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이번엔 ‘상암 쇼크’… 101위 태국과 1대 1 무승부

이영빈 기자 2024. 3. 2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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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후반전 태국 수파낫 무에안타이 동점골을 넣고 있다./연합뉴스

21일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4000여명 관중은 탄식했다. 이날 한국 축구 대표팀은 홈에서 태국과 맞붙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3차전. 친선 경기가 아니라 반드시 이겨야 했다. 어떻게 보나 한국의 절대적 우세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상대 전적은 30승 7무 8패로 한국 우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한국 22위, 태국 101위였다. 한국의 낙승이 예상됐다.

월드컵 예선이 아니었어도 한국은 승리가 필요했다. 잡음이 많았던 아시안컵 이후 첫 경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막내 이강인은 주장 손흥민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강인이 탁구를 치고 싶어하자 손흥민이 만류한 탓이었다. 이에 대표팀 위계 질서가 엉망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이강인은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했고, 이번 소집 때도 한번 더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여론은 여전히 냉랭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도 승리해야 했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대한민국과 태국의 경기,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한 대한민국의 손흥민과 이강인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처음부터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한국은 경기 초반 태국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중원으로 공을 계속 넣었지만 여의치 않았고, 김민재와 황인범이 최후방에서 최전방으로 건네는 긴 패스만이 반복됐다. 그러다 날카로운 역습을 맞기도 했다. 전반 8분 후방에서 드리블하던 백승호가 공을 놓쳤고, 태국 수파차이가 지체없이 중거리슛을 때렸다. 골키퍼 조현우가 간신히 쳐냈다.

한국은 조금씩 빈틈을 찾아냈다. 측면으로 공을 보내 가운데로 몰린 태국의 수비를 뚫어내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전반 29분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손흥민이 오른쪽 아래를 노리고 직접 찬 슛이 골키퍼의 손을 맞고 불발됐다. 결국 전반 41분 결실을 맺었다. 왼쪽 측면을 파고 들어간 이재성이 가운데로 공을 보냈고, 손흥민이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아 넣었다. 손흥민의 A매치 45번째 골이었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태국과의 경기가 1대1 동점으로 끝난 뒤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뉴스1

후반 시작과 함께 다시 흐름이 태국 쪽으로 기울었다. 태국이 조금씩 전방으로 전진해왔다. 한국 수비는 당황해 흔들렸다. 공이 오는대로 수비가 몰리고 말았다. 결국 후반 16분 실점을 허용했다. 태국의 날카로운 왼쪽 돌파에 수비가 몰려서 오른쪽 수비진이 텅 비어버렸다. 태국은 오른쪽으로 보낸 공을 다시 골문 앞으로 강하게 패스했다. 태국 수파낫 무에안타가 정확히 골문 안으로 차 넣었다. 변명의 여지 없는 실점이었다. 1-1 동점. 벤치에서 몸을 풀던 이강인이 후반 17분 투입돼 부지런히 골대 앞에 공을 올려봤지만 소용 없었다. 태국은 다시 수비진을 걸어잠갔고, 이를 풀기 위한 한국의 집요한 공격이 이어졌다. 백승호, 손흥민 등이 골대를 노렸으나 여의치 않았다. 결국 1대1로 경기가 끝났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태국 선수들은 이긴듯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한국 대표팀은 경기 종료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태국·중국·싱가포르와 함께 C조에 속한 한국은 이날 무승부로 조 1위(2승1무·승점 7)는 유지했으나 2위 태국(1승1무1패·승점 4), 3위 중국(1승1패·승점 3)과 승점 차이가 크지 않다. 자칫하면 2차 예선에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2차 예선에선 조 1~2위 팀이 아시아 최종 예선에 진출한다. 황선홍호는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원정 4차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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