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대 총장 “연봉 수억 줘도 의사 못 구해, 지역인재 더 뽑아 해결”
“수능 점수 안보는 전형 대폭 확대”
“지역 의료 인프라를 살리는 핵심은 인력 확충과 장비 지원입니다. 제주의대 졸업생 중에 여기 남는 사람은 13%뿐이에요. 늘어난 정원으로 지역 학생들을 많이 뽑으면 50% 정도가 남고,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불균형도 많이 해소될 겁니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21일 본지 인터뷰에서 전날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총장은 서울대를 포함한 지역 거점 국립대 10곳 총장 모임인 국가 거점 국립대 총장 협의회 회장이다. 정부는 서울대를 제외한 9개 지역 거점 국립대의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최대 200명까지 대폭 늘렸다. 제주대는 40명에서 100명이 돼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김 총장은 “의대 졸업생들 대부분이 육지로 떠나 제주도는 의료 인력난이 너무 심하다”면서 “이마저도 생활 환경이 나은 제주시에 몰려 있어, 서귀포 지역은 연봉 수억 원을 줘도 의사를 못 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분야별 전문 의사가 부족해 간단한 수술을 받으려고 해도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와 장비가 부족하니 환자들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병원은 수입이 줄어드니 인력과 장비에 투자를 못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 증원은 불가피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의대 선발 방법도 대폭 바꾼다는 계획이다. 우선 ‘지역 인재’ 선발 비율을 현재 50%에서 2029학년도 70%까지 늘린다. 정부는 ‘60% 이상’을 권고했는데 70%를 뽑겠다는 것이다. 지역 인재 전형은 현재 해당 지역에서 고교 3년을 다니면 되지만, 2028학년도 입시부턴 중∙고교 6년을 지역에 살아야 한다.
김 총장은 또 “수능 점수를 안 보는 ‘무(無)수능 전형’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를 책임지는 의사를 뽑기 때문에 수능 점수보단 인성과 사회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2026학년도 입시에선 지역 인재 전형 정원의 10%는 수능 최저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학생부와 심층 면접으로 뽑을 계획이다.
무수능 전형은 1차에서 학생부 점수로 면접 대상자를 선발하고, 이후 AI면접과 다중미니면접(MMI)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김 총장은 “AI면접은 이미 제주대 교직원과 교수를 채용할 때 사용하고 있다”며 “AI가 학생의 성격·학교생활 등을 파악해 참고자료를 만들면, 입학사정관·학과별 교수 10여명으로 이뤄진 면접 그룹이 주제별로 심층 면접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업능력·공감능력·비판능력 등 학생이 가진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해 면접 시간도 한 명당 최대 1시간까지 늘린다는 방안이다.
2034년까지 의대를 포함해 신입생 전체를 무수능 전형으로 선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제주대가 올해 초 최근 5년간의 졸업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학생부종합 전형 등 수능 없이 입학한 학생이 정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보다 더 좋은 성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총장은 “수능 점수 없이 들어온 학생이 정시 전형 입학생보다 학점은 높고 자퇴율은 낮았다”며 “취업률 또한 수능 없이 들어온 학생이 7% 높았다. 결국 시험 점수보단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가진 학생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생 분석 결과를 근거로 무수능 전형 확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교내 ‘평가관리팀’을 만들어 무수능 전형 입학생들의 학업능력을 1년마다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무수능 전형 확대 비율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김 총장은 “‘문제 풀이’가 중시되는 입시에선 학생들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우기 어렵다”면서 “수능을 보지 않고도 의대 같은 인기 학과를 갈 수 있어야 공교육에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시설과 기자재가 부족해지는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김 총장은 “의대 강의동을 증축해서 지금 두 배 규모의 강의실과 실험실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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