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與 `박빙열세` 흐름 전환… 총선까지 2~3번 더 민심 출렁일것"
이재명 향한 비난 정점 찍고, 의료대란 길어지면 피로감으로 변할수 있어
총선 승리 절박하다면 민심 두려워해야… 국민에 진정성 전달 가장 중요
모든시민 합리적 판단 내리실것 기대… 정치 고관여층이 만든 폐단도 봐야
[]에게 고견을 듣는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
"'이종섭·황상무 사태'를 오래 끌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해 봉합한 것은 이번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지난 1월 윤·한 갈등을 수습한 것도 총선의 막중함 때문이거든요. (…) 그러나 이번 사태로 민심 이반의 부담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져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이 '박빙열세'라고 하는 국면에 큰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게다가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이재명 대표 폭주의 반사 효과도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중도보수 또는 합리적 진보주의 학자로 널리 알려진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에게 이번 총선의 향방을 들었다. 윤 교수는 이번 총선이 지난 대선에서 나타났던 총체적 우파연합 대 총체적 좌파연합 간 대결이 재현될 것으로 봤다. 윤 교수는 "한편에선 한동훈 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우파의 외연확장이 이뤄지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보이는 것처럼 좌파시민세력까지 끌어모으는 좌파연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결국 이번 선거도 박빙 승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그들이 기대하는 총선 승리를 지렛대 삼아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으로 자신들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모면하려 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조 대표 모두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많은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대법원 등 각급 법원이 '국민의 정치적 선택의 자유'를 들어 판결을 대선 이후로 미루는 듯한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교수는 그와 별개로 국민의 신성한 투표권은 올바로 행사돼야 함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결국 역대 선거는 주권자들이 퇴행적이고 수구적인 정치세력을 심판하는 준엄한 역사의 법정이었다"고 단언했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사평대로 오클라우드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가졌다. 추가 인터뷰를 21일 진행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이번 총선처럼 여야 격렬 대치의 선거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든 야든 정치적 생사가 걸려 있는 선거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행정 권력을 잡았지만 국회의 지원을 못 받아 거의 입법이 따라야 하는 개혁은 거의 못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뒤집지 못하면 여권으로선 재앙적 상황을 맞게 됩니다. 야권도 마찬가진데, 개인적 정치적 생사도 걸려있지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우는 총선 결과에 따라 재판 자체는 몰라도 사법처리 과정을 될수록 시간을 끄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할 겁니다. 이래저래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승부이고, 국민은 정치적 피로감이 가중되는 선거입니다."
-그렇게 중대한 상황인데, 사태가 봉합되고는 있지만 윤 대통령이 해병대 장병 순직 관련 조사 개입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석연치 않게 출국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대통령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회칼 테러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는데요.
"인사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이긴 하지만,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것은 상식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아요. 뭔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은 갑니다. 황 수석의 발언은 공직자로서뿐 아니라 본인이 언론인 출신으로서 도저히 해선 안 될 말이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 대사의 즉시 귀국과 황 수석의 사퇴 촉구를 했고, 이틀 정도 지났지만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말을 수용한 것은 여권으로선 다행입니다. 저는 윤 대통령이 직접 사태를 풀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어요. 여권에선 지난 두 달 가량 우세를 보였던 상황이 이번 사태로 급전직하 악화됐는데, 회복할 전기는 만든 거라고 봅니다."
-정부 견제론과 지지론이 백중세를 보이다 한 위원장 효과로 지지론이 힘을 받았습니다. 국민들이 선택의 기준이 바뀐 겁니까.
"정부 견제론과 지지론으로 보기도 하지만, 저는 지금 정국의 밑바탕에선 민생문제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고 봐요. 지금 서민 경제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저는 고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과일은 좋아합니다. 과일 중에서도 사과를 제일 좋아하는데, 요새 사과 값이 얼마 비쌉니까. 서민들과 중산층은 그야말로 물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천원 한 장 아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건 야당에겐 호재지요. 정권을 쥔 정부를 비판할 수밖에 없어요. 이건 총선정국의 상수입니다. 중요한 건 민심의 눈높이 아니겠습니까? 민생을 갖고 줄다리기해선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과 거리가 먼 이런 사안으로 분란을 일으키고 정파적 싸움을 벌이는 데에 여든 야든 국민에게 점수를 얻지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이 대사와 황 전 수석 사태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성찰하고 변화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판 효과가 계속될까요.
