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할꾸'엔 '행복'→中 트집엔 '무신경'…'파묘' 감독, 곧 천만 비결은 "궁합"[TEN인터뷰]

김지원 2024. 3. 21. 20: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천만 돌파 유력한 '파묘'
장재현 감독 "어벙벙한 기분, 오락성 최우선한 작품"
무대인사로 만난 관객들 "자양분+다짐의 계기"
꽉찬 극장 "최민식, '이 맛에 영화 한다'고"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파묘' 장재현 감독 / 사진제공=쇼박스



"궁합이 잘 맞았어요. 하하."

장재현 감독은 동양 무속 신앙을 소재로 한 영화 '파묘'를 만든 감독답게 '파묘'의 흥행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주연의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1000만까지는 약 50만 명이 남은 상황인 만큼 '천만영화' 등극이 유력하다.

"영화가 많이 사랑 받아서 부담감도 있고 어벙벙하기도 해요. '더 잘 만들 걸' 자기감도 들고요. 배우들도 그렇고 주변에서 '이런 시간이 살면서 또 안 올 수 있지 않냐'더라. 마음 편하게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배우들이 캐릭터의 페이소스를 잘 살려줬어요. 배우들의 홍보 활동, 투자·마케팅팀의 홍보를 비롯해 여러 외적인 요인들의 궁합도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시기적으로도 좋았죠. 여러 요인들이 좀 같이 작용한 것 같아요."

'파묘' 스페셜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는 오컬트라는 마니아적 장르에도 불구하고 전 세대 관객에게 두루 사랑 받고 있다. 장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중장년층이라든가 젊은층이라든가 특정 연령대를 타깃하진 않았다. 단지 내가 첫 번째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재밌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코로나 팬데믹도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유독 체험적인 오락영화를 만들겠다는 게 1순위였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천만영화에 기여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장 감독은 "그것도 가끔 생각한다"도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영화를 만들 때는 사운드 하나, 편집 포인트 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희미해졌는데, '초심'이 정확했던 것 같다. 직관적이고 체험적이고 오락성이 강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그간 '파묘' 무대인사를 통해 수많은 관객을 만났다. '파묘'가 개봉 5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주도 대규모 무대인사가 예정돼 있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다 보면) 이걸 가지고 다시 스토리가 생산되고, 저도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행복한 순간이죠. 팬들이 뭔가를 만들어주고 저도 영감을 받는 게 요즘 바뀐 풍경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저한테는 큰 자양분이 되고 영화를 잘 만들겠다는 다짐의 계기도 돼요. 같이 영화를 또 다르게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개봉하고 바로 끝나는 것보다 이렇게 영화의 생명력이 길어지니 기분이 좋습니다."

일명 '할꾸'(할아버지 꾸미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민식의 열정적인 무대인사도 화제가 됐다. 관객들이 선물한 캐릭터 머리띠, 과자가방 등을 착용하며 팬서비스하는 모습이 주목받고 있는 것.

"최민식 선배님이 항상 하는 말씀이 '이 맛에 영화 하는 것 같다'예요. 영화를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관객들과 만나 호흡하는 순간들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랜만에 극장에 사람이 꽉 차고 작품도 사랑 받으니 좋아하십니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에요. 와글와글 극장의 열기에 오랜만에 영화배우로서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저도 기분 좋아요."

영화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에 숨겨져있던 '항일 코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캐릭터 이름이 독립운동가와 같거나 차 번호가 '0301', '0815' 등 광복, 독립과 연관돼 있다. 관객들이 '파묘'를 더욱 흥미롭게 느낀 대목 중 하나. 장 감독은 관객들이 너무 빨리 알아차려서 놀랐다고 털어놨다.

"캐릭터 이름, 차 색깔 하나하나 전작들에서도 다 신경써서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관객들이 유독 빨리 알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약간 변태적인 성격이 있어서 몇 명만 알았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어요. 하하. 빨리 알려진 게 놀라웠죠. 캐릭터 이름, 차 번호 등이 이스터에그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 캐릭터, 서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끔 고심고심한 결과죠. 주인공 이름 생각하는데 재수없으면 몇 달 걸리곤 해요. 자식들 이름을 대충 짓지는 않잖아요. 그렇다고 작명소 갈 수도 없고요. 하하하.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쓴 부분을 관객들이 이스터에그라고 느낀 것 같아요."

'파묘'는 기존의 틀을 깬 'MZ 무속인' 캐릭터도 관객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김고은, 이도현은 세련되고도 카리스마 있는 MZ 무속인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천만영화 경험이 있는 최민식, 유해진과 달리 김고은은 첫 천만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장 감독은 "김고은도 좋아하고 있다. 고생한 데 대한 보답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고은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걸 바라는데 그 기회 자체가 많이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 이번에는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갈증했던 게 포텐 폭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장 감독은 아쉬운 장면으로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을 꼽기도 했다. 이유는 김고은이 잘해냈지만 시간 상 다 담지 못했기 때문. 장 감독은 "김고은이 잘했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서 한 것에 반 밖에 못 담은 것 같다. 제일 아쉬운 장면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이도현에게는 '파묘'가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군 복무 중인 상황이라 홍보 활동에는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자신의 소셜 계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장 감독은 "요즘은 군대에서도 정해진 시간에 문자 보내는 게 가능하다. 제가 틈틈이 '관객 몇 만 됐다' 알려주기도 하고 무대인사 사진을 보내주기도 한다. 군대 안에서도 다 '파묘' 얘기만 한다더라.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크린 데뷔작이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같이 하지 못해서 아쉽다. 조만간 면회 한 번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파묘' 장재현 감독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는 해외 극장가에서도 흥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일 만에 약 1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현지 개봉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베트남에서는 '육사오(6/45)'를 넘어 한국 영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대만에서도 일주일 만에 2884만 대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인기만큼 따라오는 것이 질투. 일부 중국인들이 '파묘' 흠집내기에 나선 것이다. '파묘' 속 인물들이 얼굴에 축경 분장을 한 것을 두고 딴지를 거는 것.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정식 개봉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법 시청한 이들이 많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제가 어떠한 걸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크게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영화에 관심을 가져줘서 괜찮았어요. 하하. 제가 뭔가 의도해서 논란이 됐다면 생각할 여지가 있을텐데, 한 부분만 보고 얘기하는 걸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면 '패왕별희'가 재개봉하잖아요. 하하하. 중국에서도 한국 영화가 자유롭게 개봉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중국 영화를 사랑하잖아요. 중국에 한국의 장르 영화도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파묘'는 장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흥행한 작품이다. "'파묘'는 제게 남다른 자식이죠. 물리적으로 힘든 장면도 많았지만 후반 막바지 작업할 때 문득 보니 캐릭터들이 사랑스럽더라고요. 페이소스가 느껴졌습니다. 엔딩크레딧에 배우들 모습이 한번씩 나오는데, 급하게 만든 겁니다. 관객들이 마지막에 배우들의 얼굴을 한 번 더 봤으면 해서요. '파묘'는 '묘벤져스'가 남지 않았나 싶어요."

자신보다는 배우들, 그리고 함께한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 장재현 감독. 그는 "내가 언젠가 천만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우리나라가 유독 '천만 감독' 프레임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파묘'가 1000만 돌파를 하게 된다 해도, 다음 영화가 400~500만 나왔다고 관객 수 적게 나왔다고 기사 쓰시면 안 된다"고 농담반 진담반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Copyr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