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114주기…정부의 유해 발굴 책무[문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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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 114주기이다.
필자가 EBS PD이던 2010년에 만든 다큐멘터리 '안중근 순국 백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에서는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안 의사의 유해 매장 추정지를 찾아내 소개했다.
순국 100년이 되도록 유해를 못 찾으니까 나오는 얘기인데, 당시 안 의사의 사형을 담당했던 관동도독부가 본국에 보고한 최종 문건이 남아 있다.
심지어 양장본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와 '돌아오지 못하는 안중근'을 출판해 청와대에 전달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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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 114주기이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哈爾濱)역에서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하고 체포돼 이듬해 3월 26일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안 의사의 유해는 지금까지 이국땅 한쪽에 잠들어 있다. 조국이 광복되면 고국에 묻어 달라고 한 그의 유언은 고사하고 조국을 위해 32세 젊은 나이에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의 유해는 100년 넘게 방치돼 있는 것이다.
나라마다 보훈유공자에 대한 각별한 대우는 잘 알려져 있다. 미군은 남태평양에서 전사한 장병의 유해를 발굴해 미국 국립묘지에 안장한다. 2004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팔로군 출신의 6·25전쟁 참가자는 “조국(중국)은 우리 참전자들에게 아파트를 제공해 줬다”고 자랑했다. 우리가 받는 보훈 유공자 혜택은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부끄럽지도 않기에 떳떳이 말했다. “한국에서는 급수에 따라 매월 100만 원 이상의 보훈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안 의사는 우리나라 호국 영웅 중에서 손꼽히는 분이다. 그런데도 의사의 유해는 국내에 모시지 못했고, 효창원의 가묘(假墓)만이 쓸쓸히 자리하고 있다. 더는 안 의사의 유해를 타국 땅에 방치해선 안 된다.
필자가 EBS PD이던 2010년에 만든 다큐멘터리 ‘안중근 순국 백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에서는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안 의사의 유해 매장 추정지를 찾아내 소개했다. 이 작품으로 PD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이달의 PD상’도 받았다. 그동안 수집한 유해 매장 추정지에 대한 각종 자료와 증언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든 역작으로, 진정성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라는 심사평도 들었다.
방송 후 주무부처인 국가보훈부에 유해 매장 추정지에 관한 제보를 했다. 그러나 담당자로부터 핀잔에 가까운 말만 들었다. 더 구체적인 위치를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경도와 위도를 제시해 달라는 주문 같았다. 순국 100년이 되도록 유해를 못 찾으니까 나오는 얘기인데, 당시 안 의사의 사형을 담당했던 관동도독부가 본국에 보고한 최종 문건이 남아 있다.
‘안중근 금일 사형, 여순(旅順)에 매장’.
더 이상의 구체적인 자료는 아직 본 사람이 없다. 없을 확률이 높은 자료를 요구하는 공무원들이 얼마나 답이 궁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요즘은 지표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 조사로 굳이 땅을 파 보지 않더라도 땅속의 물체인 유해의 존재 여부를 밝혀낼 수 있는 세상이다.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다. 이제 담당자들이 무어라 답변할지 궁금해진다.
안 의사의 유해 환국은 온 국민의 염원이고 시대정신이다. 그런데 왜 정부는 이렇게 수수방관하는가? 광복 이후 거친 공화국만 벌써 6번째다. 모두 저마다의 구호를 외치고 공적만 자화자찬할 뿐 정작 중요한 이 일을 외면했다. 공무원들의 핑계는 ‘정확한 유해 매장지를 몰라서’ ‘중국과의 외교가 어려워서’ ‘일본이 자료를 내주지 않아서’ 등 다양하다.
큰 꿈을 꾸는 정치인들이 보낸 보좌관들이 ‘안중근의사뼈대찾기사업회’ 회장인 필자를 찾아와 열심히 경청하던 모습들이 기억에 생생하다. 심지어 양장본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와 ‘돌아오지 못하는 안중근’을 출판해 청와대에 전달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마이동풍이었다. 어느 분은 안 의사의 직계 후손을 청와대로 초청해 유해 발굴 일정까지 밝힌 바 있지만, 시간이 지나자 모두가 위선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언제까지 안 의사의 유해 발굴을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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