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빅테크 모두 ‘반독점 소송’ 걸려… 운명의 해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3. 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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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애플·구글·아마존·메타 제소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인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가 모두 미 정부와 반독점 소송을 벌이게 됐다. 왼쪽부터 팀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 겸 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 법무부가 16개주와 함께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내면서,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인 애플·구글·아마존·메타가 모두 미 정부와 반독점 소송을 벌이게 됐다. 특히 이번에 미 법무부가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클라우드를 중심으로 20년 넘게 구축해 온 ‘폐쇄적 생태계’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을 IT 업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사업 모델은 그동안 애플을 세계 최고 IT 기업으로 올려놓은 혁신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애플의 주가는 이날 4% 이상 폭락했다. 빅테크와 정부의 공생 관계도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를 대하는 미국 정부의 방식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그래픽=송윤혜

◇美정부 vs 빅테크 ‘반독점 소송전’

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빅테크의 핵심 사업 모델을 향해 ‘반독점의 칼’을 겨누고 있다. 지난해 8월엔 미 법무부가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력에, 9월엔 우리의 공정위 격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시장 독점에 대해 연달아 반독점 소송을 시작했다. FTC는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는 메타를 대상으로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2020년 12월 FTC는 메타가 인스타그램·왓츠앱을 불법 인수해 소셜미디어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을 그 후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최근 다시 추가 증거를 제출하며 재판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빅테크를 겨냥한 수많은 조사와 소송이 있었지만,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는 ‘이번 소송은 차원이 다르다’며 쇼크에 빠진 분위기다. 특정 사업의 불법 행위를 조사하는 것이 아닌, 사업의 근간을 직격하는 ‘킬러샷’을 쏜 격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에 대해서는 고객 독점을 문제 삼았다. 아마존은 사업 초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경쟁사 대비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게 핵심 전략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소송은 빅테크들의 성공 방식을 뿌리부터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 독점에 보내는 경고

‘반독점법(anti-trust law)’을 앞세운 4대 빅테크에 대한 소송은 미 정부가 테크 업계에 ‘더 이상의 플랫폼 장악은 안 된다’고 보내는 경고 사인이기도 하다. 특정 기업이 플랫폼 지배력을 갖추고, 고객과 정보, 콘텐츠를 빨아 들이는 빅테크의 성장 방식은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공정한 시장경쟁 원칙’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한 1996년 온라인상 불온 콘텐츠 유통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면해주는 ‘통신품위법 230조’를 통과시키며 테크 기업을 지원했다. 아마존이 쇼핑 앱에서 자체 생산 브랜드의 제품을 우선시하며 타사에 피해를 줘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 식으로도 편의를 봐줬다. 하지만 소수 빅테크의 독점력이 커지며 이들 기업은 기술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악영향이 커진 만큼 빅테크에 우호적이던 정부도 이제는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 정부가 잇따른 대형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빅테크들이 지금보다도 더 거대한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AI를 학습시킬 때 필요한 ‘두뇌’에 해당하는 고가의 AI 반도체와 ‘지식’ 격인 데이터를 모두 빅테크가 장악하고 있다. 학계·공공기관의 AI 연구는 빅테크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고도로 발전한 AI는 전쟁이나 대규모 여론전을 펼치는 가짜 뉴스 생성 등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 빅테크의 독점을 계속 놔두게 될 경우 이들 기업이 시장뿐 아니라 국가나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독점법 (anti-trust law)

특정 기업이 시장 독점을 강화하거나 가격 담합 등을 통해 소비자와 다른 기업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이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법. 영어 표현에 들어 있는 trust(트러스트)는 신탁이라는 뜻이다. 미 기업가들이 신탁을 활용해 개별 회사를 대기업으로 통합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관행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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