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고단백’ 소고기쌀-애벌레… 맛-식감 개선 숙제[과학으로 세상 보기/강석기]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2024. 3. 2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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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식품, 미래식량 될까
연세대 홍진기 교수 연구팀은 최근 쌀알 표면에 소 근육세포와 지방세포를 배양해 소고기 맛과 영양 성분을 더한 대체식품인 ‘소고기 쌀’을 공개했다(첫 번째 사진).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이미 음식으로 익숙한 해조류도 고기 단백질, 다당류 탄수화물을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대체식품이다(가운데 사진).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갖춘 대체식품이 늘고 있지만 맛과 식감, 비용 개선은 여전히 남은 숙제다. 세번째 사진은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 연세대 제공·사진 출처 위키피디아·게티이미지코리아
《얼마 전 ‘소고기 쌀’ 개발 소식이 화제가 됐다. 논문에 따르면 연세대가 주축이 된 국내 연구자들은 쌀알 표면에 젤라틴과 효소를 코팅한 뒤 소에서 얻은 근육세포와 지방세포를 배양했다. 세포는 쌀알의 틈과 젤라틴에 달라붙어 증식한다. 이렇게 얻은 소고기 쌀로 지은 밥은 고기 풍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 같은 영양 성분도 갖췄다. 진짜 고기의 모든 면을 재현한 100% 배양육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 같은 ‘하이브리드 식품’은 머지않아 상품화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자들이 논문에서 말한 것처럼 전쟁 등 비상 상황이나 저개발 국가의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채식주의자들은 고기가 생각날 때 소고기 쌀 같은 배양육 함유 식품으로 위안할 수 있을 것이다.》




온실가스 줄이는 대체육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고기를 대체하는 식품은 미래 식량 중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오늘날 콩(대두)과 옥수수 같은 소의 사료 작물을 생산하는 데 전체 작물 재배 면적의 3분의 1이 쓰이고 그 양은 11억 t에 이른다. 먹인 사료 무게에서 얻은 고기 무게를 나눈 값인 사료전환율이 2∼10이므로(닭, 돼지, 소의 순서로 값이 커진다) 사람이 작물을 직접 먹는 것에 비해 엄청난 낭비다. 게다가 고기를 얻는 과정에서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무려 71억 t으로 전체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신음하는 지구에서 고기로 배를 채우는 식단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더구나 극단적인 가뭄과 홍수, 병충해로 인한 사료작물 흉작과 탄소세 같은 환경비용 증가로 최근 수년 새 고깃값이 꽤 올랐고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50g으로, 지구촌 곳곳의 많은 사람이 만성적인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섭취량은 이보다 많지만 기후변화로 미래에 고깃값이 급등하면 50년 전처럼 단백질이 부족해질 수 있다. 한편 동물의 권리나 환경 위기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서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채식만 하다 보면 역시 양질의 단백질이 부족해져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최근 대체식품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대체식품이란 기존에 먹던 식품을 대신하는 식품이다. 대표적인 대체식품은 소위 ‘콩고기’로 알려진 식물 대체육으로 콩(주로 대두)과 밀 같은 작물이 주재료다. 100여 년 전 상용화됐다. 대두는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고기와 비슷하고 밀은 고기 같은 식감을 내는 글루텐 단백질이 들어 있다. 여기에 고기의 맛과 향을 내는 각종 첨가제를 더하면 대체육이 완성된다.

그런데 대두는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고 여성호르몬과 구조가 비슷한 이소플라빈이 들어 있어 많이 먹으면 내분비계를 교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완두콩과 렌틸콩 등 다른 콩류의 단백질을 쓰는 대체식품이 늘고 있다. 1세대 식물 대체육이 맛보다는 영양에 초점을 맞췄다면 2세대는 맛까지도 진짜 고기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번데기도 훌륭한 대체식품

곤충은 단백질은 물론이고 각종 영양소를 갖춘 미래 식량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식용곤충 갈색거저리 유충. 게티이미지코리아
예전에는 식재료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곤충으로 대체식품을 만드는 연구도 활발하다. 물론 지역에 따라 전통적으로 곤충을 먹는 문화도 있지만 별미로 먹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그런 경우로 한국인이라면 한두 번은 먹어봤을 번데기는 누에나방의 애벌레가 성충으로 바뀌는 과도기 상태로 곤충 대체식품으로 볼 수 있다.