"굉장히 오랫동안 22대 총선 전망이 '국민의힘 참패'였습니다. 민주당 대승 구도로 흘러왔죠. 그래서 최후의 구원 투수로 한동훈 위원장이 등장한 것 아닙니까. 순조롭게 등판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1월 윤·한 충돌이 있었죠. '약속대련'이니 뭐니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만, 저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조율을 잘해서 정치인 한동훈으로서 홀로서기가 어느 정도 이뤄졌어요."
-그 요인이 무엇입니까.
"대중 정치인으로서 한 위원장의 강점들이 여러 개 있지 않습니까. 합리적인 언행, 세련된 강남 우파의 면모, 날카로운 언변, 반듯해 보이는 품성 등. 그런 특징들로 인해 '국힘참패 민주대승'이라고 하는, 피하기 어려워 보였던 총선 구도가 불과 2개월도 안 돼 역전됐어요.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개혁 공천을 빙자한 '친문학살' 공천으로 전통 민주당 지지층들을 포함한 민심이 민주당에서 멀어졌다는 거고요. 또 하나는 비판적 시각은 있지만 국힘의 '조용한 공천'이라고 여겨지는 리더십의 한 부분입니다. 불과 2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거의 180도로 추세가 바뀌었지요. 거의 대부분 한동훈 원맨쇼 또는 한동훈 효과 덕분이죠. 물론 윤 대통령의 굳건한 의료개혁 의지와 의료파동에 대처하는 결기어린 모습도 어필한 요인이죠. 또 윤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 민생에 주력한 모습을 보였고 한 위원장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구도를 만든 것도 긍정적이었고요. 그런데 이번 이 대사와 황 전 수석 건으로 이런 흐름이 단숨에 국힘 열세·민주 우세로 뒤집히고만 겁니다."
-이제 투표일까지 18일 남았는데, 또 추세가 변하겠지요.
"지금 정치평론가들의 논평이 너무 많고 여러 가지 상충하는 통계들이 난무한단 말이에요. 통계가 꼭 진실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또 여러 통계들이 서로 부딪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해서 분석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통계에서 유의미하게 보는 것이 딱 하나입니다. 흐름입니다. 그간 흐름이 역전된 시기는 한 일주일 전, 10일 전 부터였어요. 국힘의 박빙 우세 구도가 박빙 열세 구도로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주일 동안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이 가장 민심 흐름의 반전을 경험한 겁니다. 그래서 수도권 국힘 후보자들이 용산의 결단을 촉구한 거거든요. 그런 인식은 한 위원장이 17일 저녁에 제2차 윤·한 충돌로까지 해석될 수도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용산에 요구를 한 배경이 된 겁니다. 황 수석이 결국 사퇴했지만, 사건 발생 즉시 사퇴했어야 했습니다.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여러 근본 가치들이 있는데, 윤 대통령도 강조하는 자유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거든요. 아무리 사사로운 자리였다고 하지만요. 아니 대통령실 수석한테 사사로운 자리가 어디 있습니까? 그건 즉각 대통령실 차원의 공식 사과문이 나와야 할 사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비명횡사 친명횡재'의 소위 '명마음대로 공천'이란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종섭·황상무 사태'를 부각시켜 지지율 반전을 이뤘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선거 판세의 또 한 번의 출렁임입니다. 윤 대통령도 이번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하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뒷전으로 물러나고, 김건희 여사도 활동을 중단하는 전략을 채택한 거죠. 그렇게 해서 1월 말에 윤·한 갈등을 수습한 거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이번에도 저는 결국 대통령이 한 위원장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제 생각에 이 사안을 해소하고 지나가도 국민의힘이 '박빙열세'라고 하는 국면에 큰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크게 세 가지 요인 때문이에요. 하나는 지난주까지 국민의힘이 우세였던 것은 한동훈 효과를 뒷받침한 이재명 대표의 폭주가 있었어요. 반사 효과를 얻은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효과가 다해가고 있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이 마무리 과정이거든요. 이걸 국민의힘이 인식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가 받을 수 있는 비난은 거의 다 나왔어요."
