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누가 휘문고를 흔드는가?"…현주엽, 유령 탄원서의 전말
[Dispatch=김지호·이명주기자] "적어도, 휘문고 (농구부) 학부모는 아닙니다."
휘문고등학교 농구부는 총 9명. 1학년 3명, 2학년 4명, 3학년 2명이다. 지난 18일, (농구부) 학부모 전원이 모였다. 현주엽 논란... 더 정확히 말해, '현주엽 음해'를 참을 수 없다는 것.
"저희는 휘문고 농구부 9명의 학부모입니다. 전원이 모였어요. (여기 모인) 누구도 현주엽 감독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누가 학생들을 흔드는 걸까요?" (학부모 전원)
이들 학부모 9명은 '유령' 학부모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서울시 교육청에 민원인을 문의해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그 사람이 어떤 목적인지 몰라도, 허위사실이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휘문고 농구부 학부모들 전원이 목소리를 모은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지난 3월 13일 H일보 언론보도다.
"저는 휘문고 농구부 학부모입니다. (중략) 각종 갑질, 아동학대 등으로 인해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하지 못하고... 신입생은 운동을 그만두고, 2학년 주전 선수는 전학을 가는 사태에 이르게 됐습니다." (해당 기사 발췌)
현주엽 갑질? 현주엽 학대? 사실일까. 학부모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전원(18명)이 이미 교육청에 "해당 의혹은 거짓"이라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상태.
'실제' 학부모들은 '유령' 민원인의 주장에 하나 하나 반박했다.
# 8강을 흔들다
2024년 춘계전국중고농구연맹전. 휘문고가 우승을 정조준했다. 먼저, 예선전 3경기를 내리 이겼다. 16강에서는 낙생고를 39점차(91-52)로 따돌렸다. 8강 진출 확정.
그러다, 뜻밖의 논란이 불거졌다. 8강전을 하루 앞둔 13일, 현주엽 관련 기사가 터진 것. <휘문고 농구부 학부모가 교육청에 탄원서를 제기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휘문고는 (보도) 다음날, 역전패를 당했다. 3쿼터까지 52-44로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4쿼터에서 무너졌다. 7점을 올리고, 27점을 내줬다. 59-71, 4강 진출 실패.
디스패치 (이하 D) : H일보의 보도가 선수들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나?
학부모 : 주위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감독 민원 넣고 여기 왔네'라는... 우리도 감정 조절이 힘든데, 아이들은 어땠을까. 실제로 "감독님 진짜 그만 두셔야 하냐"며 불안에 떨었다.
D : 현주엽 감독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있지 않나?
학부모 : 여기 모인 우리가 농구부원 9명의 엄마 아빠다. 어느 누구도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누군가 휘문고 학부모를 사칭한 것으로 짐작된다.왜 아이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화가 난다.
# 현주엽이 왔다
2022년 연맹회장기 전국남녀 중고농구대회. 예선에서 탈락했다. 100년 명가의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동문들은 현주엽에게 SOS를 쳤다. "농구부를 다시 살려달라"고 재건을 요청했다.
현주엽은 2023년 전속코치 공고에 맞춰 서류를 접수했다. 당시 감독 지원자는 총 4명. 1명은 전임감독, 1명은 전직 프로 출신. 단, 지도자 경험이 없었다. 나머지 1명은 지금의 농구부 A코치다.
현주엽은 1990년대 농구열풍의 주역.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은퇴 이후에는 LG세이커스에서 감독을 맡았다. 단순히 경력으로만 따져도, 특혜논란 및 자격시비를 따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D : 현주엽의 커리어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목요일 마다 '먹방예능'을 찍는데?
학부모 : 현 감독이 학교 측에 겸직 허락을 받았다. 우리에게도 "매주 목요일 촬영이 있다. 대신 야간 훈련과 주말 훈련으로 보충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목요일의 경우, A코치가 (현주엽) 감독과 미리 훈련 계획을 짜서 온다.
D : 매주 목요일 자리를 비우면 주 40시간 훈련이 힘들텐데?
학부모 : 오히려 훈련 시간이 늘었다. 전에는 정규 훈련만 했다. 지금은 야간 훈련, 토요일 훈련도 병행한다. 가끔 일요일에도 학교 체육관에서 지도를 받는다. 오히려 훈련량이 월등히 늘었으니 전혀 문제라 생각지 않는다.
D : 구체적인 훈련 내용이 궁금하다.