번데기의 고소한 맛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곤충은 단백질 덩어리로, 식용 귀뚜라미는 건조 무게가 원래의 65%를 차지한다. 게다가 분류학상 식물보다 곤충이 사람에 더 가까워 곤충 단백질은 아미노산 조성이 식물 단백질보다 우수하다. 여기에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 여러 영양소가 같이 들어 있고 외골격을 이루는 성분인 키틴은 면역계에 도움이 된다. 오늘날 널리 연구되는 식용 곤충은 갈색거저리 유충(애벌레), 누에(번데기), 귀뚜라미(성체) 등이 있다.

곤충을 키우는 데 필요한 땅과 물은 가축 사육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어 친환경인 데다 먹이가 효율적으로 생체량으로 바뀐다. 그럼에도 아직은 많은 사람이 곤충을 먹는다는 데 거부감이 있어 대체식품으로 인정받을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곤충 단백질 생산량은 6000t에 불과하고 일부가 곤충 기반 햄버거에 들어가지만 주로 반려동물 사료 성분으로 쓰이고 있다. 곤충은 우리가 즐겨 먹는 게나 새우 같은 갑각류와 분류학상으로 가깝다는 식의 과학지식을 알려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

한국인은 대체식품 선구자

해조류도 최근 주목받는 대체식품이다. 김과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즐겨 먹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해조류가 무슨 대체식품이냐 하겠지만 우리나 일본인이 예외로, 지구촌 사람들의 평균 해조류 섭취량은 미미하다. 서구인들은 해조류를 먹을 거리로 생각하지 않았다(해조류의 영어 seaweed를 직역하면 바다잡초다).

해조류에는 단백질은 물론이고 탄수화물(다당류), 지방, 미네랄 등 영양 성분이 풍부하고 성장이 빠르다. 최근 김 수출이 크게 는 것도 해조류를 훌륭한 대체식품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조류를 재료로 쓴 신메뉴 개발과 함께 단백질이나 다당류를 추출해 식품 원료로 쓰는 연구가 진행되면 해조류의 칼로리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균류단백질을 이용한 대체식품 연구도 활발하다. 보통 균류단백질이라고 하면 토양 곰팡이인 푸사리움의 균사체(가는 뿌리처럼 생긴 구조)를 가공한 것으로 단백질과 함께 섬유질이 많아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낸다. 1985년 영국 식품회사가 연속 발효 공정으로 대량 생산해 ‘퀀(Quorn)’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했다. 그 뒤 특허가 만료되고 친환경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사실 균류의 자실체인 버섯은 이미 식품으로 쓰이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는 사찰 요리에서 표고를 비롯해 여러 버섯이 고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해조류와 마찬가지로 버섯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많이 먹는 식품으로, 지구촌 사람들의 평균 섭취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그러고 보면 동물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던 우리 조상들이 마련한 식단이 미래 대체식품의 원형인 셈이다.

‘소고기맛 등심’ 시대 올까

대체식품은 미래 식량으로서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식감 및 친환경성 등과 관련해 갈 길이 멀다. 배양육의 경우 진짜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진짜 고기 같은 식감을 내기 어려워 잇저스트의 닭고기 너깃은 배양한 닭 세포 70%에 식물 단백질 30%를 섞은 가공육을 쓰고 있다. 배양육의 생산 비용을 아무리 낮춰도 고기의 수십 배에 이르는 것도 문제다. 배양육은 장치산업으로 설비를 짓는 데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

‘진짜 고기’ 진영에서도 소의 메탄 생성 장내 미생물 활동을 억제하거나 사육 효율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호주와 브라질의 농장에서 이미 첨가 사료를 쓰기 시작했다. 원천적으로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가축을 만드는 연구도 한창이다.

여전히 대체식품이 자연 그대로의 식품만큼 범용되긴 어려울 거란 회의적인 시각도 많지만 사료작물 흉작, 전염병 창궐, 유엔 차원의 엄청난 탄소세 부과 등으로 고깃값이 ‘금값’이 되는 등 자연 식품의 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대체식품들이 지금보다 각광받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언젠가 게살을 조금 넣은 ‘게맛살’처럼 한우를 조금 넣은 ‘한우 등심 5% 소고기맛 등심’이 마트에서 팔리게 될지 모를 일이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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