-의대정원 증원은 여전히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윤 대통령이 크게 점수를 땄던 의료 파동도 이제 국민 다수가 의사단체의 무책임성에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정부여당의 무능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형태로 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일주일 이상 또는 2주 이렇게 진행돼 총선 바로 직전까지 이 문제가 계속되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어요. 그러면 민심의 비판이 대통령으로 갈 가능성이 굉장히 커요. 직전 갤럽 조사에서 그게 통계적으로 유효하게 나타났습니다. 의료개혁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국민의힘에게는 양날의 칼이에요. 지금까지는 점수를 땄지만, 점수를 잃을 수 있는 전환점을 넘어서고 있는 거죠. 비수도권 중심의 증원 배정을 한 것은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내년 대학 입시요강을 확정하는데 아직 한 달 정도 시간이 있으므로 정부는 의료계로서도 출구를 모색할 수 있는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와 같은 무한 대치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총선일까지 넘어가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겁니다."
-각 대학에 배정까지 하는 등 쐐기를 박았는데요.
"대통령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있어서는 유연한 태도를 취한다고 해서 마이너스가 되는 게 아니에요. 열린 자세를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갈등의 본질인 증원 숫자를 못 박았지만, 그 외에서는 의사들에게 대폭 출구를 열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나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가운데 중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방도도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선택의 폭이 좁고 매우 어려운 문제지만 한 위원장이 해결의 단초를 마련한다면 총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박빙 열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국민의힘이 우세하더라도 박빙일 거라고 강조하시는데, 일각에서는 이달 초만 하더라도 국민의힘이 과반을 훌쩍 넘게 확보할 거로 봤거든요. 거기에 의대증원 사안이 긍정적으로 작용을 했고요.
"제가 국힘이 만약 우세해도 박빙일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아까도 말씀했듯이 민심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민생고 때문입니다. 민생은 사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아주 어지럽게 얽혀 있거든요. 정치평론가들이 선거 결과를 쉽게 예측하는데, 저는 이런 근본적인 제약조건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예단하지 않는 것이 정직한 태도라고 봅니다. 물론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두세 번은 더 선거판이 출렁거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에게 기회는 열려있습니다. 승리를 절박하게 원한다면 민심을 두려워해야 됩니다. 진정성을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정도로 실질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있어야 됩니다."
-도태우 변호사와 장예찬 씨의 공천 철회로 지지층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집토끼는 안 나갈 테니 산토끼(중도 무당층)를 잡아야 한다는 목적이었을 텐데, 효과가 있을까요.
"저는 잘했다고 봅니다. 총선판이 지금 살얼음판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여론의 바람이 한 번 불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서울하고 수도권에서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그야말로 신승 또는 석패, 미세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지역구가 속출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지금 총선에 대한 예측이 섣부른 것일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정치적인 계산이 투영된 선거 예측이 적지 않습니다. 자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살얼음판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됐든 국민의힘이 됐든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장예찬, 도태우 후보 공천을 취소했고요, 민주당 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민주당은 충성도 높은 지지자들의 반발로 인해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문석 후보에 대해 이 대표가 싸고도는 것도 그 때문인데, 저는 이재명 대표의 판단 미스, 판단 오류라고 봅니다. 민주당은 이제 거의 이재명의 당으로 변모했다고 봐야지요.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개입으로 인해 당 대표가 여러번 바뀌었던 것을 '윤석열 유일 정당'이라고 비판한 민주당이 그보다 몇 배는 더한 이재명 유일 정당으로 변질돼 버렸으니까요."
-그럼에도 '이제 그 일은 그만 얘기하자'며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민심은 준엄합니다. 국민의힘이 민심 앞에 엎드리는 태도와 민주당이 민심 앞에 엎드리는 태도를 저는 국민이 눈여겨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대표의 그런 태도가) 현명하지 못한 것으로 나중에 판정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조국혁신당이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에 앞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요.
