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실점 대참사' 4318억 투수의 생애 첫 1이닝 강판…"레벨 차이 느꼈을 것" 美·日 100승-100H-100SV 레전드의 분석 [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초구부터 안타, 이점에서 동요하지 않았을까…"
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이날은 악몽과도 같은 하루였다. 야마모토는 1이닝 동안 투구수 43구, 4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5실점(5자책)으로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야마모토가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1시즌. 당시 야마모토는 26경기에 등판해 193⅔이닝을 소화, 18승 5패 평균자책점 1.39의 성적을 남기며 퍼시픽리그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탈삼진)에 이어 정규시즌 MVP, 최고의 투수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이는 야마모토의 화려한 커리어의 시작에 불과했다.
야마모토는 이듬해에도 26경기에 등판해 15승 5패 평균자책점 1.68로 퍼시픽리그를 폭격했고, 지난해 또한 23경기에 나서 16승 6패 평균자책점 1.21로 활약하며,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초 3년 연속 투수 4관왕-MVP-사와무라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뉴욕 양키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이 자신의 경기를 보러 왔을 당시 개인 통산 두 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 주가가 폭등했다.
야마모토는 일본에서의 엄청난 성적은 물론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의 인상적인 모습을 바탕으로 2023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의 문을 두들겼다. 야마모토의 화려한 커리어와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주목할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수많은 구단들이 일본의 에이스를 주목했다.
야마모토는 다저스를 비롯해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많은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끝에 지난해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18억원)의 계약을 통해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다저스는 두 번의 옵트아웃 조항과 함께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계약금 5000만 달러(약 664억원)를 제안한 끝에 야마모토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게릿 콜(뉴욕 양키스)을 제치고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게 된 야마모토는 지난달 29일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디펜딩 챔피언'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2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당시 야마모토의 투구에 로버츠 감독은 함박미소를 지었고, 현지 언론들은 칭찬, 일본 언론들은 야마모토 찬양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첫 등판의 좋은 흐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야마모토는 지난 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3이닝 동안 6피안타 3볼넷 5실점(5자책)으로 악몽과 같은 투구를 기록했다. 비록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투구 내용은 몸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빅리그의 벽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서울시리즈행을 앞둔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도 4⅔이닝 4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야마모토의 거듭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것은 '쿠세(버릇)'였다. 두 번째 등판에서 야마모토의 그립이 중계 화면에 잡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시범경기의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시범경기니까'라는 생각이다. 그 이상으로 3월에 여러가지를 확인했다. 확실한 것은 개막전 준비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지적받은 '쿠세'에 대해서도 "조정할 부분은 확실하게 했다. 개막전을 향한 준비는 확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야마모토의 첫 등판은 최악이었다. 야마모토는 1회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잰더 보가츠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경기를 출발했다.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린 공을 2억 8000만 달러(약 3720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보가츠가 놓칠 리가 없었다. 초구에 안타를 맞은 야마모토는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후속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는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실점 위기를 자초한 야마모토는 제이크 크로넨워스에게 던진 2구째가 다시 한번 스트라이크존에 몰리게 됐고, 이는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로 이어졌다.
아웃카운트를 잡는 게 참 어려웠다. 야마모토는 매니 마차도에게 볼넷을 내준 무사 1, 3루에서 처음으로 김하성을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김하성의 타구는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는 희생플라이였다. 그래도 야마모토는 주릭슨 프로파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는데, 루이스 캄푸사노-타일러 웨이드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으면서 5실점을 기록한 뒤 잭슨 메릴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매우 힘겹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당초 로버츠 감독은 야마모토의 투구수를 약 90구로 잡았다. 하지만 부진한 투구 속에서 야마모토는 1회에만 43구를 뿌리게 됐고, 결국 2회부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본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일본프로야구 시절 118번의 선발 등판 중 야마모토가 1이닝 만에 조기강판을 당한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하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데뷔전에서 최악의 투구를 남기게 된 셈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날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미·일 통산 '100승-100세이브-100홀드'의 '레전드' 우에하라 코지는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빅리그 무대에서는 처음이라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일단 선두타자부터 초구에 안타를 맞았다는 점에서 동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야마모토의 투구를 지켜본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결국 심리적인 요인이 컸다는 것이 우에하라의 생각이다.
계속해서 우에하라는 '쿠세'에 대한 질문에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한 경기 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아무래도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차이를 느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레벨의 차이는 물론 마운드의 단단함-부드러움의 차이, 공인구와 기온 등 여러 요인이 겹쳐서 지금같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첫 등판에서 야마모토의 커리어 내에서도 가장 좋지 않은 투구를 남긴 만큼 더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에하라는 "첫 경기에서부터 좋지 않은 결과를 남긴 만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이제부터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은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야마모토의 메이저리그 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후배 야마모토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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