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향한 뜨겁고도 차가운 시선…응원과 원망이 교차하는 상암벌

안영준 기자 2024. 3. 2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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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전을 앞둔 서울월드컵경기장 분위기는 뜨겁고도 냉랭하다.

응원의 목소리와 원망의 탄식이 공존하고 있다.

이강인이 태국전 전날인 20일 사죄하며 고개 숙였지만, 팬들은 KFA가 선수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운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에서 온 박지원(30) 씨는 "그래도 한국 팬으로서 A매치를 거를 수는 없어서 왔다. 이럴 때일수록 큰 목소리로 응원해야 한국 축구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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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논란 속 6만 관중 앞에서 한국-태국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태국과 경기를 앞두고 훈련에 합류하기 전 아시안컵 기간 하극상 논란에 대해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24.3.2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태국전을 앞둔 서울월드컵경기장 분위기는 뜨겁고도 냉랭하다. 응원의 목소리와 원망의 탄식이 공존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최근 한국 축구는 꽤 시끄러웠다.

대표팀은 지난 2월 마무리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 끝에 4강에서 탈락했다. 팬들은 무능하고 불성실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그를 선임함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을 경질하라고 주장했다.

KFA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황선홍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지만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사건 사고도 많았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선수인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아시안컵 도중 물리적으로 충돌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알려졌다.

이강인이 태국전 전날인 20일 사죄하며 고개 숙였지만, 팬들은 KFA가 선수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운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KFA 직원과 일부 선수들이 대회 전지훈련 중 돈을 걸고 카드를 했다는 소식과 직원이 대표팀 유니폼을 개인적으로 판매했다는 이야기가 도는 등 계속 어수선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관련 발표를 마친뒤 인사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이날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가진 뒤 클린스만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경질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2024.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태국전은 이런 가운데 안방에서 열리는 첫 A매치다.

악재 속에서도 어쨌든 이날 경기는 약 6만6000석의 티켓이 모두 팔렸는데, 현장에서 만난 팬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아쉬움은 있지만 어쨌든 선수들을 응원하자는 팬들도 있다. 서울에서 온 박지원(30) 씨는 "그래도 한국 팬으로서 A매치를 거를 수는 없어서 왔다. 이럴 때일수록 큰 목소리로 응원해야 한국 축구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응원석에도 "일단 대가리 박고 뛰어, 응원은 우리가 할게"라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대표팀의 새로운 유니폼이 출시돼 판매됐는데, 500벌이 1시간 30분 만에 모두 팔렸다. KFA 관계자는 "일부 팬들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유니폼 구매를 위해 줄을 서 계셨다"고 말했다. 팬들의 관심과 지지가 여전히 뜨거웠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경기장은 찾았으나 마음은 풀리지 않은 팬들도 많았다.

고양에서 온 서대훈(28) 씨는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려면 이대로 둬선 안 된다. 마음은 보이콧하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KFA에 항의의 뜻이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 왔다"면서 "(어제 일도) 이강인만 고개 숙이고 KFA는 뒤로 빠졌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 역시 보이콧을 하지는 않고 모두 자리를 채울 예정이지만, 경기 전 퍼포먼스를 통해 KFA에 메시지는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축구를 응원하는 붉은악마 팬들. 2022.11.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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