"개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가치 판단에 앞서서 도대체 왜 그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조국 신드롬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엄정하게 관찰해야 된다는 거지요. 그 이유를 넓게 생각해 보면 이런 거죠. 지난 대선 결과는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극미한 표차였어요. 보수와 진보 또는 우파와 좌파가 각각 최대 연합으로 팽팽하게 맞섰고요. 그 표차라고 하는 게 비유적으로 말씀드리면 51대 49도 아니고요. 상징적인 의미에서 50.1 대 49.9였다고 볼 수 있잖아요. 그건 한국 보수우파와 진보좌파가 각기 최대 연합으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 거로 볼 수 있습니다. 거기서 정치인 윤석열이 승리했고, 정치인 이재명이 패배했어요. 그러나 패배한 쪽에서는 내심 결코 승복할 수가 없었던 거죠."
-그럼 지난 2년은 승복 거부 기간이었나요.
"그 결과가 지난 2년간의 그런 적대 정치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적대적 공생관계라 할 수 있는 국힘과 민주당의 정치적 충돌이 계속 연장돼 온 그 과정에서 결국 국정이 망가지고 민생이 황폐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변에는 제3지대에 대한 요구가 용암처럼 들끓고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그 바탕에서 이준석 씨가 나온 거죠. 그래서 이준석 씨가 국힘에서 탈당해 제3지대의 깃발을 들었을 때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제3지대를 향한 국민적인 열망에 올라탄 거죠. 제3지대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확장되고 있었는데, 이 대표 리더십의 한계 때문에 그걸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 자리를 이 대표가 아니고 역량 있는 정치인이 채웠다면 총선 구도는 바뀌었을까요.
"만약 역량 있고 미래 비전이 있는 정치인 즉 제대로 된 정치가였다면, 국민적인 열망을 더 확장시켜고 거기에 꿈과 희망을 불어넣으면서 적대적 양당 정치의 폐해에 절망하고 있는 민심을 대변하는 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준석 대표가 그런 꿈을 꿨겠죠. 하지만 탈당 후 과정을 돌아보면 그런 민심이 만들어준 제3지대에 대한 열망, 양당정치의 폭주를 좀 견제해달라고 하는 요구에 부응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능력과 비전의 부재 때문입니다. 민주 다원사회에 걸맞는 다원적 통합 정치의 가능성을 국민들은 원했던 거지만, 이준석이라고 하는 그릇이 그런 민심의 열망을 담아내지 못한 거지요."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와 합당하고 결별하는 과정에서 제3지대에 걸었던 기대를 접은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이낙연 새로운미래와 결합하고 또 쪼개지는 과정에서 보인 분열적 모습에 실망했을 겁니다. 또 지역구를 여기 여기저기 엿본 과정도 바람직하지 않았죠. 지역구 국회의원 네 번째 도전이 가능할 것인가를 의심케 하는 단계로까지 추락하고 말았어요. 제3지대를 향한 민심의 열망이라는 정치적 에너지를 이준석이 불행히도 대부분 탕진해버리고 말았어요. 그 피해를 이낙연 등 다른 제3지대 사람들도 보고 있는 겁니다."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는 호남에서 지지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만.
"이낙연 대표는 온유한 성품을 볼 때 젠틀맨이죠. 그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만, 지금의 이 비상한 국면에서 제3지대를 개척하고 발굴하고 확장하려면 용기있게 능동적으로 치고 나가는 결기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는 그게 부족합니다. 그래서 현재 지지율 1%라고 하는 국면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고요. 그 틈바구니에서 제3지대라고 보기에 난감한 조국혁신당이 등장한 겁니다. 국민의힘에도 실망하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 리더십에도 실망한 사람들이 조국혁신당에 의탁한 겁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이 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창당 효과도 있었고, 콘텐츠 외에 조국 씨가 외모와 언변도 좋고 또 박해받았다는 서사도 있고요. 그런 이미지 자본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조국 대표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그런 제3지대론과 거리가 좀 있는 인물입니다. 일시적으로 그 흐름에 편승했으나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전향적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또 미래지향적 공약이나 정책을 내놓은 것도 별로 없어요. 오직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에 대한 원한을 갚기 위한 것뿐이잖아요. 이는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조국 혁신당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반 국힘, 비민주당을 담아낼, 소구력을 갖는 그런 제3 세력이 아니라고 하는 거죠."
