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 함께, 다시 ‘원팀’ 태극전사 됐지만···월드컵경기장 채운 만원관중 응원에도 태국전 1-1 무승부
6만4912명 만원관중의 뜨거운 함성이 경기내내 울려 퍼졌다. 관중석에서는 체감온도가 영하로 뚝 떨어진 3월 꽃샘추위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축구팬들의 열띤 응원에도 무기력했던 태극전사는 날카로움을 되찾지 못했다. 지난달 끝난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충격의 4강 탈락으로 거센 비판에 시달려야 했던 한국 축구가 안방에서 한 수 아래 상대로도 승리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21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손흥민(토트넘)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1 무승부로 마쳤다. 역대급 전력이라는 평가 속에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출정했지만, 거듭된 졸전 끝에 탈락한 뒤 맞은 첫 A매치였다. 대표팀은 아시안컵 이후 긴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지도력은 물론 부적절한 태도로 비판을 받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1년도 안돼 경질됐다. 여기에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무기력한 패배 전날, 주장인 손흥민에 대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하극상 논란까지 더해졌다.
대표팀은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끄는 임시 사령탑 황선홍 감독 지휘 아래 태국과 홈·원정 2연전을 치른다. 대표팀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추스리는 것이 중요했다. 축구팬들은 대표팀 선수들이 다소 위축될 수 있는 분위기에서도 열정적인 응원으로 힘을 불어 넣었다. 대한민국의 서포터석에는 ‘일단 대가리 박고 뛰어, 응원은 우리가 할테니’, ‘태극전사는 붉은악마가 지킨다’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렸다.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대표팀 에이스이면서 늘 헌신적인 자세를 보인 ‘캡틴’ 손흥민을 향한 축구팬들의 지지와 응원은 더 강해졌다. 손흥민은 이번 2연전을 앞두고 ‘논란의 주인공’인 8살 후배 이강인의 실수를 감싸며 ‘원팀’으로 재탄생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강인은 선발 베스트11에서 빠졌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 대표팀 주축 전력으로 자리잡은 이강인이 선발에서 제외된 것은 아시안컵을 앞둔 1월 이라크와의 평가전 이후 처음이다. 이강인이 전광판에 소개될 때는 우려했던 야유는 없었지만, 손흥민과 버금가던 인기를 자랑하던 이강인을 향한 함성은 예전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표팀(22위)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크게 앞선 태국(101위)을 상대로 시원한 경기력을 기대케 했지만 답답한 흐름을 끊지 못했다. 전반 초반에는 수비진에서 패스가 끊겨 위기를 자초했고, 태국의 조직적인 역습에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적지 않게 맞았다.
관중석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함성에 응답한 것은 결국 손흥민이었다. 전반 41분 왼쪽 측면에서 전개된 찬스에서 깊숙히 파고 들어간 이재성의 컷백을 손흥민이 차 넣었다. 손흥민이 124번째 A매치에서 터뜨린 45번째 골이다. 손흥민은 A매치 출전 부문에서 공동 5위로 올라섰다.
전반 경기 점유율은 거의 80%(77-23)에 이르렀지만 다득점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후반 15분 태국에 동점골까지 허용했다. 교체 출전한 태국의 수파낫 무에안타에게 실점했다. 황 감독은 곧바로 이강인과 홍현석을 교체 투입해 반전을 노렸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추가골을 넣기 위해 호흡을 맞췄다. 이강인이 시도한 날카로운 크로스는 손흥민의 머리에 걸리지 않았다. 후반 25분에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손흥민이 이강인에게 내주고, 다시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슈팅이 뜨고 말았다. 대표팀은 마지막까지 태국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무위에 그쳤다.
앞서 싱가포르, 중국과의 1·2차전에서 승리한 한국은 이날 무승부에도 조 선두(승점 7점)를 지켰다. 승점 4점의 태국은 2위에 자리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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