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 팬들과 찰칵찰칵…"정몽규 나가" 퇴진 시위에도 웃었다

김건일 기자 2024. 3. 2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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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김건일 기자]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13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6 FIFA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전석 매진 안내"와 함께 "축구팬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3월 21일 태국전 티켓이 전석 매진됐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예매 전날께 온라인과 SNS에선 축구 팬들을 중심으로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규탄한다는 뜻으로 태국과 경기를 보이콧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한 축구 유튜버가 만든 '태국전 자리를 비워달라'는 포스터는 SNS를 통해 크게 퍼졌다. 그러면서 축구계는 'A매치가 열릴 때마다 가득 들어찼던' 경기장에 빈 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과 실제로 보이콧이 이루어질까라는 의문이 섞여나왔다.

반면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악마'는 보이콧에 반대 의견을 냈다. 붉은악마는 13일 인스타그램에 "붉은악마의 본질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라며 "그 본질을 벗어나는 순간 붉은악마는 존재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 또 "이번 사태는 축구협회의 잘못으로,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응원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다가오는 태국과의 2연전은 보이콧 없이, 선수들을 더 큰 목소리로 응원하겠다"고 했다.

21일 경기 당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은 6만4000여 석이 가득 들어찼다. 선수들이 소개될 때마다 붉은악마를 중심으로 관중들은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향한 환호를 보냈다. 아시안컵에서 '하극상'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강인을 향해서도 우레와 같은 응원 함성이 쏟아졌다. SNS에서 대한축구협회를 규탄했던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애국가가 끝나자마자 경기장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붉은 악마에서 "정몽규 나가"를 외치기 시작했다. "몽규 OUT" "협회를 규탄한다" "선수들은 방패막이"라며 대한축구협회를 규탄하는 결개가 붉은악마가 자리잡은 응원석 곳곳에 펼쳐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기습 시위'였다. 붉은악마가 외치는 목소리에 일반석에서도 적지 않은 이들이 동참했다.

붉은악마는 다시 선수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로 돌아섰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시위는 계속됐다. 경기 중간 중간 "정몽규 OUT"이라는 목소리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울려퍼졌다. 후반 막판은 물론이고 경기가 끝날 때에도 이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삭막한 분위기도 불구하고 정 회장의 얼굴은 밝았다. 웃는 얼굴로 V를 그리며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기도 했다.

▲ 정몽규HDC그룹 회장이 20일 오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제사를 치르기 위해 서울 청운동 정 명예회장의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 회장은 지난달 끝난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에서 짐을 싼 뒤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은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이 시작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 근무와 잦은 해외 출장으로 눈총을 샀고, 선임 초기부터 아시안컵까지 졸전을 벌인 끝에 부임 17개월 만에 경질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과정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어났다. 지난 1월 독일 매체 슈피겔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2017년 정몽규 회장과 처음 만났다"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정 회장과 만나 인사한 뒤 '감독 찾고 있냐'고 물었다"며 "그랬더니 정 회장 표정이 굳더니 '진심이냐'고 되물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다음날 우리는 한 호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며 "그때 내가 (정 회장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며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 그냥 말했던 거니 혹시 흥미가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그로부터 몇 주 뒤에 정 회장에게 전화가 왔다"며 "정 회장이 (통화에서) 관심을 표했고, 그렇게 농담에서 모든 일이 시작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을 발표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정 회장은 경질 발표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선임에 대한 여러 오해가 있다"며 "전임 파울루 벤투 때와 같은 프로세스로 (클린스만이) 선임된 것"이라고 했다.

또 "감독 후보 61명을 23명으로 좁힌 뒤 마이클 뮐러 KFA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과 인터뷰했다"며 "이후 1~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한 뒤 클린스만이 감독으로 최종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한 말은 정 회장의 해명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에 서울 종로경찰서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지난 13일 정 회장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사건을 넘겨받아 검토에 착수했다.

민생대책위는 정 회장이 협회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클린스만 전 감독을 임명한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하고, 아시안컵 대회 이후 해임을 곧바로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또, 클린스만 전 감독을 해임하지 않았을 때 지불할 금액이 약 73억 원에 이른다며, 이 결정을 정 회장이 주도했다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민생대책위는 정 회장이 협회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클린스만 전 감독을 임명한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하고, 아시안컵 대회 이후 해임을 곧바로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했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2013년 1월 축구협회장에 올라 세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는 정 회장은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4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사퇴 가능성을 묻는 말에 "2018년도 축구협회 총회 당시 회장 임기를 3연임까지 제안하도록 협회의 정관을 바꾼 적이 있다. 당시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이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겠다"고 내년 1월 선거까지 임기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재출마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 이강인 손흥민 ⓒ곽혜미 기자

한편 이날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손흥민이 전반 42분 뽑아낸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1 무승부에 그쳤다.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첫 A매치에서 대표팀은 황선홍 체제로 승리와 함께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6만4000여 명이 꽉 채운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FIFA 랭킹에서 한국은 22위이며, 태국은 79계단 낮은 101위다.

지난 두 경기에서 중국과 싱가포르를 꺾고 승점 6점으로 1위에 올라 있었던 한국은 이날 승리로 승점 1점을 쌓는 데에 머물렀다.

황선홍 감독은 "추운 날씨에도 많은 팬 분들이 성원해주시기 위해 찾아와주셨는데 이기지 못해 죄송하다. 선수들 모두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것으로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원정 경기가 있다. 실망스럽지만 잘 극복해서 원정 경기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경기를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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