-그러나 현실은 만약 현재와 같은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비례대표 의석을 10석까지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민주당 표를 나눠 갖는 거죠.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지지율 상승이 전체적으로 보면 민주당의 외연을 크게 확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오히려 민주당의 지지층을 분점하고 있는 건데, 이건 사실 정치공학적인 관점에서 봐도 이재명 대표에게 양날의 칼인 겁니다. 조국혁신당이 지역구를 안 내기 때문에 조국혁신당고 민주당이 지금은 정치적인 연대 관계로 보이죠. 그러나 총선이 끝나고 지금의 지지율대로 10석 가까운 비례의석을 조국혁신당이 갖게 된다면, 가정법입니다만, 국힘·민주 양당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서로 비슷비슷한 의석을 갖게 된다면, 조국 대표가 캐스팅 보트를 갖게 되는 겁니다. 물론 민주당과 연대해서 반 윤석열· 반 한동훈 전선에 앞장서겠다고 했는데 그렇게는 되겠죠. 그런데 양날의 칼이라고 하는 의미는 총선 이후 대선 국면이 열리는 거거든요. 대선 국면이 열리면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민주당 안에 잠재적인 경쟁자를 다 숙청했는데, 조국 대표가 등장하는 겁니다. '상징 자본'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조국 대표는 이재명 대표보다 우월하거든요. 또 민주당 적통 논란에서도 조 대표가 이 대표보다 우세합니다. 어떤 분들은 조국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물어보고 싶은데, 사법 리스크가 있는 건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조국 대표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훨씬 엄중합니다."
-앞으로 법원 판결에 이재명·조국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달려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법원의 판결이 조국 대표에 대해서든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든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건 지금 단계에서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게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전략이기도 한데, 참고할 수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미국인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중차대한 사법 리스크가 있지만, 모든 사법 리스크를 다 극복하고 뛰어넘고 있죠. 그러니까 결국은 국민의 정치적 선택의 자유를 법원에서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명분 하에 미국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에서 결과적으로 트럼프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겁니다. 결국 모든 판결을 미국 대선 이후로 미루고 있습니다. 저는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미국 대선 과정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 앞에 평등과 국민의 정치적 선택의 자유가 맞부딪힌다고 봐야겠군요.
"예를 두 개 들 수 있습니다. 법원의 판결을 예단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는 법원은 사법적 판단의 자체 논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누구도 관여할 수 없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재명 대표가 법정 구속되지 않았잖아요. 조국 대표 역시 2심에서 실형 2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을 안 했습니다. 이건 지극히 예외적인 사례죠. 그런데 그런 결정을 민주제에서 시민들은 수용할 수밖에 없죠. 그런 판결에 정치적 고려가 일체 없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총선 이후 대선 국면이 열릴 때는 그런 사법적 판단의 여지가 더 확대되는 겁니다. 대선까지 3년이 긴 것 같지만 금방 갑니다. 그래서 해당 재판관들이 갖는 부담감은 커졌으면 커졌지 줄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그 누구도 총선 후와 대선 국면을 예단하기 어려워요."
-그렇다면 이 대표가 이제 조 대표를 향해 공격의 칼날을 돌리지 않겠습니까.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고요.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지금 총선에서는 정치적 보완재지만 2027년 대선에서는 대체재 관계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재명 대표에겐 (조국 대표가) 최대의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여기서 제3지대 세력의 유용성과 관련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지금이 정점일 것이라는 겁니다. 우선 조국 대표에게 미래지향적인 의제가 없습니다. 제3지대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담아낼 미래 비전이 부재합니다. 지금 지지세를 중장기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고요. 사실 조국혁신당도 조국 1인 정당이거든요."
-조국혁신당과 제3지대론은 좀 다르다, 또 담아낼 수 없다고 보시는 군요.