학부모 : 개별 영상을 활용한다. 아이들의 슈팅 폼을 정밀 분석한다. 특히 연습경기 영상을 대부분 촬영한다. (보통 잘 하지 않는다.) 영상 모니터링으로 선수별 장단점을 디테일하게 설명한다. (아이들이)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좋아했다. 훈련 시간 역시 기존 2시간에서 늘었다. 점심, 또는 야간에도 훈련을 시행했다.
D :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말?
학부모 : 시험 잘 보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운동도 똑같다. 농구를 잘 하려면 훈련을 더 해야 한다. 현 감독이 부임한 뒤로 훈련량이 늘었다. 게다가 체계적으로 변했다.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 입장에선 만족도가 크다.
# 탄원서를 검증했다
H일보에 따르면, '익명'의 휘문고 농구부 학생 학부모가 서울시교육청에 탄원서를 접수했다. ① 고등학교 농구부의 파행운영, ② 현 감독에 대한 겸직 특혜, ③ 현 감독의 갑질 학생차별 따돌림, ④ 채용과정에서의 부적절성.
H일보는 <1월 11일 휘문고 친선경기>와 <2월 8일 휘문고 연습경기>를 예로 들었다. 1월 11일에는 (현주엽 감독이) 먹방을 찍었고, 2월 8일에는 학생 부상이 있었다는 것. 1월 11일과 2월 8일 모두 목요일이다.
물론 현주엽 방송 촬영은 학교와 학생, 학부모 모두 허락한 사안. 그렇다면, 2월 8일 연습경기 부상에 대한 입장은 어떨까. 현주엽 감독의 부재가 심각한 문제로 이어졌을까. 학부모들과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D : 2월 11일, 체육관 연습경기에서 학생 충돌로 부상이 있었다는데?
학부모 : 내가 그 학생 엄마다. 다친 부위는 눈가가 아니라 입술 쪽이다. 목요일이라 현 감독이 없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A코치가 현장에 있었다. 부상을 당하자마자 바로 연락을 주셨고,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 조치됐다. 정작 나는 아무 불만이 없다. 오히려 그 뉴스로 인해 지인들이 전화가 올 정도로 누군지 특정되는 피해를 입었다.
D : 학생을 차별하고 갑질을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학부모 : 현주엽 감독님이 (인상은) 무섭게 보이지만, 애들을 굉장히 챙긴다. 우리 아이가 생일 선물로 상품권을 받아왔다. 너무 놀라서 돌려드리라고 말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야 인마, 그냥 받아. 다른 애들 생일에도 줄거야"라고 하셨다.
학부모 : 명절에는 세뱃돈을 줬다. 봉투에 아이들 이름까지 직접 써서. 슈팅 내기를 해서 선물을 주기도 한다. 어디 다녀오면 꽈배기도 사오고, 핫도그도 사다 준다. 의외로 자상하다. 학생들을 자식같이 생각한다.
학부모 : 지난 1월이다. 학생 한 명이 아팠다. 현주엽 감독님이 그 친구를 (자신의) 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 갔다. 진료를 보는 동안 옆에 있었고, 부모에게 상태가 어떤지 전달해줬다.
D : A코치 채용 특혜 논란도 있다. 현주엽 입김으로 감독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을 고용했다는 주장인데?
학부모 : 일부 보도에서 '무자격자'라고 A코치를 폄하하더라. 농구부 감독 면접에서 떨어지면 무자격자가 되는 건지, 오히려 묻고 싶다. A코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지도사 2급, 교사자격증 모두 보유하고 있다.
학부모 : 예전에 휘문고 감독을 역임했다. 현재 농구부 9명 중 4명을 유소년 때 지도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탄원서를 냈는지 모르겠다. 제발 농구부를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론도 우리에게 확인 과정을 거치면 좋겠다.
# 누가 어떤 목적일까
2024년 3월 14일. H일보가 "이게 휘문고 농구부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단독 보도를 했다. 그 예로, "평일 훈련 때는 슈팅 300개를 시킨 뒤 먼저 귀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적었다.
"A코치가 학부모의 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전남 해남에서 열리는 춘계전국대회에도 학부모 차를 타고 이동했다" 등 A코치에 대해서도 다뤘다. '호의'를 넘어 '갑질'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휘문고 농구부 학부모들은 해당 보도를 한 줄 한 줄 반박했다. 이어, 교육청에 제출한 사실확인서를 꺼냈다. "학부모 전원이 '탄원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확인서를 냈다"며 부연설명했다.
D : A코치가 학부모 차를 타고 출퇴근 하나? 자택이 남양주라 들었다.
