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의 오해[알파고 시나씨 한국 블로그]
민족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필자는 2004년에 한국 유학을 결정하고 입국을 준비하면서 깜짝 놀랐다.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라고 해서다. 필자에겐 아주 신기한 정보였다. 한 나라가 어떻게 단일민족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중간에 다른 민족들이 이민 오거나 혹은 이주 과정에서 들르기라도 했을 텐데, 단 한 민족도 오지 않았다는 것인가? 지도를 보니까 이해가 될 듯도 했다. 한국도, 일본도, 아시아의 끝에 있어 민족 대이동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길목에 있지 않았다. 마치 유럽의 아일랜드, 아이슬란드와 비슷한 지정학적 운명이었다. 그 나라들도 유럽의 끝에 위치해 민족들이 왔다 갔다 할 일이 거의 없어서 내부 구성이 단일민족에 가깝게 비슷하다.
물론 최근엔 이 두 나라도 그 단일민족 구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아일랜드 인구의 12%, 아이슬란드 인구의 15%는 이민자다. 단일민족 국가라도 100% 단일민족으로만 이뤄졌다기보다 주된 민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로 보면 될 것 같다. 중국에서 주된 민족 한족의 비율이 90%를 넘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한국이나 일본 혹은 아일랜드 같은 단일민족 국가들이 다수가 아니고, 소수이다. 지구상에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다민족 국가다.
필자가 궁금한 것은 한국인들이 한국의 이 특수성을 잘 알고 있는지다. 단일민족 국가가 좋다, 혹은 나쁘다가 아니고 특수하다는 것을 말이다. 한국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왠지 웬만한 나라는 다 하나의 민족으로 이뤄진 국가라고 생각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잘 알려졌다시피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도 민족 국가가 아니고 이민자들의 나라다. 과거 식민지 배경이 있는 나라들도 거의 이민자 나라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 나라에 오는 외국인들은 종종 다소 불편한 대화를 겪게 된다.
얼마 전 독일 이민자 3세 친구와 만나서 들은 이야기다. 한국에서 누구와 만날 때 고향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본인을 독일인으로 소개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반응은 십중팔구 “근데 왜 독일 사람처럼 안 생겼어?”라는 것이다. 한국에 있는 필자 친구 중에 이란에서 호주로 이민 간 가정에서 태어난 호주 사람이 있다. 이 친구의 아빠는 이민 2세대이고, 엄마는 3세대 이민자이다. 그러다 보니 이 친구는 본인을 전혀 이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란말은 한마디도 모른다. 이란에 간 적도 없고, 갈 계획도 없다. 이 친구에게 이란이라는 나라는 그 어느 평범한 호주 사람에게 있어 이란의 의미와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한국에서 고향 혹은 고국 질문을 받고 호주라고 답하면 부모님들의 고향 질문이 이어지고, 조부모 질문까지 나와 기어코 ‘이란’이라는 나라 이름을 말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상대방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그래, 이란이지. 에이, 호주 사람 아니네. 이란 사람이네!”
요즘 한국에서 이민자, 다문화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이민 확대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와 친구들이 겪은 이런 사례들이 생각난다. 세상에 민족과 국가가 동일시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이민 확대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런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파이브스톤즈이엔티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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