"지지율이 지금 정점이라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제3지대에 대한 열망과 민심을 이준석 대표가 이미 탕진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비교하자면 과거 '안철수 현상'이라고 하는 굉장한 제3지대에 대한 열망을 떠올릴 수 있어요. 안철수 개인에 대해서는 좀 미안한 얘기입니다만 안철수 의원 본인에게도 제가 직접 얘기한 바 있는데, 안철수 현상이 객관적으로 거대한 역사적 현상으로 실재했는데, 정치인 안철수가 그러한 정치적인 에너지를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런 정치적인 에너지를 담아낼 만한 리더십이 여물지 않은 것이죠. 다 증발해버린 겁니다. 이준석 씨도 그 과정을 밟았죠. 다만, 조국 대표는 열혈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오래 갈 거라고 봐요. 소수의 형태로 오래 갈 것이지만 미래지향적으로 일반 시민과 중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확장성이 있어야 되는데 그 부분에서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총선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어떤 리더십을 보여야 할까요.
"총선 전망이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가정적인 얘기가 될 수밖에 없는데요, 만약에 국힘이 승리하거나 적어도 선전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3년의 시간을 온전히 갖게 되는 것이거든요. 정치 투신 1년도 안 된, 정치 경험 없는 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는 국민 바람이 작용했어요. 그다음에 한국 보수우파의 연합이 이뤄졌고 중도층도 다수 끌어왔고요. 도저히 이재명 후보를 찍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합리적 진보 시민들꺄지 합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년은 자유라고 하는 화두를 내세우면서도 사실은 그 자유의 이념을 굉장히 협소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최대 연합의 정치를 스스로 허무는 행보를 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진보가 떨어져 나갔죠. 합리적인 진보와 중도가 실망해서 떨어져 나갔죠. 작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바로 그런 국면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자유를 외쳤지만, 그건 협소한 자유라는 말씀인가요.
"협소한 의미의 자유의 이념을 저는 '수구자유주의'라고 부릅니다. '비민주주의적 자유주의'라고 보고요. 현대 정치의 3개의 근본 가치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유고요. 또 하나는 민주고 또 하나는 이 자유와 민주보다 상위의 위치에서 조율하는 공화라는 가치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자유라고 하는 화두에는 자유 이념 자체가 굉장히 좁혀져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에 대한 감수성, 공화에 대한 수용성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자유를 외치는 대통령이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그런 통치 형태를 보인 겁니다. 인사의 난맥상도 그런 예입니다. 한 위원장이 구원 투수로 등판하기 이전까지 그게 윤석열 정부가 코너에 몰린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만약 국힘이 신승하거나 선전한다면 이 교훈을 곱씹어야 됩니다. 최대 연합의 정치를 펴야 한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이재명 유일정당, 사당화돼 있는데, 최대 연합의 정치로 압도하는 통합의 정치를 펴야죠. 그래서 개혁적인 보수, 중도층 그다음에 합리적인 진보 시민들까지도 끌어들일 수 있는 인사와 정책 프로그램을 과감히 채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2027년 정권 재창출을 희망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제 '이재명당'으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일부 '개딸'이라고 하는 극렬 지지층 외에 일반 야당 지지층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 않은데요, 이 대표는 151석 과반 득표가 목표라고 말합니다.
"만약 민주당이 신승하거나 과반을 돌파하게 되면 조국혁신당과 결합해서 대통령 탄핵을 시도하겠다고 조국 대표가 공언하고 있잖아요. 이재명 대표도 같은 말을 합니다. 진보 시민사회 좌장 격인 원탁회의의 백낙청 교수를 포함한 여러 인사들이 '3년은 너무 길다 단축시켜야 된다, 끌어내려야 된다' 이런 말씀을 공공연히 하는데, 저는 그런 것을 설령 민주당이 원내 제1당이 되거나 과반 이상을 점하더라도 시도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봅니다. 보수와 중도층으로부터 거대한 반격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과 진보 시민 사회는 이제 한국 버전의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운 진보 본연에 가까운 유연한 정책 패키지를 도입해서 최대 정치 연합을 이루고 국민의힘 세력을 소수화시키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건 강제력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민주사회에서는 다수 국민의 자발적인 지지를 끌어와야 되거든요. 이 대표가 갖고 있는 도덕적 사법적 리스크를 극복하기 어려운데, 유연하고 탄력적인 정책 패키지를 실천함으로써 이재명 리더십의 외연을 대폭 확장시키는 것이 민주당으로선 최선입니다."
