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고단백’ 소고기쌀-애벌레… 맛-식감 개선 숙제[과학으로 세상 보기/강석기]
온실가스 줄이는 대체육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신음하는 지구에서 고기로 배를 채우는 식단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더구나 극단적인 가뭄과 홍수, 병충해로 인한 사료작물 흉작과 탄소세 같은 환경비용 증가로 최근 수년 새 고깃값이 꽤 올랐고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50g으로, 지구촌 곳곳의 많은 사람이 만성적인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섭취량은 이보다 많지만 기후변화로 미래에 고깃값이 급등하면 50년 전처럼 단백질이 부족해질 수 있다. 한편 동물의 권리나 환경 위기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서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채식만 하다 보면 역시 양질의 단백질이 부족해져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최근 대체식품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대체식품이란 기존에 먹던 식품을 대신하는 식품이다. 대표적인 대체식품은 소위 ‘콩고기’로 알려진 식물 대체육으로 콩(주로 대두)과 밀 같은 작물이 주재료다. 100여 년 전 상용화됐다. 대두는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고기와 비슷하고 밀은 고기 같은 식감을 내는 글루텐 단백질이 들어 있다. 여기에 고기의 맛과 향을 내는 각종 첨가제를 더하면 대체육이 완성된다.
그런데 대두는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고 여성호르몬과 구조가 비슷한 이소플라빈이 들어 있어 많이 먹으면 내분비계를 교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완두콩과 렌틸콩 등 다른 콩류의 단백질을 쓰는 대체식품이 늘고 있다. 1세대 식물 대체육이 맛보다는 영양에 초점을 맞췄다면 2세대는 맛까지도 진짜 고기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번데기도 훌륭한 대체식품
번데기의 고소한 맛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곤충은 단백질 덩어리로, 식용 귀뚜라미는 건조 무게가 원래의 65%를 차지한다. 게다가 분류학상 식물보다 곤충이 사람에 더 가까워 곤충 단백질은 아미노산 조성이 식물 단백질보다 우수하다. 여기에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 여러 영양소가 같이 들어 있고 외골격을 이루는 성분인 키틴은 면역계에 도움이 된다. 오늘날 널리 연구되는 식용 곤충은 갈색거저리 유충(애벌레), 누에(번데기), 귀뚜라미(성체) 등이 있다.
곤충을 키우는 데 필요한 땅과 물은 가축 사육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어 친환경인 데다 먹이가 효율적으로 생체량으로 바뀐다. 그럼에도 아직은 많은 사람이 곤충을 먹는다는 데 거부감이 있어 대체식품으로 인정받을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곤충 단백질 생산량은 6000t에 불과하고 일부가 곤충 기반 햄버거에 들어가지만 주로 반려동물 사료 성분으로 쓰이고 있다. 곤충은 우리가 즐겨 먹는 게나 새우 같은 갑각류와 분류학상으로 가깝다는 식의 과학지식을 알려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
한국인은 대체식품 선구자
해조류도 최근 주목받는 대체식품이다. 김과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즐겨 먹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해조류가 무슨 대체식품이냐 하겠지만 우리나 일본인이 예외로, 지구촌 사람들의 평균 해조류 섭취량은 미미하다. 서구인들은 해조류를 먹을 거리로 생각하지 않았다(해조류의 영어 seaweed를 직역하면 바다잡초다).
해조류에는 단백질은 물론이고 탄수화물(다당류), 지방, 미네랄 등 영양 성분이 풍부하고 성장이 빠르다. 최근 김 수출이 크게 는 것도 해조류를 훌륭한 대체식품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조류를 재료로 쓴 신메뉴 개발과 함께 단백질이나 다당류를 추출해 식품 원료로 쓰는 연구가 진행되면 해조류의 칼로리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균류단백질을 이용한 대체식품 연구도 활발하다. 보통 균류단백질이라고 하면 토양 곰팡이인 푸사리움의 균사체(가는 뿌리처럼 생긴 구조)를 가공한 것으로 단백질과 함께 섬유질이 많아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낸다. 1985년 영국 식품회사가 연속 발효 공정으로 대량 생산해 ‘퀀(Quorn)’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했다. 그 뒤 특허가 만료되고 친환경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사실 균류의 자실체인 버섯은 이미 식품으로 쓰이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는 사찰 요리에서 표고를 비롯해 여러 버섯이 고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해조류와 마찬가지로 버섯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많이 먹는 식품으로, 지구촌 사람들의 평균 섭취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그러고 보면 동물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던 우리 조상들이 마련한 식단이 미래 대체식품의 원형인 셈이다.
‘소고기맛 등심’ 시대 올까
대체식품은 미래 식량으로서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식감 및 친환경성 등과 관련해 갈 길이 멀다. 배양육의 경우 진짜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진짜 고기 같은 식감을 내기 어려워 잇저스트의 닭고기 너깃은 배양한 닭 세포 70%에 식물 단백질 30%를 섞은 가공육을 쓰고 있다. 배양육의 생산 비용을 아무리 낮춰도 고기의 수십 배에 이르는 것도 문제다. 배양육은 장치산업으로 설비를 짓는 데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
‘진짜 고기’ 진영에서도 소의 메탄 생성 장내 미생물 활동을 억제하거나 사육 효율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호주와 브라질의 농장에서 이미 첨가 사료를 쓰기 시작했다. 원천적으로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가축을 만드는 연구도 한창이다.
여전히 대체식품이 자연 그대로의 식품만큼 범용되긴 어려울 거란 회의적인 시각도 많지만 사료작물 흉작, 전염병 창궐, 유엔 차원의 엄청난 탄소세 부과 등으로 고깃값이 ‘금값’이 되는 등 자연 식품의 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대체식품들이 지금보다 각광받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언젠가 게살을 조금 넣은 ‘게맛살’처럼 한우를 조금 넣은 ‘한우 등심 5% 소고기맛 등심’이 마트에서 팔리게 될지 모를 일이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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