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행복한 자립을 꿈꾸는 느린 학습자…이루다 청년모임

박성혜 작가 2024. 3. 2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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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학습과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경계선 지능인, 혹은 느린 학습자라고 부릅니다.


제대로 된 교육과 지원이 뒤따르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지만, 이들을 포용할 교육과 복지 체계가 아직 부족한 실정인데요.


느린 학습자 청년들의 성장을 도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이루다학교 정미영 선생님과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이루다학교는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미영 교사 / 이루다학교

이루다학교는 2014년도에 고양시 일산에 자리잡은 공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도의 지적장애와 경계선 지능 학생들을 위한 최초의 대안학교입니다. 


처음에는 학생 8명과 4명의 교사로 시작되었는데요. 


현재는 112명의 학생과 13명의 선생님들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 교육과정은 만 10살부터 24살까지 초등부터 청년과정까지 이루어져 있고, 사고력 향상을 바탕으로 사회적응에 필요한 기초학습, 일상생활, 사회성, 직업훈련 과정을 개인 수준별 맞춤교육을 하는 행복한 자립을 꿈꾸는 도심형 대안학교입니다. 


서현아 앵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느린학습자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 후 진로 선택 시에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정미영 교사 / 이루다학교

느린 학습자 청년들은 학령기가 끝나면 사회제도의 적합한 지원이 없어 사회적응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대학에 진학했다 하더라도 학과 수업을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많고 직업훈련기관에서 교육을 받는다 해도 인지적인 어려움으로 기술을 익히는데 미숙하고 수행 속도가 느려 어려움이 있습니다. 


힘들게 기술을 익혔다 하더라도 현장 실습의 기회나 취업의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또한 느린 학습자 청년에 맞는 취업 제도가 없어 취업하기도 어렵고 사회 진출한 사례도 희박합니다. 


일반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고용지원 제도와 일자리 지원사업에 참여하려고 해도 느린 학습자의 이해가 전혀 없어 대상자에서 제외가 되거나 경쟁 고용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취업의 한계가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선생님께서는 이루다 청년모임의 대표로도 계십니다. 


이루다 청년모임은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을까요?


정미영 교사 / 이루다학교

이루다 청년모임은 느린 학습자 청년들의 자조모임으로 처음에는 취업이나 현장 실습의 기회가 없는 이루다 청년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실습의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현재 자조모임은 4년 차가 되는데요. 


1년 차에 마을공동체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이루다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경제활동으로 참여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는 수제 비누를 만들어 캠페인 활동도 하고 고양시 특산물로 음료를 개발하여 일일카페도 운영했습니다. 


또한 작가가 되어 자신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와 사진을 전시하는 전시회도 열었고 느린 학습자의 행복이란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고양시 방송에도 실렸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느린 학습자 청년들이, 해보고 싶고, 할 수 있는 건 정말 다양하게 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지원사업의 규모도 점점 확대되었고 작년에 정점을 찍게 되었는데요. 


이루다 청년모임이 경기마을공동체 한마당에서 경기도 1등 최고마을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조금 느리지만 누구보다도 꿈 많은 청년들일 텐데요. 


모임을 진행하면서 청년들이 가진 변화도 궁금합니다.


정미영 교사 / 이루다학교

먼저 청년들 내부적인 변화로는 느린 학습자 청년들은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긍정적인 태도로 자기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기 시작했고 노동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새로운 시도를 어려워하는데 마을공동체지원사업 활동을 통해 작은 성공들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자신감이 늘어 일을 해보려는 의지와 일을 찾아 하려는 능동적인 태도도 생겼습니다.


실질적인 변화들도 있는데요. 


마을공동체 활동과 주민자치회 활동, 주민총회에도 참여하면서 주민들이 느린 학습자 청년들에게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네트워크도 확장되어 청년들에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농작활동과 프리마켓 셀러, 마을보조강사, 일반 사업체 인턴사원의 기회가 생겼고 그중에 가장 큰 성과는 경계선 지능 청년이 중소기업 일반 취업에 성공한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학교에서는 위축되고 취업현장에서는 후순위로 밀리는 게 현실인데요. 


느린 학습자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은 무엇일까요? 


정미영 교사 / 이루다학교

느린 학습자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립을 위한 취업입니다. 


현재 느린 학습자들에 대한 교육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제도화하려는 변화가 보여지는데요. 


학령기 이후에 느린 학습자 청년의 취업 제도는 여전히 사회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느린 학습자들에게 맞는 일자리 개발과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받아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맞춤형 직업훈련기관이 마련되어져야 합니다. 


네덜란드는 경계선 지능인들에게 지적장애와 동일한 지원을 하고 미국은 경계선 지능인을 취약계층으로 인정하여 재정적 지원을 해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계선 지능인을 취약계층으로 인정하여 그에 맞는 취업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 기업에서도 고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고용 인센티브제를 적용할 수 있는 제도들이겠지요. 


또한 근무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일정 기간에 직무수행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근로지원제도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느린 학습자 청년들은 경계선 지능에서 발생되는 정서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긍정적인 자아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느린 학습자 청년들이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정미영 교사 / 이루다학교

느린 학습자 청년들이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인식 변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저희 학교에서 느린 학습자 청년의 일반고용이 된 사례가 있는데요. 


경계선 지능 청년에게 3개월 인턴사원의 기회를 주었던 대표님이 계십니다.


경계선 지능 청년을 흔쾌히 고용해 주시면서 대표님께서는 '사회가 먼저 이해하고 변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 대표님의 말씀이 큰 감동이었고 경계선 청년들의 사회진출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수용이 필요한 것을 느끼시고 몸소 실천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사회의 이해와 따뜻한 관심은 느린 학습자 청년들이 사회로 나오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이루다 청년모임의 앞으로의 계획과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미영 교사 / 이루다학교

이루다 청년모임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능을 찾고 적성에 맞는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도전하려고 합니다. 


저도 느린 학습자 청년들의 일자리 발굴과 취업 연계를 위하여 노력하고자 합니다. 


우리 느린 학습자 청년들이 마을과 함께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긍정적인 자아정체성을 갖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가길 바랍니다. 


서현아 앵커

느려도 꾸준함으로 도전하는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응원과 지원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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