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韓, 외교지평의 확대 필요하다
국제사회 각자도생 위해 분주
韓 특유의 소프트파워 활용해
글로벌사우스로 영역 확대해야
올해 들어서도 변함없이 전개되는 국제질서의 혼돈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외교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부여하고 있다. 북핵의 지속적인 위협 속에서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중 간의 대립과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는 민족주의를 잉태한 다양한 선거가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한 각국은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자연스럽게 자국 위주의 각자도생(各自圖生) 도모에 부심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중국의 북핵과 북한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은 얼마 전 폐막한 전인대(全人大)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안보 우려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북한마저 동조하지 않는 비핵화와 북·미평화협정을 동시 추진하자는 쌍궤병진(雙軌竝進) 원칙을 재확인했다. 미국을 직간접적으로 질책하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은 평화 협상을 재개해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더 많은 선택지를 확보해야 한다. 마침 세계 각국은 다양한 협의체를 구성해 새로운 의제를 선도하기 위한 이합집산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한국도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기존의 4강 외교와 더불어 글로벌 중추 국가 시대 외교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중이다. 특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수임을 계기로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사회의 담론과 규범 형성 과정에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작금의 세계는 이미 물리적 파워 못지않은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의 가치는 남다르다.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분단의 현실을 극복하고 이룩한 놀라운 경제성장,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해 원조 수원(受援)국에서 공여국이 된 나라, 21세기 세계 문화 아이콘 한류의 보유국이며 IT 강국이다. 이제 주변국에 휘둘리지 않고 성장한 물리적 국력에 합당한 한국형 소프트 파워를 접목하는 융합형 스마트 파워의 전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점에서 최근 증가하는 인구와 경제 규모, 그리고 자원의 우세 등을 바탕으로 국제적 정치·경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관계 증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저개발 국가를 지칭한 적도 있으나 지금은 120여 개국이 이에 포함될 만큼 개념과 범위가 모호해졌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브릭스(BRICS)를 확대하고, 인도가 그 맹주를 자처할 만큼 각축이 벌어지고 있으며 미국·일본 등도 이 그룹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문화적 연대와 경제 개발 경험을 내세운다면 중앙아시아도 우리의 적극 외교 대상이다.
모든 국가는 안전 확보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북핵 위협을 극복하고, 국제적 외교 지평의 확대를 위한 특화된 외교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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