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현장리뷰] 손흥민 선제골→6만명 응원받은 이강인, 하지만 승리 없었다... 황선홍호, 태국과 1-1 무승부
황선홍 임시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는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3차전 태국과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한국 축구는 위기였다. 202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충격 탈락했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가장 큰 이슈는 손흥민,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 아시안컵 기간 도중 물리적 충돌을 빚은 '탁구 게이트' 사건이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모두가 똘똘 뭉쳤다.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이 공석이던 A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잡았다. '탁구 게이트' 중심에 섰던 손흥민, 이강인은 화해했다. 이강인은 손흥민이 있는 영국으로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진심을 보였다. 손흥민도 대선배답게 이를 받아들였다.
이날 승리는 놓쳤지만, 대표팀 선수들 모두 투지를 선보이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상황도 크게 나쁘지 않다. 힌국은 태국전 무승부에도 2승1무(승점 7)를 기록하고 C조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오는 26일 오후9시30분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4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사실상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짓는다.
황선홍 임시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손흥민은 선발로, 이강인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주민규(울산HD) 원톱에 손흥민,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2선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백승호(버밍엄시티), 황인범(프르베나 즈베즈다)가 중원을 조율했다. 포백은 김진수(전북현대), 김영권(울산HD),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설영우(울산HD), 골문은 조현우(울산HD)가 지켰다.
'K리그 득점왕' 주민규는 감격적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그간 주민규는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여러 차례 득점왕에 오르고도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으로부터 외면받았다. 하지만 황선홍 임시감독은 주민규에게 태극마크 기회를 줬다. 1990년생 주민규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다. 33세 333일의 나이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또 이날 데뷔전을 치러 역대 최고령 데뷔전 기록도 세웠다.
주장 손흥민도 기분 좋은 기록 하나를 챙겼다. 이날 자신의 125번째 A매치에 나서면서 고(故) 유상철, 김호곤과 함께 A매치 개인 최다 출전 공동 5위에 올랐다. 이날 자신의 45번째 A매치 골을 터뜨려 의미를 더했다. 이날 6만 4912명에 달하는 관중이 선수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예상과 다르게 태국쪽으로 흘러갔다. 태국은 소나기 슈팅을 날려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9분에는 조현우가 손을 쭉 뻗어 태국 최전방 공격수 수팟차이 차이뎃의 중거리 슈팅을 막아냈다. 슈퍼세이브였다. 전반 18분 코너킥 찬스에서는 이재성이 크로스를 다이렉트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상대 수비진 육탄방어에 막혔다.
전반 19분 주민규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주민규는 상대 진영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가했고 덕분에 한국은 공격권을 되찾았다. 이어진 황인범의 중거리 슈팅을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골문 앞에 있던 주민규가 재차 밀어 넣으려고 했지만,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골 찬스를 놓친 주민규는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
전반 30분 손흥민은 페널티아크 근처에서 획득한 프리킥 찬스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전반 37분 환상적인 패스 플레이로 상대 수비벽을 허물었다. 손흥민이 또 한 번 좋은 위치에서 슈팅을 날렸는데, 이번에는 골대 위로 넘어갔다.
계속 기회를 놓친 한국이 드디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전반 42분 한국은 측면을 노렸고 이재성이 돌파에 성공한 뒤 좋은 컷백 패스를 건넸다. 이때 손흥민이 달려 들어가 왼발 슈팅을 시도, 깔끔하게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추가시간 혼전 상황에서 나온 정우영의 슈팅은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손흥민의 선제골 덕분에 후반을 기분 좋게 시작하게 됐다.
후반 17분 황선홍 감독도 교체카드를 통해 변화를 줬다. 이강인과 미드필더 홍현석(KAA헨트)이 들어갔다. 대신 주민규, 정우영이 빠졌다. 한국은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후반 24분 손흥민이 다시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부심은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다. 손흥민의 득점도 인정받지 못했다. 동점 스코어가 이어지자 황선홍 감독은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 이명재(울산HD)까지 투입했다.
후반 25분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마 받아주는 선수가 없었다. 기다리던 한국의 추가골도 나오지 않았다. 후반 막판 황인범, 백승호의 결정적인 골 찬스마저 골로 연결되지 않아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한국은 홈에서 승점 1을 얻는데 만족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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