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도 갸우뚱' 논란의 피치클락→KBO, 2025년 정식 도입키로... 시범운영은 계속-후반기 2군서 선 시행

안호근 기자 2024. 3. 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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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시범경기 마운드에서 투구하는 한화 이글스 류현진과 뒤로 보이는 피치클락 타이머./사진=한화 이글스
경기장 전광판 아래 설치된 피치클락 타이머. /사진=KT 위즈
올 시즌 시범 운영되는 피치클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한 발 물러났다. 시범운영은 이어가되, 보완점을 메운 뒤 내년부터 정식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KBO는 21일 "10개 구단 단장들이 참가한 2024년 제 2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피치클락 도입시기, 수비시프트 비디오판독 추가, 웨어러블 장비 착용, 더블헤더 경기 시행 시간 조정 등의 내용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가장 핵심이 된 건 피치클락의 도입 시기다. KBO는 경기의 스피드업과 국제 경쟁력 강화 및 각 구단의 피치클락 제도의 조기 도입에 대해 논의했다. 시범경기에서 운영해본 결과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났고 KBO는 결국 이를 내년 정식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4월 제3차 실행위원회에서 피치클락 도입에 대한 정식 논의가 시작된 이후 관련 회의를 실행위원회와 이사회 등에서 11차례 진행했고 이사회에서 정식 도입이 합의됐다. 그러나 선수들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범운영을 결정했고 이번 실행위원회에서 각 구단이 적응 기간 등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2024시즌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까지 시범 운영을 지속하기로 했고 2025시즌부터의 정식 도입을 결정했다.

현대 야구에서 가장 고심하고 있는 건 경기 시간이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3시간이 넘는 경기 시간은 과도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투수 최원준 뒤로 피치클락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KT 위즈 타자 박병호. /사진=KT 위즈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피치클락이다. 피치클락은 투수의 투구 시간에 제한을 둬 전체 경기 시간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다. KBO는 주자가 없을 때는 18초, 주자가 있을 때는 23초로 이를 제한했다. 이를 먼저 도입한 MLB는 시간 단축 효과를 봤고 올해부터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있을 때는 18초까지 더 앞당겼다.

시범경기 일정을 마친 KBO에서도 효과는 확실했다. KBO는 지난 19일 "모든 일정을 마친 2024 KBO 시범경기 총 46경기는 2023년 시범경기 동기간(47경기) 대비 평균 경기시간이 19분 단축됐다"고 밝혔다.

2024 시범경기 총 46경기의 평균 소요 시간은 2시간 39분으로, 2023년 동기간 47경기 기준(전체 경기수 67경기) 2시간 58분에 비해 19분 빨라졌다. 특히 2시간 30분 이하 '초스피드 경기'가 14경기나 됐다. 지난해 동기간 2시간 30분 이하 경기는 2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피치클락의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올 시즌 급하게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올 시즌 새롭게 도입되는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ABS는 4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운영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인 상황이다. 심판진도 충분한 적응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도입한 피치클락은 달랐다. 이를 경험해본 선수들은 없었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규정 시간 내에 던지지 못하면 경고를 받았는데 투수들은 이로 인해 원래의 템포대로 던지지 못하고 조급해지기도 했다. 아직은 시범 운영이기 때문에 실제로 위반시에도 볼이 선언되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였다. 한 경기에도 수 차례 위반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 /사진=김진경 대기자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
다만 단지 낯설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누구나 낯설 수 있고 도입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그만일 문제다. 그러나 이를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게 핵심적인 문제였다. 투수와 포수가 투구 사인을 교환하는 전자 장치인 피치컴 없이 이를 제대로 시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게 골자다.

현장 관계자들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피치클락을 몸소 경험해본 류현진(한화 이글스)는 지난 7일 자체 청백전을 마친 뒤 "(허구연) 총재님과도 얘기를 나눴는데 주자가 없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피치컴이 없는 상황에서 주자가 있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총재님도 알고 계셨다"며 "주자가 나와 있는 상태서 피치컴 없이 던지려면 나도 어려울 것 같다. 현재로는 이걸 어떻게 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지난 11일 "과연 장비를 온전히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시범운영을 하는 것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또 하나는 심판이 제재를 하는데 이게 시간을 더 끈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도입한 것인데 엉뚱하게 운영자가 시간을 끄는 형태가 돼버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피치컴을 제대로 경험한 선수가 류현진 밖에 없지 않나. 물어보면 피치컴을 갖추고 하면 정말 빠르긴 하다고 하더라. 그런데 현진이도 피치컴 없이 어떻게 피치클락을 하냐고 되묻더라"며 "준비가 안 됐으면 피치클락을 하면 안 되고 모든 게 준비가 된 다음에, 사실 준비가 되더라도 2군에서 한 시즌이라도 해보고 보완할 것을 한 뒤 1군에서 바로 시작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지난 9일 "시범경기까지만 시행한 뒤 어차피 (정식으로) 시행하지 않을 거라면 안 했으면 좋겠다"며 "어제(9일)도 심리적으로 투수가 압박감을 받으면서 도루를 허용했다. 심리적으로 아무래도 (시계로) 초를 재는 게 눈에 들어오니까 도루를 허용하더라. 심리적으로 은근하게 선수들이 받는 압박감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왼쪽에서 2번째).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
이어 이 감독은 "내가 보기에 올해 안에는 절대 (시행) 못 한다. 메이저리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하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가 하는 것이다. 또 전반기까지 성적이 좋은 팀이 정식으로 시행하자고 하면 하겠는가. 하위권에 있는 팀들이야 크게 상관이 없으니까 (시행에 동의를) 하겠지만, 상위권에 있는 팀들은 누가 (동의)하겠는가. 절대 못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이강철 감독은 "또 미국 메이저리그 응원 문화는 조용한데, 우리나라는 다르다. 투수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받다 보면 견제구를 던지다가 보크를 범할 수도 있다"면서 "저도 모르겠다. 저희는 하라는 대로 할 뿐"이라면서 복잡한 마음을 내비쳤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도 "시범적으로 한다고는 하는데 피치클락은 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히더니 10일 경기를 앞두고도 "포수나 외야수의 경우에는 준비하는 게 급해진다. 무리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의 생각도 대동소이했다. 롯데 투수 나승엽은 "촉박한 것까지는 모르겠는데 여유롭진 않다"고 말했고 롯데 내야수 고승민은 "그건(피치클락) 진짜 힘들다. 홈경기에서 좌익수로 나오면 타석에 빨리 들어가야 해서 호흡도 그렇고 숨도 찬다"고 털어놓았다.

