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료 당근에도 … 의대교수들 "내주부터 진료 축소"
의사 커뮤니티 '막말' 쏟아져
의대교수 사직 급증 전망도
일각선 "대화 나서야" 협상론
정부 지역의료 추가 지원
지방 의과대학생 정착 위해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확대
계약형 필수의사제도 도입
◆ 의사 파업 ◆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배분까지 마치며 퇴로를 차단하자 전국 39개 의대 교수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당장 다음주부터 진료 축소를 예고했다. 현재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교수들마저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다음주 의정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을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협상론도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오는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내는 데 더해 외래와 수술, 입원 진료를 주 52시간 이내로 단축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어 다음달 1일부터는 응급·중증 환자를 안정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전의교협은 전국 의과대학 40개 중 39개 대학이 참여하는 단체다. 전의교협은 전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와 긴급 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조윤정 전의교협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의회 의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학병원 전임의와 교수들이 지난 5주간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 압박과 우울, 불안,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가 위험에 노출되고 정상 진료가 어렵다. 교수 순직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배분 이후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그냥 하던 대로 누우면 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는 자기들이 이겼다고 온갖 언플(여론몰이)을 하고 돌아와라 할 텐데 무시하면 된다"고도 했다.
다만 의료계 일부에서는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방재승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한 방송에서 "정부가 먼저 전공의에 대한 조치를 풀고 먼저 끌어안으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대학별 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비수도권 의대생의 지역 정착을 이끄는 유인책 등을 발표하며 증원 계획에 속도를 높였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역 중심의 의사 증원 정책과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한 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해 무너져 가는 지역 의료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대학 입시 단계에서 현행 40%인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으로 확대한다. 지역 내에서 공부한 의대생들이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수련을 받도록 수련체계도 개편한다. 늘어난 비수도권 입학 정원에 맞춰 지방의 전공의 비율도 높인다. 의사들이 지역 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유인체계도 강화한다. 현재 1700명인 국립대병원 전임교원을 2027년까지 1000명 이상 늘려 임상, 연구, 교육 기능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계약형 필수의사제' 도입도 서두른다. 의대생이 대학, 지방자치단체와 3자 계약을 맺어 장학금과 수련 비용, 정주 여건을 지원받는 대신 지역에서 장기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형 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신설로 의사 인력이 결국 수도권에 몰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입법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분원을 포함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향후 신·증설 시 복지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도 전공의들을 향해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선 다음주부터 원칙대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해 나갈 것"이라며 압박하는 동시에 처우 개선을 약속하며 회유에 나섰다. 박 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진행된 '전공의 처우 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올해 2월 근무시간 단축을 위한 전공의법이 개정된 만큼 상반기 내 연속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전공의 근무시간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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