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음악 좋네" QWER→(여자)아이들, K팝★의 일본 애니 사랑이 가져온 나비효과 [TEN초점]
[텐아시아=이민경 기자]
2010년대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국내 밴드음악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룹 (여자)아이들의 전소연, 그룹 르세라핌의 사쿠라와 같이 최근 '애니 덕후' 연예인이 늘면서 록,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좋아하는 록, 밴드 음악은 J팝의 대표적 스타일로 애니 주제곡 등으로 쓰이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K팝 대표가수들의 일본 애니 사랑이, J팝의 주된 장르인 록에 대한 대중적 관심까지 끌어올렸단 얘기다.
지난 18일부터 21일 현재까지 (여자)아이들의 정규 2집 '2'의 수록곡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는 타이틀곡을 제치고 멜론, 지니 등 각종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며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다. (여자)아이들은 이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기존 활동곡이 아니었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무대를 준비해 오늘 Mnet 음악 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 선보인다.
이 노래는 청량한 록 장르의 밴드 음악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을 연상케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덕후'로 알려진 전소연은 이 곡이 애니메이션과 연관이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전소연은 지난 2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고 아끼는 곡이다. 타이틀로 내고 싶기도 했다"며 "만화, 애니메이션 한 편을 그린다 생각하고 가사를 썼다. 가사를 들어보면 타임 루프, 이세계물에 가깝다"고 소개한 바 있다.
J팝의 특성이 담긴 록 밴드 음악에 대한 인기는 그룹 QWER의 인기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QWER은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콘셉트를 차용한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프로젝트 '최애의 아이돌'을 통해 결성됐다.
또한, 지난해 10월 발매한 QWER의 첫 데뷔 앨범 'Harmony from Discord'(하모니 프롬 디스코드)의 타이틀곡 'Discord'(디스코드)는 YOASOBI(요아소비)의 '최애의 아이' OST '아이도루'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져 일본 애니메이션 팬 사이 인기가 특히 좋다.
이 곡은 발매 2개월 후인 12월 둘째 주 멜론 TOP100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Discord'는 21일 오후 3시 기준 멜론 차트 95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 곡의 최고 성적은 100일 기준 HOT100 차트 9위로 유튜브 프로젝트로 시작한 밴드로서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도 대표적인 한 사례다. 2019년 발매된 이 곡은 발매 당시부터 "이 곡을 들을 때면 애니 오프닝이 떠오른다"는 팬들의 반응을 끌어냈다. 이 곡은 21일 오후 3시 기준 멜론 TOP100차트 20위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8일 27위였던 데 비해 3일 사이 7위가 상승했으며, 발매 이후 최고 순위를 달리고 있다. 발매 5년 차에 접어든 지금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데이식스의 상징이자 역주행과 롱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일본 밴드 음악과 유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곡이 차트의 상단에 위치하기까지는 '일본 애니 덕후'로 알려진 연예인의 공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애니메이션 및 관련 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대한 국내 대중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영향이 있다는 것.
기존 '애니메이션 덕후'의 이미지는 메이저와는 거리가 먼 소수의 취향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르세라핌의 사쿠라,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수빈, 그룹 세븐틴의 우지, (여자)아이들의 소연 등 연예인 '덕후'가 등장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1월 국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487만명의 관객 수를 동원하는 호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OST에 대한 인기도 따라 상승하면서 애니메이션 OST가 국내 멜론 차트 TOP100 안에 들기도 했다. 인기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의 메인 테마곡인 래드윔프스의 '스즈메'는 지난해 3월 멜론 차트에서 9위를 기록했다. 또한 유튜브에 올라오는 '애니 OST 플레이리스트' 조회수는 수백만 회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일본 문화에 대한 국내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의 대표적 음악 장르인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도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2010년대 대표적인 밴드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 이후로 잠시 잠잠했던 밴드 및 록 음악의 미래가 다시 밝아지고 있다.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밴드 데이식스(DAY6), 엔플라잉(N.Flying), 루시(LUCY) 등 국내 밴드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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