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양산 앞둔 KF-21…북·중 두려워할 ‘한국형 독침’ 될까 [박수찬의 軍]
한국형전투기 KF-21 실전배치 준비가 본격화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22일 제16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KF-21 최초 양산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방추위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8년까지 7조9200억원을 투입해 KF-21을 만든다. 40대 생산과 시설, 시뮬레이터, 지원장비, 군수지원 등에 에 해당하는 예산이다.
KF-21은 오는 2026년까지 기본 비행성능과 공대공 능력을 지닌 KF-21 블록1 체계개발을 진행하고 양산도 추진한다. 이후 장거리 공대지 능력을 추가한 블록2를 개발·생산한다.
◆주문량이 적으면, 가격 리스크 커진다
KF-21은 아시아 최초로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해 우수한 공중전 능력을 갖췄다. 지금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해 북한과 중국 등의 공중위협을 저지할 잠재력도 크다.
남은 문제는 가격이다. 방위사업청과 KAI는 방추위 의결 이후 계약 체결 시점까지 대당 가격을 조율할 방침이다.
현재 F-35A 스텔스기의 대당 가격은 약 946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KF-21 대당 가격은 2016년 체계개발 계약 때는 F-35A보다 상당히 낮게 책정됐다. 첫 양산계약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이보다 가격이 상승했다.
관급 장비를 포함해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들은 환율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KF-21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방위사업청 등에서는 현재 달러 환율이 큰 변동이 없는 것에 안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가격 조정이 가능한 것은 KAI가 담당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KF-21에서 KAI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면 KAI의 재량으로 얼마든지 가격 추가 인하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공군 차기전투기(F-X) 사업에 참여했던 유로파이터의 경우 EADS(현 에어버스)가 체계통합과 제작, 판매를 맡았다. 하지만 기체 제작 등의 비중에서 EADS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였고, 나머지는 다른 업체들이 차지했다.
F-X 사업에서 수주를 하려면 가격을 낮춰야 경쟁입찰에서 유리한데, 다른 업체들이 금전적 손실을 피하려 하니 값을 깎을 여지가 적었고 한국 정부와의 협상도 쉽지 않았다.
이르면 올해 여름 시작될 검증을 거쳐 내년 중반쯤 체결될 20대 추가 양산계약에선 이같은 문제가 두드러질 수 있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 국면이 추가 양산분 20대의 대당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현재 시점에서 예측하기 힘들다.
대당 가격을 대폭 낮추려면 첫 주문 물량을 쪼개는 대신 최대한 많은 물량을 일괄 발주해야 한다. 처음에 살 때 가격이 오른다고 조금만 사면, 개별 단가는 더 오른다. 단가가 상승한다고 추가 주문을 축소하면 가격이 또 오르는 악순환에 빠진다.
F-35 개발 당시 미국이 우방국들을 끌어들인 것도, 영국이 이탈리아·일본과 6세대 전투기 GCAP 공동개발에 나선 것도 초도주문 물량을 최대한 많이 받아 ‘규모의 경제’를 확보, 대당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였다.
KF-21도 마찬가지다. 업체들은 자신들이 서명할 계약서에 명시된 숫자와 조건을 보고 판단을 한다. 방산업체들에게 ‘40대 일괄 최초 양산 계약서’를 제시해서 신뢰를 심어주면, KF-21 양산사업의 신뢰도를 높이고 가격 추가 인하를 유도하면 재정적 리스크를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KF-21 첫 양산계약서에 명시되는 물량을 40대로 하되 계약 내용은 한국국방연구원(KIDA) 사업타당성 조사 등을 반영해서 20대를 먼저 만들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성능검증 등의 별도 절차 없이 20대 추가 생산이 자동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KF-21 가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으로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첫 양산가격이 예상치보다 높으면, 향후에 가격이 내려간다 해도 재정적 부담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향후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에서 재정적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현재 방위산업계 안팎에선 4.5세대 전투기인 KF-21을 5세대 스텔스 기종으로 발전시키는 KF-21 블록3 개발이 거론되고 있다. KF-21 1대가 무인기 다수를 통제하는 유·무인복합체계와 공중발사 극초음속미사일 탑재 등이 나온다.
국산 플랫폼 등장에 맞춰 항공유도무기를 국산화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LIG넥스원과 함께 KF-21 탑재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만들고 있다. IRIS-T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대체할 국산 미사일 개발도 착수한 상태다. 첨단 항공엔진 개발도 추진중이다.
하지만 KF-21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등의 안정적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면, 관련 프로젝트들은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지금은 어떨까. 미국산 재즘 이알(JASSM-ER)은 발당 가격이 75억여원이다. 영국산 스톰 섀도와 프랑스의 스칼프 미사일도 55억원이 넘는다.
이같은 추세를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에 적용하면, 200여발 생산에 1조원 이상이 든다. 국산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 및 양산도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KF-21에 탑재할 국산 장비 개발과 양산 프로그램의 재정 지출 규모가 선행연구 당시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그런데 기체가 고가라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항공무장의 추가 개발 또는 구매에 투자할 여력이 감소한다. 이는 KF-21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제약이 발생하는 결과를 빚는다.
최근 전투기의 운용 트렌드는 항공 무장을 다양하게 장착하는 것을 선호한다. 공중전과 지상 근접지원, 장거리 타격, 해상 공격 등 전투기가 치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전투에 대응할 무장을 충실히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수출이 증가한 것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F-16 지원을 강하게 요청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KF-21도 이같은 추세를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
KF-21은 국내 항공우주산업 기술 수준을 높이고, 공군의 전투력을 강화해줄 귀중한 무기다. 북한과 중국 등의 공중위협에 맞설 잠재력을 지닌 무기이기도 하다.
국내 기술 유지 차원에서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도입을 해야 하지만, 강도 높은 비용 관리와 절감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위한 기술 개발과 성능개량, 무장 추가 등이 쉬워진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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