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총선 앞두고 위협받는 건전재정

이희경 2024. 3. 2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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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 강화(Fiscal consolidation)는 급격한 고령화에 직면한 한국의 핵심 과제다."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에 정책 과제를 권고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제일 먼저 언급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을 보면 건전재정 기조가 국정의 선순위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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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 강화(Fiscal consolidation)는 급격한 고령화에 직면한 한국의 핵심 과제다.”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에 정책 과제를 권고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제일 먼저 언급했다. 급격한 고령화에 연금, 건강 관련 복지 예산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전재정의 유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건전성 수단으로 내세운 재정준칙이 조속히 실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정준칙은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 3% 미만 관리를 골자로 하며, 110대 국정과제 중 5번에 위치할 정도로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력한 정책으로 꼽힌다.
이희경 경제부 기자
하지만 최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을 보면 건전재정 기조가 국정의 선순위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총선을 앞두고 각종 감세 및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감세 정책 중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대표적으로 이런 우려를 산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이면 20%, 3억원을 넘으면 25%를 부과하는 것으로 여야 합의를 거쳐 도입이 확정됐고, 2년 유예 후 2025년 시행이 예정됐다. 기재부 역시 2020년 ‘금융 세제 선진화 방향’ 중 하나로 금투세 도입의 정당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주식시장 개장식에서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지금껏 정치권과 세제 전문가들이 고민했던 모든 논의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금투세 폐지로 인한 세수 감소분은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정책 중 재원 대책이 함께 제시되지 않는 사업도 여럿이다. 국가장학금 수혜자를 1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늘리는 등의 대책에 들어가는 추가 예산은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재원 조달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해 약 56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 후 우리 재정 상황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는 2024년 -99조9000억원, 2025년 -85조7000억원, 2026년 -83조3000억원 등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GDP 대비 비율은 올해 -4.3%, 2025년 -3.5%, 2026년 -3.3%로 각각 전망됐다. 이번 정부 임기 내내 재정준칙이 준수되기 힘든 셈이다.

여기에 고령화와 관련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지출 청구서’도 조만간 날아들 예정이다. 실제 지난해 157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복지 분야 의무지출은 불과 9년 후인 2032년 294조7000억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합계출산율 0.65명(지난해 4분기 기준)을 찍은 저출산 관련 대책에도 막대한 정부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치밀한 경제적 분석 없이 세원을 잠식하는 감세 정책 등을 남발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시정연설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며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힘든 빚을 넘겨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건전재정의 수혜자여야 할 미래세대가 총선을 앞두고 발표된 포퓰리즘 대책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이희경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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