자칫 투수나 타자의 리듬이 흐트러진다면 이는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칫 조급하게 도입하려다가 소탐대실할 수가 있다. 또한 타 리그보다 사인 교환이 복잡한 KBO 리그의 현실에서 피치컴 도입 없이 시간을 제한하는 건 무리라는 견해가 대다수다.

실제로 관중들은 경기장 중앙 전광판 아래쪽과 홈플레이트 뒤쪽에 설치된 전자시계를 보면서 "5·4·3·2·1" 카운트다운을 외치기도 했는데 찰나의 순간에 엄청난 힘을 몰아쓰는 선수들에게 있어 이러한 방해요소는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관중들도 모두 볼 수 있게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피치클락 타이머.
이 같이 반대 여론이 들끓자 KBO는 실행위원회에서 이에 대해 다시 논의했고 결국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을 했다.

KBO는 "KBO리그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는 피치클락 제도는 2024시즌 동안 시범운영을 유지하고, 2025시즌부터 정식 도입할 예정"이라며 "KBO는 전반기 내에 피치클락 제도 관련 세부 시행안을 확정하여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다소 변화됐다. 시범운영 시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피치클락 규칙 위반에 대한 심판 콜은 타격 완료 후 약식으로 진행한다. 이로 인한 추가적인 시간 소모를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투수판 이탈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투구 시 시간 제한은 원안대로 주자 없을 때 18초, 주자 있을 때 23초를 적용한다. MLB에서는 올해부터 주자 없을 때 15초, 주자 있을 때 18초(작년까지 각각 15초, 20초)를 적용하나, KBO리그에서는 첫 시행인 만큼 시간을 더 부여하기로 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적응기간을 부여하기 위해 2024시즌 전반기에는 피치클락 규정을 시범 운영하기로 결정했으며 후반기에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퓨처스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완하며 내년부터 1군에서 제대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피치클락 운영에 핵심 장비로 손꼽히는 피치컴은 현재 전파 사용 인증을 준비 중이다. 해당 절차가 마무리 되면 각 구단에 제공하기로 했다.

KBO는 실행위원회에서 이 밖에도 다양한 사항을 논의했다. 하나는 수비 시프트와 관련된 비디오판독 적용 도입여부다. 2024시즌부터 수비 시프트에 제한이 생긴다. 타자의 타격 상황시 2루를 기준으로 1루수와 2루수는 오른편에, 3루수와 유격수는 왼편에 있어야 하고 내야수는 모두 내야 흙을 벗어나 외야쪽 잔디로 향할 수 없다.

투수에게 피치클락 위반 경고를 주는 심판.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
이와 관련해 비디오판독이 가능해졌다. 공격팀은 가장 먼저 타구에 닿거나 포구한 내야수의 위반 여부에 한해 판독 신청이 가능하며(이외 야수의 위반에 대한 판독은 신청 불가), 수비팀은 수비 시프트 규정을 위반했다는 심판 판정에 대해 판독 신청이 가능하다. 수비 시프트 제한 위반 관련한 판독은 양 구단 모두 횟수의 제한이 없다.

퓨처스리그 경기 중 웨어러블 장비 착용도 허용된다. 2024시즌 퓨처스리그에서는 선수 운동량, 강도 파악 등을 위한 웨어러블 장비 착용을 허용한다. 유니폼 내에 착용하는 장비만 허용하며 KBO에 사전 신고를 통해 승인을 받은 장비만 착용 가능하다.

최근 스포츠의 과학화로 인해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보다 정확한 데이터 측정을 통해 선수 능력 파악이 가능해졌는데 KBO리그에서도 빠르면 내년부터는 이러한 장비의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블헤더 2차전 경기 개시시간도 변경됐다. 기존 더블헤더 2차전 개시 시간은 1차전 종료 후 30분이었지만 구장 관리와 관람객의 입·퇴장 편의를 고려해 최소 40분 경과 이후로 개정했다.

한편 KBO는 2024 시즌 4월부터 금요일 경기 취소 시 토요일, 토요일 경기 취소 시 일요일에 더블헤더 경기를 편성하기로 지난 해 결정한 바 있다. 3,7,8월에 해당 요일 경기가 취소되거나, 화,수,목,일요일 경기 취소 시에는 추후 편성 예정이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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