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규, 선수 뒤에 숨어 행복하니?" 5만 붉은악마, '이강인 독박 사과'에 뿔났다[오!쎈 서울]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선수 뒤에 숨어 행복하니?"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에서 태국과 맞붙고 있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주민규, 손흥민-이재성-정우영, 백승호-황인범, 김진수-김영권-김민재-설영우, 조현우가 선발 출격했다.
대표팀에 늦게 합류한 이강인은 벤치에 앉았다. 이외에도 조유민, 권경원, 김문환, 정호연, 홍현석, 이창근, 송민규, 조규성, 박진섭, 이명재, 송범근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민규는 선발 출전하면서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33세 343일)을 새로 썼다. 직전 기록은 故 한창화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세운 32세 168일. 주민규는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아 역대 최고령 A대표팀 첫 승선(33세 333일) 기록을 세운 데 이어 70년 만에 최고령 데뷔전 기록까지 갈아치우게 됐다.
킥오프 직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는 애국가 제창에 맞춰 대형 태극기를 들어 올렸다. 잠시 후 태극기가 사라진 자리는 정몽규 회장을 규탄하는 걸개로 가득했다.
5만 명에 달하는 팬들은 박자에 맞춰 "정몽규 나가!"를 연호하며 정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또한 단체로 "정몽규 OUT"이라고 적힌 종이를 높이 들며 분노를 표출했다.
여러 대형 걸개도 눈에 띄었다. 붉은악마는 "정몽규의 몽청 행위 규탄한다", "KFA는 정몽규의 소유물", "대한민국 축구를 망치는 정몽규 OUT! 선수들을 제물로 삼는 축협회장은 필요없다!", "선수들은 방패막이" 등의 문구로 KFA 측의 책임을 물었다. 황보관 기술본부장을 저격하는 문구도 있었다.
한국 축구는 최근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연이은 졸전 끝에 4강에서 탈락하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됐다. 하지만 그를 데려온 정몽규 회장은 한 차례 고개만 숙였을 뿐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선수단 카드 도박 논란과 요르단전 원정 유니폼을 둘러싼 대표팀 직원 유니폼 유출 의혹 등 여러 뒷얘기도 나왔다. KFA에서는 반박 자료를 내며 진화에 나섰으나 대표팀 운영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은 분명했다.
가장 큰 건 역시 이른바 '탁구 사건'이었다.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저녁 식사 자리에서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이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오른쪽 손가락을 다쳤다. 그는 손가락에 테이핑을 감고 나온 채 경기를 뛰어야 했다.
일단 사건은 이강인이 고개를 숙이면서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는 앞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고, 지난달엔 직접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손흥민도 이강인과 나란히 서서 밝게 웃는 사진을 공유하며 너그럽게 포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강인은 20일에도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공개 사과에 나섰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그는 "아시안컵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랑과 많은 관심 그리고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런데 그만큼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실망시켜드려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강인은 "앞으로는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 그런 사람, 그런 선수가 될 테니 앞으로도 대한민국 축구에 많은 관심과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강인의 대국민 사과를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협회는 뒤로 쏙 빠진 채 이강인을 방패로 삼았다는 것. KFA 측은 그가 100% 자의로 준비한 일이라고 밝혔으나 선수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이번 경기에서 꺼내 든 걸개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번 태국전을 앞두고 항의 차원에서 단체 보이콧 가능성도 있었지만, 붉은 악마는 일단 선수단에게 응원을 보내기로 했다. 실제로 팬들은 전광판에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엄청난 환호성을 보냈고, "그냥 대가리 박고 뛰어 응원은 우리가 할 테니", "태극전사는 붉은악마가 지킨다"라는 걸개로 힘을 보탰다. KFA의 선수 보호 미흡에 항의하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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