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간 ‘정책’ 탓…태양광 먹구름, 원전엔 볕 들어
저가 중국산 공습에 수요도 급감
한화큐셀, 국내 매출 30% 이상↓
윤석열 정부 ‘친원전 정책’ 수혜
두산에너빌리티, 영업익 4배 ↑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습에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 수요마저 꺾이면서 지난해 재생에너지 기업의 매출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의 원자력발전 육성 정책에 힘입어 원전 기업의 실적은 큰 폭으로 뛰었다.
21일 한화솔루션의 2023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큐셀부문(한화큐셀)의 지난해 국내 사업장 매출액은 2조5432억원으로 전년(3조4472억원) 대비 26.2%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 지역 자산 매각 등으로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부문 매출액은 늘었지만, 태양광 모듈 등 국내 생산 제품 매출만 놓고 보면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한화큐셀의 내수 매출액은 5548억원에서 3737억원으로 30% 넘게 줄었다. 최근 태양광 산업 지원 정책이 잇달아 종료되면서 적잖은 피해를 보는 모습이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11월 생산직 근로자 1800명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데 이어, 12월에는 충북 음성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 공장의 실제 가동 시간도 지난해 4707시간으로, 전년(6771시간) 대비 30.5% 줄었다. 태양광 모듈 생산량도 4291㎿(메가와트)에서 3389㎿로 하락했다. 그동안 성장세를 이어왔던 수출도 전년보다 24.9% 감소했다. 중국산 제품 공급 과잉으로 모듈 제품 가격은 36.6%, 셀 가격은 53.1%가량 떨어진 영향이 컸다.
반면 원자력 주요 설비를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 실적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난해 매출액은 별도 기준 6조6519억원으로 전년(5조2844억원) 대비 약 2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3.2%나 뛰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적이 개선된 데는 정부의 ‘친원전 정책’ 영향이 컸다. 지난해 3월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수력원자력과 2조3381억원 규모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원자로 설비 공급 계약과 5320억원 규모의 터빈설비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1조918억원 규모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따냈다. 정부의 원전 일감 규모만 약 4조원에 달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했다고 우려한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정부가 신규 원전에 대해선 승인 절차 기간을 단축하는 등 지원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인허가 문제로 추진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것을 고려해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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