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호의플랫폼정부] 인사 교류로 부처 칸막이 허물 수 있나

2024. 3. 2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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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벽 허물기가 화두인 것 같다.

지난 2월 국무조정실과 인사혁신처가 인사교류 24개 직위를 선정하여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업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활성화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그러나 협업이 정부의 일하는 방식에 내재화되고 일상화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문제는 이를 통한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의도한 협업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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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무원 집단의 능력이 곧 정부의 역량
협업 확대 등 조직문화 변화 다차원적 접근을
요즘 벽 허물기가 화두인 것 같다. 지난 2월 국무조정실과 인사혁신처가 인사교류 24개 직위를 선정하여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업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활성화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이주호 부총리는 벽 허물기는 교육부의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고, 대학들 또한 디지털 융합시대에 부응하여 학문 간 공통의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해 사활을 걸고 칸막이식 교육 혁파를 추진하고 있다.

부처 간 벽을 없애려는 것은 국민 관점에서 행정하자는 것이다. 국민이 불편해하는 복합적 문제를 더 이상 단일 부처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처 경계를 넘나들며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혁신의 한 모습이다. 근대 국가 이후 유행했던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전문성의 시대가 저물고 우물을 깊고 넓게 파야 하는 융합과 협력의 시대가 온 것이다.

정부 협업은 정책개발과 전달체계 과정에 여러 부처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적인 정책문제 해결을 통해 ‘공유된 오너십’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 역량은 한 개인이 아니라 전체 공무원의 집단 능력인 것처럼, 협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성을 가진 여러 공무원이나 조직체 간의 융합과 협력은 필수이다.

그러나 협업이 정부의 일하는 방식에 내재화되고 일상화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조직 문화가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가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창의적이며 과감한 노력이 시도될 때 시간도 의미가 있다. 단순히 부처 간 인력교류를 넓히는 정도로 굳어져 있는 칸막이식 일하는 방식이 무너질 거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런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부처 간 인사 교류는 과거 정부에서도 간간이 시도하였다. 문제는 이를 통한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의도한 협업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았다. 실패한 시도를 분석하고 개선하려는 꾸준한 실험적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부처 간 벽 허물기에 진심이라면 단발성 시도가 아니라 다차원적인 조치와 강력한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도전적으로 시도해 봄직할까?

먼저, 조직 문화를 바꿔보자. 명령이 아닌 자유로운 소통이 일상화되고, 내가 아닌 우리의 가치가 평가받을 수 있도록 숨 막히는 관료제 문화를 시급히 걷어내야 한다. 둘째로, 인사관리 측면에서 1인 다부처 또는 동일 부처 내 다부서 근무를 실험적이지만 시도해 보자. 보다 근본적으로, 사다리식 커리어 패스가 아닌 다양한 자신의 역량, 강점, 경험을 개발하여 펼쳐놓는 포트폴리오식 인력관리를 통해 신진 인력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로, 조직관리 측면에서 협업과제 관리를 강화하자. 당장 온나라 업무관리시스템에서 과제시행 시 신규 과제의 경우 협업 체크리스트를 자동 확인하도록 해보자.

특히 협업을 가로막는 정부 내 제약을 걷어내야 한다. 예컨대 협업 결과를 참여 부처들이 공평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정부업무평가제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협업 인프라로써 데이터와 정보의 통합과 공유를 위한 플랫폼 구축은 빠를수록 좋다. 협업과 융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부처 칸막이 타파는 정부 관료제의 DNA를 새롭게 바꾸는 절박한 노력일 때 그 의미가 있다. 머지않아 정부 전체 업무에 대한 범용인공지능(AGI)이 가능해질 즈음에 AI와 인간의 협업 역시 필수가 될 것이다. 몇 개 부처 인사 교류가 칸막이 해체를 위한 보여주기식 제스처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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