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차관 "복지부 추천 없인 미국 의사 못해…복귀해야"(종합)
"어제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과 의견 나눠"
"조건 없이 대화하자…일시나 장소 관계없다"
"일부 교수들, 사직서 제출 교수 명단 공개"
"환자 곁을 지키는 교수 보호·지원 장치 마련"
[서울=뉴시스] 박영주 구무서 기자 =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료 현장에서 이탈한 전공의가 복지부의 추천 없이는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길이 막힐 수 있다며 소속 병원으로 속히 복귀하라고 강조했다. 또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 되는 9월 전에 의대 정원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이미 배정은 완료됐다고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열고 일부 전공의들이 행정처분 이후 미국 의사면허 자격을 취득하려 한다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차관에 따르면 국내 의대 졸업생이 미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선 총 3차에 걸친 미국 의사 시험을 통과한 후 레지던트 수련을 받아야 한다. 단,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한국 의대 졸업생이 미국에서 레지던트를 하려면 J-1 비자가 있어야 한다. 이 비자는 미국의 외국인의료졸업생교육위원회 후원으로 발급하는데, 후원 조건이 신청자 모국의 보건당국 추천서다.
박 차관은 "미국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부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복지부 내부 규정을 보면 해외 수련 추천서 발급 지침에 행정처분 대상자는 제외하도록 돼있다"며 "전공의들이 근무지 이탈을 통해 처분을 받으면 이력이 남아 추천서 발급의 제외 조건이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미국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이 막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주부터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시행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서는 다음 주부터 처분이 이루어질 예정인데, 본 처분이 이뤄지기 전 의견 제출 과정에서 복귀와 계속적인 근무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에는 처분 시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지금 즉시 소속된 수련병원으로 복귀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의대 교수들에게는 "정부는 그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의대교수 비대위원회, 전의교협과 접촉을 해 왔고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과는 어제(21일)도 의견을 나눴다"며 "의과대학 비대위와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 조건 없이 대화할 것을 제안드린다. 일시, 장소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고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오는 25일부터 외래, 수술 등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차관은 "진료 현장을 떠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진료유지명령은 해당 사항이 없을 것 같다"며 "준법투쟁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교수들도 소진이 있으면 버티기가 어렵기 때문에 휴식도 취하면서 근무를 하는 게 맞겠고, 응급수술을 줄이는 게 아니라 외래 진료를 줄이겠다고 한 부분이어서 수용 가능한 다른 기관과 협력 체계를 강화해 수요를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교수들이 사직할 경우 대책에 대해선 "최악의 상황도 대비한 계획을 마련했다"면서도 "지금 설명드리는 것보다는 교수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대화와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갈음했다.
이어 "일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교수 명단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전공의와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는 이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문제 상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며, 환자의 곁에 남기를 원하는 교수님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9월 전에 대학별 의대 정원을 변경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대학의 신청과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미 대학별 배정이 완료됐다"며 "해당 정원은 고등교육법령에 따라 국가가 인력 수급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으로 대학이 임의로 정원을 변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께서 예측 가능하도록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반영 일정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늦어도 2025년에 미래 의료 수요와 공급에 대한 추계를 하고 의사 정원을 조정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단 예측에 따라 향후 의대 정원을 줄인다고 해도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이번에 증원하기로 한 국립대 의대 교수 2000명은 줄이지 않을 계획이다.
박 차관은 "지금은 대학병원이 진료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는 삼박자가 균형을 갖추도록 발전해야 한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기계적으로 의대 정원이 감축한다고 해서 교수 정원이 감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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