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을 ‘도심 캠퍼스’로…동성로 부활할까
창업 공간 등 조성…일각 “근대 유적 활용 필요” 지적도
“1년은 넘게 비어 있었죠.”
지난 18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7년째 옷가게를 운영 중인 50대 이모씨가 맞은편 3층 건물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구’ 하면 동성로부터 떠올리던 것도 옛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곳 상인들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뒤 지금까지 상권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이씨는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상인들은 이곳을 떠나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빈 점포는 을씨년스럽게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찾은 옛 대구백화점(폐점) 인근에만 어림잡아 30여곳의 점포에 ‘임대’ 딱지가 붙어 있었다. 이곳은 동성로의 중심부이지만 2~3층 전체가 비어 있는 건물도 7채나 됐다. 대구백화점은 2021년 경영 악화를 이유로 문을 닫았다. 지금도 오가는 손님 없이 빈 백화점 건물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동성로는 1960년대부터 지역의 대표 상권 역할을 해왔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어 크고 작은 상권이 형성되면서 규모가 축소됐다. 특히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쇼핑상가들이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동인구가 급감하면서 공실이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를 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했던 2021년 상가 공실률은 12.6%에서 2022년 15.2%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와 11%대에 그친 전국 및 대구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동성로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17.4%까지 올라 최근 몇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동성로의 공실률이 줄었으나 일시적인 현상인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최근 물가도 많이 올랐고 주택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동성로 되살리기를 위해 올해부터 이른바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동인구를 늘려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2028년까지 5년간 국비 30억원 등 총 60억원을 들여 점포 706곳의 브랜드 개발과 컨설팅 등으로 상권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대구시는 이달부터 전국 처음으로 ‘도심캠퍼스’를 시범운영하기 시작했다. 공실 상가 등 유휴 공간을 창업과 인력양성 등에 필요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거리 공연을 위해 동성로를 찾을 수 있도록 공간 개발을 위한 용역도 진행 중이다. 도심 공원인 2·28민주운동기념공원을 새단장하고 산책로와 카페거리를 조성해 도심을 개선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또 동성로 및 인근 약령시 주변 일대(1.16㎢)를 관광특구로 지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아직 매출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유동인구는 제법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단순히 사람을 불러모으는 기존의 정책이나 방식은 상권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동성로 상권만이 보여줄 차별성과 매력을 고민하고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거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에 참여했던 도현학 영남대 교수(건축학부)는 “동성로는 대구를 대표하는 거리인 만큼 모든 세대를 품을 수 있는 거리로 가꾸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북성로와 남성로, 서성로의 근대 유적·옛 건물 등을 되살려 현대적인 모습과 어우러지도록 연결하는 방안도 고민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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