-도덕적 관점을 차치하고 사법적 제재를 이 대표가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민주당을 완벽하게 이재명 당으로 만들어놨잖아요. 2027년 대선이라고 하는 시간표에 맞춘 행보입니다. 그외 여타의 모든 것들도 모두 2027년 대권에 맞춰졌습니다. 민주당 공천 과정이 여러 가지 말이 많았습니다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재명 대표가 지금 한국정치에서 대표적인 마키아벨리스트라고 볼 수 있어요. 2027년 대선 시간표에 맞춰서 다른 모든 것들을 수단화시키는 거죠. 거기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인 신의, 더 중요한 대한민국의 중도 진보 정당 본산으로서의 민주당의 장구한 역사가 있거든요. 김대중 노무현이 상징하는 정신적 자산들이 있는데, 그것조차도 현실 정치인 이재명은 완전히 도구화 수단화시켰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남김없이 파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그람시의 진지전을 연상케 합니다. 2027년 대선이라는 최후의 기동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각종 진지들을 확장하고 있는 겁니다. 진보 좌파 시민사회, 반미반일 친노동운동, 친민중운동, 좌파운동 세력들을 잘 끌어와 가지고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죠."
-중도 무당층을 끌어들이는 데는 불리하지 않을까요.
"이재명 대표 본인의 생각이든 전략 전술을 짜는 참모의 생각이든 명백하게 진지전과 기동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게, 강고하게 좌파 진보적인 진지를 사회 저변에 구축하고 있지만 그 대가로 중도층을 잃고 있다는 것이죠. 침묵하고 있지만 선거라는 결정적인 국면에서 행동하는 중도층이 있습니다. 이들은 유동적이고 실용주의적이어서 특정 정치세력이 폭주하면 징벌합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국힘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답보한 배경입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오버하면 민주당을 징벌할 겁니다. 이재명식 진지전에 참여하는 반미 반일 투사들의 비례대표 공천과 북한의 수령 독재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하는 듯한 그런 직업운동가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과연 중도층의 국민들에게 어떤 호소력을 가지겠는가 매우 회의적입니다."
-결국 이번 총선은 중도 무당층에 달렸다고 봐야겠지요. 그럼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주권자로서 투표권 행사는 신성한 거죠. 저는 모든 시민들이 합리적이고 자기성찰적인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TV만 틀면 전문가를 자칭하는 분들 입에서 어느 당이 몇 석, 어느 당이 몇 석이라고 온갖 시나리오가 난무합니다. 물론 그것도 참고가 되겠죠. 하지만 정치 고관여 층의 열광이 생산해내는 폐단을 봐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치닫는 양쪽의 정치 고 관여 층의 충돌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황폐화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성찰적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정당들은 마치 상대방 후보가 당선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얘기하죠.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습니다. 역사가 보여주잖아요. 한국 시민들의 회복탄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조금 길게 보면 어느 당이 특정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고 소수당이 되고 집권하고 정권을 빼앗기더라도, 그건 민주사회에서 정치 과정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여기는 열려진 태도가 필요합니다. 열린 마음을 우리가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선거가 최선이 아니고 차악을 뽑는 게 아니냐는 참담한 마음이 있지만, 일단 현실을 수긍하면서 미래를 지향해야 합니다. 암울한 현실도 결국은 우리가 만든 겁니다. 내 투표권 행사로 한국 정치의 적대적 대결을 좀 완화할 수 있을지, 어떤 정당의 어떤 지역구의 후보자가 그나마 조금 더 합리적이고 깨끗한 정치적 삶을 살아왔는지, 병역은 필했는지, 전과자는 아닌지, 세금은 잘 냈는지 이런 것들을 면밀하게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역대 선거는 주권자들이 퇴행적이고 수구적인 정치세력을 심판하는 준엄한 역사의 법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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