 박용진 의원이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비명계 대표 인사라는 점에서다. 박 의원은 '하위 10%' 해당자에게 주어지는 경선 득표수 30% 감산이라는 페널티에도 불구하고 탈당 없이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정봉주 전 의원을 상대로 결선 투표까지 치른 끝에 패배했다.
후보 선정 후에도 잡음은 계속됐다. 정 전 의원의 과거 '목발 경품' 발언이 논란이 커지자 정 전 의원이 당사자에게도 사과했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정작 당사자는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혀 거짓 해명 논란으로 번지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결국 정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취소했다.
두 번째 경선 역시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 지도부가 정 전 의원과의 경선결과 차점자였던 박 의원에게 후보 자격을 승계하는 대신 추가 후보 공모를 통한 전략 경선 방식을 택하면서다. 김부겸 공동 선대위원장도 "결국 '박용진은 안 된다'는 결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이재명 대표는 "1등이 문제가 됐다고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지는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리당원 100%'('전국 권리당원 투표 70%·지역 권리당원 투표 30% 합산) 투표로 결정키로 했던 전략 경선 규칙에 대한 뒷말도 나왔다. 서울 강북을 후보를 정하는데 타 지역 당원이 투표에 참여하게 만든 것이어서다. 이 때문에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대다수인 권리당원의 몫을 키워 비명계 박 후보를 떨어뜨리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조 후보는 25%의 여성·신인 가점을 받아, 득표율 30% 감산 페널티를 안은 박 의원을 꺾고 결국 강북을 후보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당의 실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조 후보의 경우 정 전 후보 낙마 이후 서울 강북을을 전략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한 뒤 급하게 후보를 추리다가 정작 검증을 놓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권혁기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부실장 역시 "사전에 검증 절차 과정에서 (조 후보의) 변호 이력을 검증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한 달 간 벌어진 강북을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이슈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도권 민심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이번 총선의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실제 사실 관계와 무관하게 지난 한 달 간 논란이 이어지며 '당이 박용진한테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대중적 인식과 정서가 생긴 것은 사실이고 인식과 정서는 특히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특히 거대 정당에서 결정한 지역구 후보가 한 달 사이 세 번이나 바뀐 사례는 한국 정치사에서 해방 이후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굉장히 안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고, 지역구 주민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정당만 보고 찍을 수는 있겠지만 (의원과 주민 간 유대관계가 높은 특징이 있는)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지역구 후보로서 갖는 장점은 (본선에서)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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