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없는 황선홍호’, 불안한 출발
올림픽 남자 축구 종목에서 한국은 최다 연속 출전 기록 보유국이다. 1988년부터 2021년까지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다음이 7회 이탈리아(1912~1948, 1984~2008). 한국 축구가 올해 파리 올림픽에 나선다면 10회 연속 출전이란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림픽행은 다음 달 15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U-23(23세 이하) 아시안컵에서 결정된다. 16팀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4팀씩 4조로 나눠 조별 리그를 벌인 뒤 조 1~2위가 8강에 올라 토너먼트를 벌이는 방식이다. 대회 1~3위가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남은 한 장을 놓고 아프리카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벌여야 한다.
그러나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일단 대회가 카타르에서 열린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보듯 최근 중동 팀 위세가 간단하지 않다. 아시안컵에선 개최국 카타르가 우승, 요르단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일본·UAE(아랍에미리트)·중국과 함께 B조에 속해 있다. 조별 리그 통과를 낙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더구나 황선홍(56) 감독이 빠져 있다. 국가 대표 임시 감독을 맡느라 그렇다. 현재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U-23 아시안컵을 앞두고 전력을 점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 초청국으로 참가하고 있다. ‘황선홍 없는 황선홍호’로 나섰다. 21일(한국 시각) WAFF 챔피언십 1차전에선 왼쪽 풀백 조현택(23·김천 상무) 결승골을 앞세워 태국에 1대0으로 이겼다. 태국에 진땀승을 거둔 한국은 4강에 올라 이날 요르단과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대1로 승리한 사우디와 24일 준결승을 치른다. 황선홍 감독은 “임시 사령탑을 맡느라 대회에 함께하지 못해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발전시켜야 할 부분도 있고, 확인해야 할 포지션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코치들과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1~2003년생이 주축을 이루는 이번 대표팀엔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인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과 정우영(25·슈투트가르트), 홍현석(25·헨트) 등 유럽파 스타들은 없다. 이강인은 올림픽 축구 연령 제한(23세 이하)에는 걸리지 않지만 이미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은 터라 이번 올림픽에 출전할지 불투명하다. 다만 배준호(21·스토크시티)와 양현준(22·셀틱), 김지수(20·브렌트퍼드) 등 새로운 얼굴과 황재원(22·대구)과 안재준(23·부천) 등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들이 일부 남아 있다. 배준호·김지수와 함께 작년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을 이뤄낸 강성진(21·서울)과 이영준(21·김천 상무)도 활력을 불어넣을지 기대된다.
아직 아시아 지역 올림픽 축구 참가팀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FIFA(국제축구연맹)는 21일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본부에서 올림픽 축구 조 추첨을 실시했다. U-23 아시안컵 1~3위 팀 중 AFC(아시아축구연맹) 랭킹 1위 팀이 파라과이·말리·이스라엘과 D조, AFC 2위는 스페인·이집트·도미니카공화국과 C조, AFC 3위는 아르헨티나·모로코·우크라이나와 B조에 속한다. AFC 랭킹은 도쿄 대회를 포함한 지난 올림픽 성적을 차등 합산해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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