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미래] 10년 후 대입제도 구상을 위한 접근법

2024. 3. 2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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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에도 입시는 사회 문제
미래형 인재육성제도 구축 위해
10년 이상 장기적 플랜 세워야
합리적 논의와 결론 도출 가능

학생들의 자해와 자살이 이어지자, 입시지옥을 완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며 당국은 ‘학교에서의 입시교육 철폐, 입시 과목 축소, 입학시험에서 응용문제 출제 금지’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언제 발표된 것일까? 놀랍게도 1934년에 조선총독부가 발표한 것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입시대책이라며 우리 사회와 정부는 계속해서 유사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주최로 우리나라 대학입시 개혁 방향을 논하는 포럼이 개최되었다. 우리 교육과 국가의 미래를 논할 때면 대입제도가 늘 걸림돌 취급을 받는다. 우리 사회가 뜻을 모아 바람직한 대입제도를 만들어낸다면, 이는 국가의 미래를 밝힐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미래 대입제도를 논할 때는 당면한 문제에 초점을 맞춘 ‘문제해결접근법’과 함께 미래형 인재를 기르는 데 적합한 제도를 만드는 ‘미래창조접근법’을 택한다. 미래창조접근법을 택할 때에는 미래사회 변화 예측만이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논의할 때 제도와 정책 모습과 함께 누가 참여해서 어떠한 방법과 절차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대입제도 문제로는 과도한 경쟁, 이로 인한 학생들의 부담 및 스트레스와 사교육비, 전인적 고급역량을 갖춘 미래인재 육성 실패 및 젊음의 시간 낭비, 초중등학교 입시기관화 등이 있다.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 경제 제도 및 문화 때문에 생긴 ‘입시관련문제’와 입시제도 자체 때문에 생긴 ‘입시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현재의 사회경제체제와 문화를 유지하는 한 과도한 대입 경쟁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음을 명확히 인식하며 미래형 대입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과도한 경쟁문제는 근로의욕고취형 복지사회인 ‘신실력주의사회’가 되어야 완화될 것이다.

대입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젊음의 시간을 투자하여 전인적이고 고급역량을 갖춘 미래인재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과도한 경쟁사회에서는 입시의 타당성보다는 객관성과 신뢰성이 중시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고육지책으로 객관식 수능제도를 채택했다. 향후 AI를 활용하면 고급역량을 측정하는 논술평가라 하더라도 신뢰성과 신속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객관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제기되는 공정성 문제 즉, 사회적 약자 계층의 불리함은 사회통합전형 비율을 높임으로써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입제도 개선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이 모두가 공존하는 신실력주의사회를 만들 인재가 되도록 이끌 수도 있다. 경쟁이 치열한 대학과 학과 졸업생은 사회 지도자가 되거나 상층으로 편입하게 된다. 이들이 자신의 결과물을 사회와 나누고 사회의 지도자가 될 만한 전인적 미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대입 전형 기준의 하나로 포함시켜 평가한다면 젊음의 시간 동안 리더로서의 소양을 기르며 성장할 것이다.

대입 전형 요소를 비롯한 대입제도는 정치적 산물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대입제도에 대한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사회구성원이 개인의 이익을 넘어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의 하나는 그 정책 결정이 구성원 자신에게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상황을 바꾸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르면 유치원 때부터 각종 제도에 맞추어 대입을 준비시킨다. 자신들이 생각한 길로 절반 이상 와 있는 시점에서 그 길을 폐쇄하겠다고 하면 합리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입제도 관련 큰 흐름은 적어도 10년 후의 정책을 목표로 해야 개인의 이익을 떠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해진다. 핵심 역할의 하나가 대입정책 수립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주체가 되어 논의를 진행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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