학부모 : A코치는 버스와 지하철로 (남양주에서) 출퇴근을 한다. 물론 (학부모와) 동선이 맞을 때, 휘문고에서 삼성역까지 태워 드리기도 한다.
학부모 : 아이들 키가 평균 188cm다. 농구부 차량이 작아서 단체로 이동하기 어렵다. 게다가 해남까지 5시간이다. 그 작은 차에 갇혀 가는 건 힘들다. 그래서 상의 하에 학부모 차량으로 가기로 했다. 한 차에 학생 2명씩 태웠다. A코치는 남는 자리에 탔다.
D : "토요일에는 오후 4시까지 훈련했다. 평일에는 슈팅 300개를 시키고 먼저 퇴근했다"는 보도도 있다.
학부모 : 사실과 다르다. 안그래도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누가 그런 말을 꾸며냈을까. 악의적이다. 토요일 4시까지만 훈련할 수 있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빨리 끝나면 5시, 아니면 5시 30분이었다. 방학 때 아이들이 오전 8시 30분 등교해서 밤 10시에 왔다. (부모들은) 훈련량에 대해 불만이 없다.
D : 지난 2월, 문경 동계훈련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주엽 감독이 4차례나 빠졌다는데?
학부모 : (감독님이) 빠진 날이 있던 건 맞다. 통풍이 심해서 힘들어 했다. 고지혈증도 있다고 들었다. 서울에 병원 진료가 있어 다녀오시라 했다. 목요일은 방송 촬영으로 하루.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전 훈련에 빠진 날에는 야간 훈련을 챙겼다.
학부모 : 예전에 있던 감독님들도 하루 2시간 정도 정규 훈련을 진행했다. 그냥 산술적으로, 훈련 시간만 놓고 보면 현주엽 감독이 훨씬 오래 가르친다. 물론 우리 입장에선 하루라도 빠지지 않으시면 더 좋다. 하지만 우리가 양해한 부분이다. 이게 뉴스에 나올 정도의 근무태만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는 걸 알고 있다.
D : 그렇다면 (뉴스에 나온) 갑질은 없다는 건가?
학부모 : 현주엽 감독과 A코치가 지난해 11월 부임했다. 한데 전임 코치 2명의 계약 기간이 올해 2월까지였다. 그래서 현 감독과 A코치가 급여를 받지 않고 무보수로 일해주셨다.
학부모 : 현주엽 감독이 "저는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러 온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현 감독은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감독 명의 통장으로 교육청 급여가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 현주엽 감독님이 (3개월치) 월급을 개인 통장에 모아둔 걸로 안다. 이 돈을 농구부에 돌려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아이들 운동에 필요한 것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셨다.
학부모 : 우리는 행복 농구를 하고 있었다. 언론에서 확인도 안된 뉴스가 쏟아지면서 모든 게 멈춘 상태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배려한 부분까지 '코치갑질'로 묘사되니 힘들었다.
한 학부모가 휘문고 농구부 단체 카톡방을 보여줬다. 현주엽 감독이 회식비를 쏜다는 내용이 있었다.
"감독님이 농구부원 전체 회식을 열어서 오히려 (저희에게)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감독님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밥을 사주는 건 다른 의미라 생각합니다. 학생을 휘문고 후배, 농구 후배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휘문고 농구부 학부모들이 부탁한 한 가지. 타학생 관련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것. 한 학부모는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현주엽 감독에 대한 허위사실을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목적을 분명히 전했다.
"우리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입니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지만,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 (언론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주엽의 감독 부임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그도 그럴 게, 현주엽의 아들 2명이 휘문중학교 농구부다.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르면, 국공립학교 교직원은 직무수행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없다.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 이후, 이해충돌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디스패치'가 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현주엽은 해당되지 않았다. 현주엽의 경우 교직원이 아니라 운동부 계약직이라는 것. 또한 휘문고는 국공립이 아니라, 자율형 사립고다.
'고교상피제'를 지적할 수도 있다.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제도다. 단, 이 또한 시기상조다. 현주엽 아들의 (고교) 진로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현주엽 측은 모든 지적을 겸허히 받아 들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교육법규 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휘문중에 다니는 이상, (휘문중 학부모 사이에서)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조만간 현주엽 감독이 거취 문제를 밝힐 예정입니다. 자신은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길 바랄 뿐입니다." (현주엽 측)
현주엽 감독은 지금도 학생들의 훈련을 봐주고 있다. 자신의 거취(혹은 후임 감독)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을 땔 수 없다는 판단. 마지막 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진=송효진기자(Dis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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